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 Inside] 브렛 브라운 감독의 돋보였던 시먼스 활용
- 출처:바스켓코리아|201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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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확실하게 높은 곳을 노리고 있는 필라델피라에 세븐티식서스가 플레이오프 첫 관문을 뚫을 준비를 마쳤다. 필라델피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8-2019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전 브루클린 네츠와의 원정경기에서 112-108로 승리했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승리로 3승을 선취하면서 2라운드 진출 전망을 밝혔다. 1차전을 패할 때만 하더라도 이변의 희생양이 될지 관심을 모았지만,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내리 쓸어 담으면서 2라운드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 도중 다수의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시즌 초반에 지미 버틀러를 데려간데 이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토바이어스 해리스를 품었다. 비록 이번에 올스타에 뽑히진 못했지만, 올스타로 분류되어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기존 조엘 엠비드와 벤 시먼스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에 이들 둘을 더하면서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추가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마켈 펄츠를 정리하면서 시즌 후 이들을 앉힐 여지까지 마련했다. 제임스 에니스까지 더하면서 벤치 전력까지 더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시즌 막판 온전한 전력으로 나서지 못했다. 엠비드가 무릎 통증으로 결장하면서 트레이드 이후 꾸린 전력을 제대로 가동해보지 못했다. 필라델피아 코칭스탭도 고민이 적지 않았을 터. 워낙에 탁월한 엠비드인 만큼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제 전력을 갖췄을 때 공격 분배 등 역할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막상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될 여지도 없지 않아서다. 시즌 도중 버틀러를 데려온 이후에도 예상보다 많이 치고 올라서지 못한 부분도 공간 창출 및 버틀러와 시먼스의 역할 배분 문제가 수반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동부컨퍼런스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팀들 중 하나는 단연 필라델피아였다. 밀워키 벅스와 토론토 랩터스가 상대적으로 전력 차이가 나는 팀들과 대결하는 만큼 무난히 동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 합류할 것으로 여겨져서다. 필라델피아도 격차가 상당한 브루클린과 마주하지만, 엠비드의 상태가 100%가 아닌 만큼, 어떤 경기력으로 브루클린을 맞설지에 많은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첫 경기를 내주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2차전부터 한 경기도 내주지 않았지만, 불안한 부분이 제법 노출됐다.
누구보다 필라델피아의 브렛 브라운 감독은 1차전 패배를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필라델피아가 자칫 1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을 경우 경질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영진에서 탁월한 전력보강을 통해 코칭스탭을 지원한 만큼, 브라운 감독이 지게 될 책임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2차전은 중요했다. 브라운 감독은 2차전 하프타임에서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2차전마저 내줄 경우 시리즈 운영이 상당히 힘들어지는데다 분위기에서 뒤처질 여지가 많았다.
브라운 감독의 ‘한 방‘은 곧바로 들어맞았다. 필라델피아는 2차전 3쿼터에서만 무려 51점을 몰아치면서 필라델피아가 우위를 잡았다. 123점이라는 많은 점수를 내줬지만, 필라델피아는 브루클린보다 22점을 더하면서 이번 플레이오프 첫 승을 거뒀다. 3차전에서도 필라델피아는 130점이 넘는 탁월한 공격력을 자랑하면서 브루클린을 돌려세웠다. 1차전을 내주면서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내준 필라델피아였지만, 3차전을 따내면서 다시 안방에서 치르는 이점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4차전까지 잡아내면서 2라운드 진출을 목전에 두게 됐다.
시먼스의 장점을 극대화한 브라운 감독
1차전 패배는 벤 시먼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엠비드가 결장한 가운데 시먼스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시먼스는 이날 9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3블록에 그쳤다. 수비에서는 나름 제 몫을 해줬지만, 정규시즌 기록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득점과 어시스트로 인해 필라델피아의 공격전개가 원활하지 못했다. 브루클린의 토니 엣킨슨 감독은 확실한 새깅디펜스(뒤로 물러서서 돌파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슛이 취약한 선수들에게 자주 활용되는 수비법)를 펼치면서 시먼스를 제어하고자 했다.
