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경 "후배들, 유튜브에 프로선수 훈련법 올려놨어요"
- 출처:한국일보|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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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김보경(30)이 프로축구 K리그1 현역 선수로는 최초로 ‘유튜버’에 도전했다. 25일 울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보경은 “구독자 1,000명만 넘으면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며 “(이)근호 형이랑 (박)주호 형도 처음엔 ‘절대’ 안 찍는다고 했지만 이제 마음이 바뀌었는지 출연 약속을 받아냈다“며 미소 지었다.
김보경은 지난달 30일 동영상플랫폼 유튜브에 이름 앞 글자를 따 ‘KBK FootballTV’ 채널을 개설하고 자신의 훈련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근력 운동부터 자아 성찰의 비디오 분석 영상, 울산 선수단의 슈팅 연습 등 프로 선수들의 실제 훈련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이제 갓 한 달이 지난 지금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다. 29일 기준 구독자 수 1,600명을 돌파했다. 프로의 트레이닝 방식을 궁금해했던 축구 팬들의 호기심을 해소시켜주는 동시에 직접 따라 해보니 유익하다는 예비 선수들의 반응이 대다수다.
현역 선수, 그것도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에게 유튜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 김보경은 그 계기를 “잘못된 방식으로 훈련하는 어린 후배들이 눈에 밟혀서”라고 말했다. 김보경은 “중견 선수가 되고 나니 ‘3, 4년만 전문 트레이닝 방법을 일찍 접했다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됐을 텐데’하는 후회가 많았다.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주변의 후배 선수들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 개인마다 체계적인 스케줄을 설계해주는 해외리그와 달리 한국은 훈련 환경도 열악했다. 김보경은 “냉정하게 말해 K리그는 피지컬 훈련 환경이 좋지 않다. 선수단 규모는 20~30명에 이르지만 피지컬 코치는 한 명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어린 선수들을 신경 쓸 수 없는 구조다. 근육량과 컨디션 등에 따라 훈련 방식에 차별화를 둬야 하는데 무겁게만 하면 좋다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이 꺼려지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김보경은 “이 영상으로 다른 선수가 2배 성장하면 오히려 저도 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K리그도, 한국 축구도 전체적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튜브 수익도 K리그 팬들을 위한 이벤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보경은 국가대표팀 시절 인연을 활용해 동료 선수들의 ‘비법’도 유튜브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유의 꾸준함으로 잘 알려진 윤영선이 첫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K리그 각 구단의 에이스 선수들이 이미 출연 대기 중이다. “(이)재성이랑 (이)청용이 형도 시즌만 끝나면 영상에 등장할 예정이고 (박)지성이 형한테도 심심할 때 제 유튜브 영상 좀 봐달라고 미리 ‘밑밥’을 깔아놨다. 영상에 일본어 자막을 추가한 것도 피지컬 트레이닝이 선진화된 일본 J리그 선수들 섭외할 때 도움이 됐으면 해서다.”
선수가 축구 외적인 일을 한다는 비판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김보경은 올 시즌 울산에서 8경기 2골 2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오히려 훨훨 날고 있다. 팀도 덩달아 승승장구다. K리그1에서는 전북에 승점 차 없는 2위를 달리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는 H조 1위로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김보경은 “김도훈 감독님이 주문하는 공격적 스타일도 잘 맞고, 친한 선수들도 많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K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국가대표팀 복귀도 노리고 있다. 김보경은 “리그 우승과 함께 대표팀에 복귀하는 것이 목표”라며 “2선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지만 K리그에서 가장 인정 받는 선수가 되면 자연히 기회가 올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제 ‘투잡’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김보경은 “아무래도 팀 성적과 축구가 1순위이기 때문에 영상이 늦게 올라올 수도 있는 점은 이해해 주면 좋겠다”며 “재미보다는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 지루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채널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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