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 조합의 아쉬움이 짙게 남은 한 판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H조 4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8이 된 대표팀은 H조 1위는 유지했지만, 2위 레바논(승점 7)과 3위 북한(승점 7)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대표팀에 익숙한 4-1-2-3 카드를 꺼내들었다. 큰 변화는 없었다. 황의조와 손흥민이 투톱을 이뤄 최전방을 지키고, 그 뒤를 이재성-황인범-남태희를 세웠다. 나상호가 빠졌지만, 황인범과 이재성을 두며 기본 틀은 유지했다. 2차예선 1차전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과 3차전이었던 북한전과 달랐던 부분은 나상호 대신 남태희가 들어간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재성이 그나마 제 몫을 했을 뿐 남태희와 황인범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황인범은 연이은 패스 미스로 공격 흐름을 끊었고, 부정확한 크로스와 슛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스리랑카전을 통해 11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남태희도 몸이 무거워보였다. 벤투 감독은 중동에서 활약하는 그에게 믿음을 보이며 베스트11에 포함시켰지만 기대에 맞는 활약은 아니었다. 대표팀은 전반전 61%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유효 슛은 단 2개에 불과했다. 공을 오래 소유했지만, 최전방과 2선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손흥민은 2선뿐 아니라 3선까지 내려와 볼을 받는 장면도 나왔다. 황의조는 특유의 움직임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지만, 볼 터치 횟수 자체가 적었다. 황의조는 3경기 연속 침묵을 이어가게 됐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을 향해 “장점이 많은 선수”라고 강조하며 그를 감쌌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인범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황희찬이 황인범의 자리를 맡고, 이재성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며 대표팀 공격이 활기를 띄었다. 후반 39분에 이재성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이강인도 볼 소유와 넓은 공간을 활용한 정확한 패스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상 유지를 택하지 않은 벤투 감독의 선택은 레바논 원정 무승부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선수를 향한 믿음은 좋지만, 때때로 변화는 필요하다. 대표팀의 2선 자원은 많다. 어떤 조합으로 최상의 효과를 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