'지옥불 생존' F1 그로장 "세상이 달라 보여…최종전 출전 원해"
출처:연합뉴스|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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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의 포뮬러원(F1) 스토리를 끝내고 싶어요."

지옥 불이 있다면 이런 것이었을까. 시속 220㎞의 스피드로 방호벽을 들이받은 뒤 엄청난 화염에 휩싸인 머신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불사조 드라이버‘ 로맹 그로장(34·프랑스·하스-페라리)은 "주변이 온통 오렌지빛으로 변했다. 순간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나가야해!‘라고 말했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2009년 르노팀의 드라이버로 F1 무대에 데뷔한 그로장은 총 10시즌을 치르는 동안 시즌 드라이버 랭킹 7위(2013년)를 했던 게 역대 최고 성적인 ‘노력형 드라이버‘다.

그로장은 F1 무대에서 그동안 2위 두 차례, 3위 여덟 차례를 합쳐 총 10차례 포듐에 올랐지만 우승은 물론 폴포지션을 잡아본 적이 없다.

2016년부터 하스팀의 드라이버로 이적한 그로장은 지난 시즌 20명의 F1 드라이버 가운데 18위로 밀렸고, 이번 시즌 역시 21명의 드라이버 가운데 18위에 그치고 있다.

그로장은 지난달 30일 바레인 사키르의 인터내셔널 서킷(5.412㎞·57랩)에서 펼쳐진 2020 F1 챔피언십 15라운드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최악의 사고를 경험했다.

그로장의 머신이 첫 번째 랩의 3번 코너를 벗어나 직선 구간으로 진입해 속도를 끌어올려 추월하는 순간 다닐 크비야트(러시아·알파타우리-혼다)의 머신 왼쪽 앞바퀴에 오른쪽 뒷바퀴가 부딪치며 중심을 잃었다.


시속 220㎞의 스피드로 달리던 그로장의 머신은 스핀하며 방호벽에 처박혔고, 커다란 화염과 함께 두 동강이 났다. 누구도 그로장이 걸어서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끔찍한 사고였다.

하지만 엄청난 불길 속에서 그로장은 머신을 빠져나와 구조요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방호벽을 뛰어넘었다.

엄청난 스피드에 무려 중력의 53배에 달하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로장은 화염을 뚫고 나와 구조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스스로 걸어서 구급차까지 이동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큰 부상은 물론 골절도 없이 양손 등에 화상만 입은 그로장은 2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남기고 "제가 손가락으로 직접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안부 인사를 보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로장은 "내일 퇴원한다. 몇몇 군데 통증은 있지만 훨씬 좋아졌다"라며 "사고 이후 고통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화염 속에서 30초 가까이 버틴 그로장은 "주변이 온통 오렌지빛이었다. 기적이 존재하는지, 그 기적을 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불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F1에서 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 아이들을 떠올렸고, 스스로 ‘나가야 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엄청난 사고에서 살아났지만 그로장은 이번 시즌 최종전 출전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올해 F1 그랑프리 최종전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오는 13∼15일 치러진다.

그로장은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의 F1 스토리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로장은 하스팀과 올해 계약이 끝난다. 하스팀은 이미 내년 시즌 새로운 드라이버 2명을 영입하기로 했다.

아부다비 그랑프리가 자신의 마지막 F1 그랑프리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로장은 멋진 질주로 시즌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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