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거포' 얻은 기업은행, 그래도 수비가 먼저다
- 출처:오마이뉴스|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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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②]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해태 타이거즈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역시 ‘코끼리‘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김응용 회장은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해태를 이끌며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낸 명장이다. 선수복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선동열과 이종범을 비롯한 KBO리그를 호령했던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들을 압도하는 김응용 감독의 카리스마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비록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역사에서도 ‘가가멜‘ 이정철 감독(SBS SPORTS 해설위원)의 이름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기업은행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이정철 감독은 햇수로 10년 동안 팀을 이끌며 3번의 챔프전 우승과 6년 연속 챔프전 진출을 견인했다. 김희진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비롯해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와 김사니 세터(기업은행 코치)의 영입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이정철 감독이 2018-2019 시즌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후 김우재 감독 체제로 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8승 19패로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문 성적도 불만족스럽지만 아직 이정철 감독이 물러난 후 김우재 감독의 색깔을 팀에 완전히 녹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연 김우재 감독은 챔프전 진출이 일상이었던 기업은행을 다시 예전의 강호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이정철 감독 시절엔 경험하지 못했던 5위 추락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팀의 원투펀치 김희진과 박정아가 동시에 FA자격을 얻었을 때 기업은행은 서브리시브가 약한 박정아보다는 센터와 라이트로 활용 가능한 김희진과의 계약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박정아는 도로공사로 팀을 옮겼고 도로공사에서도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은 박정아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며 챔프전에서 기업은행을 꺾고 도로공사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이나연 세터(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로 어도라 어나이를 선택한 기업은행은 승점 2점 차이로 GS칼텍스 KIXX에게 뒤지면서 7시즌 만에 봄 배구 진출이 무산됐다. 결국 이정철 감독은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팀의 고문을 맡으면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제 배구팬들은 작전타임마다 선수들에게 강하게 분발을 요구하던 ‘가가멜‘ 감독의 호통을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업은행은 강릉여고를 이끌던 김우재 감독을 이정철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했지만 주전 윙스파이커 고예림(현대건설)이 팀을 떠났다. 여기에 비 시즌 동안 체격이 부쩍 커진 어나이는 2018-2019 시즌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나이가 시즌 막판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으로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한 데다가 잔여연봉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기업은행은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5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기업은행은 고예림이 현대건설로 떠났을 때 그 대안으로 FA시장에서 V리그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표승주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적하자마자 주장을 맡게 된 표승주는 시즌 초반 발목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7경기에 결장했고 공격 성공률 34.72%에 리시브효율 30.39%로 기대 만큼 좋은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기업은행 부진의 원인을 전적으로 표승주의 책임이라고 할 수 는 없지만 표승주의 초반 결장이 기업은행을 위축시킨 것은 분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부진한 팀 성적 속에서도 김주향이라는 ‘보물‘을 발견했다. 작년 고예림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주향은 지난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34.13%의 성공률로 222득점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뽐냈다. 프로 입단 당시부터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리시브의 단점만 보완한다면 윙스파이커와 중앙 공격수로 두루 활용이 가능한 김주향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라자레바 얻은 기업은행, ‘국대 듀오‘ 부활-수비 관건
지난 FA 시장은 이숙자(KBS N SPORTS 해설위원), 김사니, 이효희가 한꺼번에 팀을 옮긴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세터 대이동‘이 일어났다. 국가대표 주전세터 이다영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하면서 기존 흥국생명의 주전세터였던 조송화가 자리를 잃었고 기업은행이 이 틈을 타 조송화를 영입했다. 그리고 조송화의 보상선수로 박상미 리베로가 선택되면서 기존의 주전 세터 이나연을 새 리베로 신연경과 트레이드했다.
비대면으로 실시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따낸 기업은행은 러시아 출신의 오른쪽 공격수 안나 라자레바를 지명했다. 1997년생의 젊은 나이지만 러시아와 프랑스리그를 경험한 라자레바는 프랑스리그에서 득점 2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공격력이 검증이 된 선수다. 이미 컵대회를 통해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인 라자레바가 V리그에서도 동료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춘다면 기업은행은 라자레바를 중심으로 재도약을 노릴 수 있다.
기업은행이 이번 시즌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베테랑 센터 듀오‘ 김희진과 김수지의 분발이 절실하다. 지난 시즌 종아리 부상으로 9경기에 결장했던 김희진은 최소 40% 이상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서브와 블로킹에서도 팀에 많은 도움을 줘야 하는 토종 에이스다. 기업은행 이적 후 다소 위축된 플레이를 하고 있는 김수지도 흥국생명 시절 호흡이 좋았던 조송화 세터의 가세를 계기로 다시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좋은 수비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경험은 한 번도 없는 ‘초보 리베로‘ 신연경의 활약도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이다영의 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했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게 된 신연경은 지난 컵대회에서 주전 리베로로 나서 리시브 효율 24%, 세트당 평균 5.25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V리그에서는 리시브에서의 안정감을 더 높여야만 주전 리베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업은행에는 국가대표 주전 선수가 2명(김희진, 김수지)이나 있어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결코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최하위(27.9%)와 디그 5위(세트당 19.68개)에 그쳤을 정도로 수비가 불안했고 이는 곧 부진한 팀 성적으로 이어졌다. 기업은행이 V리그를 호령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배구의 기본인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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