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쳤다, 분하다" 프로데뷔전 쓴맛, 차유람의 승부근성 깨우다
출처:스포츠서울|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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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못 쳤다. 평소 이렇게까지 못 치진 않았는데….”

4년의 공백을 깨고 3쿠션 프로 선수로 돌아온 ‘당구 여제’ 차유람(32)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차유람은 2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프로당구 2차 대회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LPBA) 64강 1조 서바이벌 경기에서 30점을 기록해 히가시우치 나츠미(78점), 김갑선, 박수아(이상 46점)에게 밀려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아마추어 시절 포켓볼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한 그는 지난 2015년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면서 사실상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가 최근 프로당구협회(PBA)가 남녀리그를 출범하면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는데 지난달 끝난 파나소닉 오픈 초대 대회 이후 선수 복귀 열망을 품었다. 4년 만에 큐를 잡고 3쿠션 훈련에 집중한 그는 이번 대회에 PBA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하면서 현역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3쿠션 종목은 테이블 크기에서부터 큐까지 포켓볼과 달라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날도 비교적 쉬운 공 배치에도 샷이 다소 짧거나 길었다. 게다가 아마추어 당구에서는 40초 안에 샷을 하면 되지만 프로 리그에서는 ‘30초 룰’이 적용된다. 6이닝에 뜻하지 않게 시간 반칙을 범하는 등 차유람은 평소의 샷 루틴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더구나 지난달 LPBA 초대 챔피언인 김갑선과 일본의 강자 히가시우치, 2008년 여자3쿠션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박수아와 ‘죽음의 조’에 묶였다. 초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경쟁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간 것과 다르게 11이닝까지 한 점도 얻지 못했다. 가까스로 경기 시작 34분이 지난 12이닝 만에 프로 데뷔 첫 득점에 성공했다. 비로소 숨통이 트인 차유람은 뒤돌려치기를 포함해 정교한 샷으로 3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13이닝에도 까다로운 포지션 플레이 공략에 성공하는 등 조금씩 이름값에 걸맞는 플레이가 나왔다. 하지만 후반 들어 애석하게도 다시 샷이 흔들렸다.

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뛰고 2010 세계9볼 암웨인 오픈, 2011 베이징 오픈을 제패한 경험 많은 차유람에게도 프로 데뷔전은 살 떨리는 무대였다.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포켓에서는 테이블 적응을 잘 하는 편이었는데 3쿠션 테이블은 예민하게 반응하더라. 반 포인트, 공 2개 차이로 빠졌다. 분명히 맞게 쳤는데 길거나 짧았다. 대처를 못하면서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30초 룰’에 대비한 훈련을 해왔지만 실전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그는 “나는 엎드려서 예비 샷을 하면서 감각을 끌어올린 뒤 샷을 한다. 그런데 30초 안에 하기 힘들더라. 서둘러 보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취재진 앞에서 애써 웃어 보였지만 속내를 모두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너무 오랜만에 대회 출전을 했다. 하필 첫 경기에서 초대 챔피언 등과 묶이다보니 복합적으로 부담을 느꼈다. 초반에 쉬운 공도 있었는데 집중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에 전념하다가 갑작스럽게 큐를 잡은 그는 훈련기간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리 국내 정상급 선수였다고 해도 포켓과 3쿠션은 엄연히 다른 종목이다. 그러나 차유람은 데뷔전 부진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않았다.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는 “프로라고 하기에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시청자나 당구 치시는 분이 보기에 ‘프로는 다르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역 복귀전이자 프로 데뷔전에서 쓴 맛을 봤지만 예전 차유람의 승부 근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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