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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슬럼프 빠진 KIA 박찬호, 김태균 오승환처럼 될까
출처:스포츠서울|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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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IA 최대 ‘히트상품’인 박찬호(25)는 최근 타격 부진으로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잦다. 올해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옮겨 맞춤옷을 입었다고 자평했는데, 때아닌 타격 부진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15일 현재 팀이 치른 36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30안타 타율 0.211로 부진하다. 특점권타율 0.121는 낙제점에 가깝다.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은 듯 한 표정까지 나온다.

시즌 개막 직후 새 루틴까지 만들며 타격 능력 향상에 매진했다. 박찬호는 타석에 서서 상대 투포수가 사인 교환을 할 때 아련한 눈빛으로 외야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 표정이 마치 그룹 일기예보의 히트곡 인형의 꿈 노래 가사인 ‘그댄 먼 곳만 보네요’를 떠올리게 한다.

박찬호는 “투수만 계속 응시하다보면 오히려 집중이 잘 안된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다른 방법을 찾다가 이 동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우측 폴을 바라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먼 곳에 목표점을 두고 지긋이 바라보다 투수로 시선을 옮기면 순간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처럼 느낀다. 언뜻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박찬호 이전에도 KBO리그 레전드급으로 맹위를 떨친 선수들이 비슷한 동작을 했다. 멀리 있는 물체를 보다가 가까이 있는 물체로 시선을 옮기면 일종의 핀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화 김태균(38)이다. 통산 타율 0.323, 출루율 0.423에 달하는 김태균은 투수가 투구동작을 시작하기 직전 우측 폴을 보는 습관이 있다. 폴을 보다가 투수쪽으로 시선을 옮겨 날아오는 공에 리듬을 맞춘다. 김태균은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바라보다 투수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투수의 움직임과 볼이 잘 보이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집중하기 좋아 어릴 때부터 했던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 때 김현수(LG) 추신수(텍사스) 이대호(롯데) 등과 ‘투수의 공이 어디까지 보이는지’를 놓고 유쾌한 설전을 펼쳤는데, 김태균은 “실밥 회전까지는 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다른 ‘눈야구’를 하는 비결 중 하나가 순간적인 초점 변화였던 셈이다.




3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끝판왕’ 오승환(38)도 비슷한 루틴이 있다. 포수 미트와 타자만 계속 쳐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어 3루 더그아웃 위 어딘가를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실제로 오승환이 투구할 때 보면, 사인 교환을 하기 전 3루 더그아웃 위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승환은 “멀리 있는 물체에 집중하다가 포수를 보면 미트가 더 커보이기도 하고, 던져야 할 타깃이 명확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1.72에 단 9시즌 만에 277세이브를 거둘 수 있었던 동력이다. 오승환은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80개), 메이저리그(42개) 등에서 399개의 세이브를 올려 전대미문의 400세이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먼 곳을 응시하는 루틴을 가진 레전드급 선수들은 올해 본의 아니게 굴욕을 당했다. 김태균은 소속팀 한화가 18연패 늪에 빠지는 동안 숱한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연패탈출에 성공한 지난 13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 되기 전 호쾌한 홈런으로 개인과 팀 부진 탈출을 동시에 예고했다. 삼성 오승환도 홀드 두 개를 기록했지만, 2연속경기 실점해 마무리 복귀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오승환에 대한 삼성의 신뢰는 굳건하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기 마련이다. ‘먼 곳만 보는’ 박찬호의 루틴도 전환점을 만들어낼지 눈길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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