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하위 추락' 도로공사, 반등 기회 마련하나
- 출처:오마이뉴스|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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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①]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토종거포 중 한 명인 ‘클러치 박‘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그 동안 실패를 모르는 화려한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2010년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지명된 직후에는 얇은 선수층에도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고 다음 시즌에는 곧바로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기업은행은 박정아가 맹활약한 2012-2013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도로공사로 이적한 후에도 박정아의 성공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 박정아는 도로공사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7-2018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친정팀 기업은행을 꺾고 도로공사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기업은행 시절 동료들에게 양보했던 챔프전 MVP 역시 박정아의 몫이었다. 박정아는 2018-2019 시즌에도 도로공사의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챔프전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실패를 모르던 박정아의 탄탄대로는 2019-2020 시즌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26경기에서 7승19패에 그치며 승점 22점으로 6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고 말았다. 2016-2017 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박정아 영입 이후로는 처음 겪은 최하위의 수모.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반등을 통해 이 부끄러운 기록을 한 시즌 만에 날려 버리려 한다.
전과 2범 ‘테일런‘의 세 번째 피해자가 된 도로공사
남자부의 대한항공 점보스를 이끌기도 했던 김종민 감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대표적인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무엇보다 배구 경기에서 정석과는 거리가 먼 ‘2인 리시브 체제‘를 세 시즌 연속 유지했고 외국인 선수를 보는 눈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프로 출범 후 누구도 하지 못했던 도로공사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다.
2018-2019 시즌 어깨부상으로 고전하던 이바나 네소비치의 조기 퇴출에도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저력의 팀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한 시즌 농사를 결정하는 외국인 선수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시절 두 번이나 시즌 중반에 팀을 떠났던 전력이 있는 테일러 쿡을 데려온 것이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은 도로공사의 큰 오산이었다.
테일러는 역시나 시즌 초반부터 복부 및 허리 부상을 이유로 결장하는 경기가 늘어났고 결국 작년 12월 초 세 번째 중도 퇴출 당했다. 도로공사는 급하게 쿠바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다야미 산체스를 영입했지만 산체스 역시 국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전 시즌 준우승 팀 도로공사는 7승19패의 성적으로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시점에서 최하위에 머물고 말았다.
비록 팀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박정아의 고군분투는 지난 시즌에도 변함 없이 돋보였다. 25경기에 출전한 박정아는 35.23%의 공격 성공률(8위)로 470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전체 4위, 국내 선수 중에서는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도로공사에서 박정아는 실질적인 외국인 선수의 역할까지 해낸 셈이다. 도로공사에서 서브리시브를 면제 받는다는 이유로 박정아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박정아가 서브리시브 부담 없이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유는 2명으로 세 사람의 몫을 해내는 도로공사의 든든한 ‘수비 듀오‘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임명옥과 문정원은 지난 시즌 각각 51.94%(1위)와 42.75%(3위)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부문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 두 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루소 포기하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 켈시
배구 경기에서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은 그 팀의 전력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각 구단들이 아무리 학창 시절에 뛰어난 재능을 인정 받았던 유망주 세터가 입단해도 기존의 주전 세터를 쉽게 바꾸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도로공사는 세터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도로공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기존 유망주 세터들에게 기회를 주며 리빌딩을 하는 대신 다른 팀에서 검증된 주전 세터를 영입하는 것으로 이효희의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지난 5월 GS칼텍스 KIXX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에서 프로 데뷔했던 이고은 세터를 재영입한 것이다. 새로운 주전세터를 데려 온 도로공사는 박정아를 비롯해 문정원,정대영,전새얀 등 팀 내 FA 4명과 모두 재계약하며 전력 손실을 막는데 성공했다.
도로공사의 이번 시즌 성적은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출신의 켈시는 지난 컵대회에서 30%가 채 되지 않는 공격 성공률로 부진했다. 게다가 메레타 러츠(GS칼텍스)와 발렌티나 디우프(KGC 인삼공사)는 물론이고 첫 선을 보인 안나 라자레바(기업은행)와 헬렌 루소(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기량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켈시가 이들과 대등한 활약을 하지 못한다면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크게 고전할 수 밖에 없다.
김종민 감독은 이번 시즌 부상 후유증을 털고 복귀한 중앙 공격수 배유나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무릎 수술을 받으며 지난 시즌 단 4경기 출전에 그쳤던 배유나는 지난 컵대회에서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이번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도로공사는 유희옥의 방출과 정선아의 임의탈퇴로 이번 시즌 백업센터가 사실상 최민지 밖에 없기 때문에 배유나의 부활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도로공사는 지난 컵대회에서도 GS칼텍스와 인삼공사,흥국생명에게 3연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했다. 물론 컵대회 성적이 V리그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 시점에서 노장 선수가 많은 도로공사의 전력이 가장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 버리고 김종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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