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제'의 안방 복귀전? 주인공은 '핑크폭격기'였다
- 출처:오마이뉴스|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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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4일 인삼공사전 25득점으로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3000득점 달성
흥국생명이 홈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로 승점 3점을 챙겼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KGC 인삼공사와의 홈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1(27-25, 25-20, 24-26, 25-23)로 승리했다. GS칼텍스 KIXX와의 첫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3-1 승리를 따낸 흥국생명은 하루 만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5점)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승점6점).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이 서브득점 2개와 함께 52.7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1득점을 올렸고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도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18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김연경의 홈경기 복귀전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이날 흥국생명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팀 내 가장 많은 25득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3000득점 기록을 세운 ‘핑크폭격기‘ 이재영이 그 주인공이다.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황연주-양효진의 기록
지난 2013년11월 24일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는 V리그에서 대단히 역사적인 기록 하나가 나왔다. 현대건설의 ‘꽃사슴‘ 황연주가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3000득점 고지를 밟은 것이다. 2005년 V리그 원년 흥국생명에서 데뷔한 황연주는 184경기에서 평균 16.3득점을 올리며 역대 최초로 3000득점을 기록했다(물론 김연경이 해외진출을 하지 않았다면 황연주보다 먼저 3000득점 기록을 세웠겠지만).
황연주에 이어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과 한송이(인삼공사), 양효진(현대건설), 박정아(도로공사), 김세영(흥국생명),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이 차례로 3000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3000득점은 매 경기 10득점씩 10시즌 정도 차곡차곡 기록을 적립하면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구단의 간판급 선수들은 큰 부상이 없다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3000득점 고지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역시 기간과 나이다. 정대영과 김세영, 한송이 등은 이미 실업배구 시절부터 활약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프로 출범 당시 2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당연히 3000득점을 달성할 당시의 나이는 서른이 훌쩍 넘길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기록을 쌓아갈 수 있었던 황연주, 양효진, 박정아, 김희진은 20대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3000득점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V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3000득점 고지를 밟은 선수는 ‘거요미‘ 양효진이다. 프로 입단 첫 시즌부터 308득점을 기록하며 득점행진을 시작한 양효진은 2014년11월19일 기업은행전에서 만 24세11개월의 나이로 3000득점을 달성했다. 경기수(205경기)로는 황연주(184경기)에 미치지 못했지만 양효진의 나이와 평균득점을 고려하면 황연주의 기록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그리고 실제로 현재 양효진은 여자부 최다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양효진이 역대 최연소 3000득점 기록을 세울 당시 이재영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으로 갓 프로데뷔를 한 신인이었다. 물론 이재영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성인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인정 받은 선수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 프로에서 10경기도 소화하지 못한 이재영이 황연주나 정대영, 한송이 등 슈퍼스타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었던 3000득점에 이렇게 빨리 도달할 거라 예상한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164경기-24년1개월 만에 3000득점 달성
사실 루키 시즌 때만 해도 이재영은 플레이에 거친 부분이 많은 선수였다. 특히 프로의 빠르고 변화무쌍한 서브에 적응하지 못해 서브 리시브에서 약점을 보였다. 윙스파이커는 아무리 공격력이 뛰어나도 서브리시브가 약하면 ‘반쪽 선수‘에 머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재영에게 루키 시즌의 리시브 불안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고 두 번째 시즌부터 약점을 극복한 이재영의 본격적인 대폭발이 시작됐다.
이재영은 프로 2년 차 시즌 43.67%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498득점으로 득점 7위(국내선수 1위)에 오르며 프로 데뷔 두 시즌 만에 리그 정상급 윙스파이커로 우뚝 섰다. 두 시즌 연속 국내 선수 득점 1위(479점, 전체6위)를 차지한 2016-2017 시즌에는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며 생애 첫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이재영은 팀이 최하위로 떨어진 2017-2018 시즌에도 555득점으로 뛰어난 개인 성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재영은 2018-2019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30경기에서 624득점을 올리는 대활약으로 흥국생명을 4번째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연경 시대‘에만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흥국생명에 비로소 ‘이재영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2010-2011 시즌의 황연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정규리그와 챔프전, 올스타전 MVP를 휩쓴 ‘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재영은 본격적인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지난 시즌 무릎 부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조기 종료로 3000득점 달성을 미뤄야 했던 이재영은 이번 시즌 개막 두 번째 경기였던 24일 인삼공사전에서 25득점을 퍼부으며 역대 8번째로 3000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만24세 1개월,164경기 만에 3000득점에 도달한 이재영은 양효진의 최연소, 황연주의 최소경기 3000득점 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이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0.66%의 점유율을 책임진 이재영의 공격 성공률은 무려 52.38%에 달했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과 이다영이 합류하면서 가장 존경하는 선배,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과 함께 뛰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현재 김연경과 루시아, 이재영으로 이어지는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각각 46, 45, 44득점으로 득점 부문에서 나란히 4, 5, 6위에 올라 있다. 공격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팀이 꾸준히 승리를 챙기는 것은 박미희 감독, 그리고 흥국생명 선수들이 구상했던 이번 시즌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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