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DNA가 달라".. 아빠 허재 '농구대통령', 두 아들은 '프로 간판스타'
출처:동아일보|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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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테니스의 비너스 윌리엄스(40), 세리나 윌리엄스(39) 자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켄 그리피(70), 켄 그리피 주니어(51) 부자. 미 블리처리포트가 선정한 ‘유명 스포츠 가족’이다. 꼭 빼닮은 뛰어난 신체 능력, 탁월한 승부사적 기질. ‘스포츠 DNA’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대표적인 스포츠 가족을 소개한다.
○ 시상식 휩쓰는 ‘농구 대통령’의 두 아들

프로농구 간판스타로 성장한 허웅(27·DB)과 허훈(25·KT) 형제가 대표 케이스다. ‘농구 대통령’인 아버지 허재 전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55)의 유전자에 본인들의 노력을 더해 실력을 키웠다.

허 전 감독은 프로농구 TG삼보(현 DB)에서 뛸 당시 경기가 없는 날 집에 오면 아들과 장난감 농구 골대에 공을 넣는 게임을 하고 놀았다. 허 전 감독은 “사실 나는 아들에게 농구를 시킬 생각이 없었다. ‘운동을 시켰는데 잘하지 못하면?’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두 아들이 엄마를 졸라서 농구를 했다. 지금이야 뿌듯하지만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삼광초에서 농구를 시작한 둘은 아버지가 졸업한 용산중·고를 거친 뒤 대학은 아버지(중앙대)와 달리 연세대를 졸업했다.

이들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지도했던 이효상 DB 코치(전 용산고 감독)는 “정말 절묘하게 아버지의 능력을 반반씩 다르게 물려받았다. 형제지만 농구 DNA가 달라 각기 다른 장점을 살려주려고 지도 방법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허웅은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돌파 등이 아버지와 닮았다. 허훈은 승부욕, 여유, 경기 운영 능력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이 코치는 “허웅은 아버지의 DNA를 연습을 통해 자신의 몸속에 확실히 자리 잡게 한 ‘후천적 노력형’ 선수다. 허훈은 체력과 센스, 기술이 상당히 좋았다. ‘타고난 선수’의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쪽은 허훈이다. 허 감독은 키가 188cm이고 허웅은 186cm, 허훈은 180cm.

허훈은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997∼199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고도 챔프전 MVP를 차지했던 아버지에 이어 ‘부자 MVP’라는 진기록을 썼다. 허웅은 인기상을 수상해 겹경사를 맞았다.

○ 5분 차이로 태어난 슈퍼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프로배구에서는 여자부 흥국생명의 24세 쌍둥이 자매 이재영(178cm), 이다영(179cm)이 있다. 5분 차이로 먼저 태어난 언니 이재영은 레프트, 동생 이다영은 세터로 국가대표팀의 주전을 맡고 있다.

재영, 다영 자매의 뛰어난 운동신경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여자 배구 대표팀으로 뛰었던 어머니 김경희 씨(54)에게 물려받았다. 어머니 김 씨는 “어렵게 운동한 만큼 아이들은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유치원 때만 봐도 애들의 몸놀림이 남달랐다.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다 싶었다”고 말했다. 키 170cm인 어머니를 닮아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 자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란히 배구를 시작했다.

현역 시절 왼손잡이 세터였던 김 씨는 “머리 회전이 빠른 게 다영이는 세터를 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부탁해 오른손잡이인 다영이가 왼손을 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배구에서 왼손잡이 세터는 2단 공격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 김 씨는 “선배 언니들이 지금 다영이 폼이 현역 때 내 폼과 같다고 하더라. 세터치고 공격 시도를 많이 하는 모습도 내가 봐도 날 닮았다”고 말했다. 이재영은 어릴 때부터 어깨가 넓고 힘이 뛰어나 공격수를 맡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다영은 언니와 한팀에서 뛰기 위해 연봉 4억 원(옵션 1억 원)에 현대건설에서 흥국생명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역시 FA로 잔류를 선택한 이재영의 연봉은 6억 원(옵션 2억 원). 연간 자매가 버는 돈만 10억 원이다.

자매의 큰언니는 대학 시절까지 펜싱 선수를 했고, 남동생 이재현 군(17·188cm)은 남성고 배구부 2학년이다.

○ 바람의 아들에 도전하는 바람의 손자

야구에서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코치(50)와 ‘바람의 손자’ 키움 이정후(22) 부자가 돋보인다. 이 코치가 일본 주니치에서 뛰던 199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이정후는 뛰어난 야구 센스, 타격 능력 등이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자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 전 코치는 2002년 부산에서, 이정후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각각 우승하면서 부자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5일 개막하는 KBO리그에서 이정후가 아버지를 넘어 200안타의 대기록을 세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전 코치의 최다 안타 기록은 1994년 196안타(역대 3위), 이정후는 2019년 193안타(역대 공동 5위)다. 200안타 돌파는 2014년 서건창(201안타)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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