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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지도자를 희생시키고 있는 FC서울
출처:뉴스1|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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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중도하차하는 감독들이 많은 2020시즌 K리그다. 인천유나이티드(임완섭→임중용 대행→조성환), 수원삼성(이임생→주승진 대행→박건하), 부산아이파크(조덕제→이기형 대행) 등 1부 클럽은 물론 2부 대전하나시티즌(황선홍→조민국 대행)까지 1년을 기다리지 못한 채 수장을 바꿨다.

소위 파리와 모기의 목숨에 비유될 만큼 성적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것이 스포츠 감독의 숙명이라지만 올해처럼 잦고 또 잡음이 많은 교체는 드물었다. 언급했던 팀들 대부분 이별이 깔끔하지 못했다. 표현을 완화했는데, 보기 흉한 헤어짐이 더 많았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연고로 삼고 있는 빅클럽 FC서울이다.

FC서울에게 2020시즌은 흑역사가 되고 있다. 개막부터 ‘리얼돌 파문‘이라는 기막힌 해프닝을 겪었던 서울은 경기력까지 형편없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설마 했는데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졌고 그러다 말겠지 싶었으나 이젠 강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2018년 11위라는 완충제가 있어 느낌이 다소 덜하지만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과거의 화려한 역사를 떠올린다면 충격적이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당연한 몰락‘이라는 시선이 많다. 간단히 정리하면, ‘시즌 내내 선장이 없었는데 배가 잘 가는 것이 이상하고 시즌 내내 사공이 많았는데 산으로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시즌 출발부터 최용수 감독이 외롭게 팀을 이끌었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팀들에 비해 스쿼드 충원이 부족했고 기성용 영입을 둘러싼 잡음 속에 기존 선수들은 흔들렸다. 이런 와중 감독과 구단 고위층이 마찰을 빚는다는 좋지 않은 이야기가 꾸준하게 피어올랐다. 그래도 설마 ‘독수리‘가 둥지를 떠나겠는가 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틀렸다.

선수부터 지도자까지 늘 FC서울과 함께 했던 최용수 감독은, 서울이라는 구단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축구인이었다. 최 감독은 "웃어도 서울과 함께 웃고, 쓰러져도 함께 쓰러진다"던 마인드의 소유자였는데, 7월30일 스스로 팀을 떠났다.

최 감독을 잘 아는 축구인은 당시 "솔직히 깜짝 놀랐다. 최 감독 자신이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면서 "그 강한 사람이 이런 결정(자진사퇴)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지독히도 외롭고 힘들었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놀라움을 전했다. 레전드와의 이별이 깔끔하지 못했던 FC서울의 이후 행보는 더 좋지 않았다.




최 감독이 떠난 뒤 서울은 김호영 수석코치에게 임시 사령탑 역할을 맡겼다. 김호영 코치는 8월1일 성남과의 K리그1 14라운드 때 벤치를 지키면서 2-1 승리를 이끌었고 승리 후 서울 구단은 8월4일 "김호영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 측은 "김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무리할지 차기 감독을 선임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 애매한 자세부터 좋지 않았다. 이후 반전에 성공하며 비판의 화살에서 살짝 벗어나는가 싶었던 서울은, 지난 9월24일 "김호영 감독대행이 자진 사임했다"는 보도자료와 함께 또 홍역을 치렀다. 이틀 뒤 라이벌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를 치러야하는 상황이었다. 분명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공식 설명은 없었으나 구단과의 마찰이 결별의 원인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안으로 다른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구단,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구해냈는데도 여전히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는 팀의 모습에 김호영 감독대행도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시즌 종료가 코앞인데, 모두 죽을 것처럼 싸우는 파이널라운드 5경기만을 남겨 놓았는데 또 감독을 교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 아닌가? 다른 지도자를 자리에 앉히고 싶더라도 올 시즌은 김호영 감독 체제로 끝냈어야했다."

축구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저울질 좀 한다고 덜커덕 팀을 떠날까 안일하게 판단했던 서울은, 파이널라운드 돌입과 동시에 박혁순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표현도 우스꽝스러운 ‘대행의 대행‘ 시대를 보내고 있는데 결과는 나쁘다. 서울은 수원과의 첫 경기에서 1-3으로 패했고 이어 4일 부산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1-2로 무너졌다.

서울의 현재 순위는 7승4무13패(승점 25) 9위다. 10위 부산(승점 24)과는 1점 차이고 11위 성남(승점 22)과 최하위 인천(승점 21)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강등이라는 악몽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위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미 악몽을 꾸고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원치 않은 상황에서 무거운 지휘봉을 들고 있는 젊은 지도자 박혁순 코치(40)는 "팬들에게 미안하다. 모두 힘을 합쳐 분위기를 바꿔야한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사과와 패배의 변을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축구단의 단장이나 사장이나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현재 FC서울이 처한 상황은, 코치가 대신 미안하다 말할 수준도 아니다.

너무나 많은 지도자를 희생 시키고 있는 FC서울이다. 가까운 기억만 해도 알만한 이름들이 초라하게 사라졌다. 황선홍, 이을용, 최용수, 김호영은 물론이고 그 감독들 밑에서 함께 애쓰던 코치진들도 상당하다. 그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가뜩이나 지도자가 없다는 한국 축구계인데 버려지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근래 몇 년 동안 이런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면 구단의 내부를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지도자들이 다 문제가 있었다니까"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해진 FC서울이다.

어쩌면 서울에 감사해야할 다른 구단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단이 애지중지하는 지도자를 어떻게든 품고 있으려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뻔했던 팀도 있고 어쨌든 우승 경쟁을 이끌던 기존 감독의 해임을 결정한 뒤 예상치 못한 감독대행과 함께 더 흔들리고 있는 구단도 있다. 생각해보면, FC서울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가 지도자를 막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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