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도 성범죄 저지른다" 미 피겨스타 애슐리 와그너 미투 폭로
출처:한국일보|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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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제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그를 좋아했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 그런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착한 사람’도 당신을 해칠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학대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미국 피겨 스타 애슐리 와그너가 미성년자 시절 동료 선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은 또 다른 미국 유명 피겨스타 존 코글린이다. 코글린은 최소 3명의 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자격 정지를 받은 상태에서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와그너의 피해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와그너의 이번 미투 폭로로 그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최소 4명 이상이 됐다.

와그너는 1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008년에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에는 내가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 말을 해야 바뀐다는 걸, 이런 문제는 남녀를 떠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무언가 해야 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현지 USA투데이와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와그너는 2008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가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과 한집에 모이게 됐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친구들과 모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와그너는 “그날은 아는 친구들이 많았고 가보고 싶었다. 같이 어울리고 싶었다. 파티가 끝나고 나를 숙소로 데려다 줄 사람이 없었는데, 친구들 모두 그 집에서 자고 간다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침대도 있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잠들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건 한밤중이었다. 와그너가 잠든 침대에 코글린이 찾아와 키스와 추행을 했고 와그너가 용기를 내 멈추라고 하자 추행을 멈췄다고 한다. 그날 이후 코글린은 단 한 번도 성추행에 관해 와그너에게 언급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와그너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시간은 5분이었다. 단 5분, 이 짧은 시간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의 뇌를 잠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성추행 피해를 공개하지 못했다. 자신이 당한 일이 성추행이었다는 걸 깨달은 뒤에도 세상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줄까 두려워했다. 그는 “부모님께 말했다간, 그런 델 왜 갔냐고 혼내실까 봐 무서웠다. 사람들이 내 말을 믿을까? 모든 사람이 코글린을 좋아했다. 그는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와그너는 자신의 미투가 어린 선수들의 훈련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미 고인이 된 존 코글린의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한 이유다. 그는 “나의 폭로로 유족들이 상처를 받지 않길 바란다. 내가 코글린의 실명을 밝히며 폭로한 이유는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와그너는 “13세부터 21세까지 모두 같이 훈련하고 있다. 모두 함께 합숙하며 운동하고 훈련받고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며 “성인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어린 선수들이 안전하게 훈련받도록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7세였던 내게 피겨 사회를 그렇지 못했지만, 어린 선수들을 아이로 지켜주고 싶었다”며 “특히 스포츠계에서 미투 폭로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다른 여성들에게 여전히 일어난다는 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와그너는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2006년 트리글라브 트로피 주니어 여자 싱글 1위로 데뷔한 뒤 유망주로 떠올랐다. 김연아와 동시대에 활약하며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와그너는 지난 2013년과 2016년, 한국에 방문해 김연아의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에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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