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는 없다.”

‘악바리’ 이용규(35·한화)가 다시 글러브와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간절함은 깊고, 의지는 크다. 자신을 향한 비딱한 시선을 환호성으로 바꾸기 위한 ‘시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프로야구 한화는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에 한창이다. 2월의 시작을 애리조나에서 맞은 한화는 2019시즌 9위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본격적인 팀 재정비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인 모내기와 같다. 그만큼 정성을 쏟으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주장 이용규도 마찬가지다. 이용규는 2019시즌을 앞두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트레이드 요구로 팀을 흔들었다. 이 일로 본인은 물론 팀까지 풍파를 겪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이후 행보이다. 이용구는 진심 어린 반성과 그라운드의 소중함을 느꼈고, 그 모습을 본 구단과 한용덕 감독은 2020시즌 다시 함께 뛰자고 손을 내밀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 봄비가 내려야 모내기도 할 수 있다. 이용규는 더 단단해져서 돌아왔고, 한화는 모내기를 할 수 있는 땅에 물을 부었다. 이들이 함께 쑥쑥 자랄 수 있도록 거름도 필요하다. 그 거름은 바로 간절함이다.

이용규는 애리조나로 향하면서 짧고 강렬한 한마디 “핑계는 없다”고 전했다. 한 시즌을 통으로 쉬었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 훈련을 꾸준히 했어도 경기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도 무시할 순 없다. 무엇보다 자신을 비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했다.

이 모든 우려와 시선을 지우고 바꾸기 위해서는 그라운드에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용규는 지난 2017시즌 부상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2018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491타수 144안타) 82득점 36타점으로 활약했다. 도루도 30개를 기록했다. 수치상 목표를 정하진 않았지만, 2018시즌의 활약과 당시 3위에 오르며 기세를 올린 팀 분위기를 재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마무리캠프부터 교육리그까지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훈련을 소화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여전하다.

한화 관계자는 스포츠월드와의 통화에서 "이용규가 스프링캠프에서 집중력 높은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자신의 훈련뿐만 아니라 선후배도 살뜰하게 챙긴다"라며 "팀 분위기도 이용규 주도 아래 굉장히 열정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주장으로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핑계를 만들지 않겠다”며 굳은 의지를 나타낸 그가 독수리의 비상을 이끌지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