엣킨슨 감독의 선택은 주효했다. 시먼스가 림으로 다가왔지만, 페인트존을 지키고 있는 브루클린 선수들에 의해 시먼스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시먼스의 패스루트까지 어느 정도 봉쇄하면서 필라덷ㄹ피아의 공격시작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버틀러가 이날 양 팀에서 가장 많은 36점을 퍼부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이 적었던 데다 시먼스의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해리스의 위력도 떨어졌다. 위기 때마다 버틀러가 나섰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엠비드가 나서지 못했고, 무엇보다 시먼스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브라운 감독은 시먼스의 단점을 가리는 세 가지 방안을 들고 나왔다. 첫째, 공격을 시도할 때 시먼스를 파워포워드처럼 활용하는 것이었다. 공을 몰고 온 후 J.J. 레딕에게 공을 넘기거나, 레딕이 공을 운반한 이후 림 근처 쇼트코너(베이스라인과 프리드로우레인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먼스가 자리한 후 레딕에게 스크린을 나서거나 하이포스트로 올라온다. 이 때 레딕과 시먼스의 픽게임이 벌어지거나 시먼스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은 이후 공격에 나선다. 이로 인해 슛이 약한 시먼스의 단점이 가려질 수 있게 됐다.
2차전에서는 조엘 엠비드가 출격하면서 시먼스의 부담도 줄었다. 시먼스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았을 때, 브루클린은 골밑의 엠비드와 외곽의 해리스를 모두 견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로테이션에 의해 마이크 스캇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돌파와 패스를 통해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시먼스와 골밑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뽐낼 엠비드가 있어 브루클린의 수비는 어느 하나 견제하기 쉽지 않았다. 외곽도 마찬가지였다. 레딕, 해리스, 스캇은 2차전에 3점슛 7개(도합 14개 시도 50%)를 합작했다.
이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케빈 듀랜트가 가세한 이후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나 안드레 이궈달라가 공을 몰고 오지만, 드레이먼드 그린이 코트에 있을 때 그린이 하이포스트나 정면에서 공을 넘겨받는다. 이는 슛이 탁월한 커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린이 하이포스트에 올라왔을 때 공을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스크린을 통해 상대 수비를 1차적으로 흔들 수 있다. 브라운 감독은 시먼스를 흡사 그린처럼 활용했다.
둘째, 시먼스와 레딕의 픽게임을 보다 더 활용했다. 레딕은 슈터지만 본인이 직접 픽게임을 전개할 능력을 갖고 있다. 시먼스가 벤치를 지킬 때면 레딕이 주도하는 픽게임이 간헐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앞선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레딕이 공을 잡았을 때, 시먼스가 스크리너로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경우는 반대의 수다. 시먼스가 공을 몰고 오고, 나머지 선수들이 베이스라인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 레딕이 스크린을 위해 빠져 나온다. 레딕이 직접 나오기 어려우면 다른 선수들의 스크린을 통해 시먼스쪽으로 움직인다.
레딕은 보통의 스크린이 아닌 업스크린을 선다. 동시에 시먼스가 돌파를 시도한다. 이 때 시먼스의 수비는 레딕에게 1차적으로 가로 막힌다. 이후 코트 공간 확보를 위해 레딕은 외곽으로 빠진다(팝아웃). 이 때 브루클린의 수비는 흐트러져 있다. 픽게임을 전개할 수 있으면서도 시즌 때도 시먼스의 괜찮은 호흡을 자랑한 레딕을 스크리너로 활용하면서 시먼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방법이다.
레딕이라는 슈터가 업스크린 이후 팝아웃에 나서면 브루클린 수비는 레딕도 어느 정도 견제해야 한다. 레딕의 수비수와 시먼스의 수비수가 순간 스위치가 발생할 경우 레딕은 손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수비수가 윙이나 탑으로 빠진 레딕을 잡기 위해 나설 경우 시먼스의 패스가 빈 선수에게 향하거나 레딕을 거쳤다가 다시 공이 골밑으로 향한다. 골밑 견제를 위해 외곽의 다른 수비수가 골밑으로 오면 밖에서 기회가 난다. 이처럼 레딕의 업스크린을 통해 필라델피아가 보다 수월하게 공격을 풀어나갔다.
뿐만 아니라 업스크린 이후 시먼스가 공을 잡은 후 컬을 한 레딕에게 패스를 건넨 장면도 나왔다. 시먼스가 볼핸들러면서도 스크린에 나섰고, 스크리너지만 레딕이 공을 잡으면서 볼핸들러처럼 움직인 결과였다. 레딕은 상대 수비의 방해 없이 3점슛을 시도했다. 브루클린의 수비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 결과 2차전에서 140점이 넘는 엄청난 점수를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주고받기(Give & Go)다. 시먼스가 공을 몰고 간 후 오프스크린을 통해 빠져나온 레딕에게 패스한 후 시먼스가 골밑으로 파고든다. 브루클린의 수비가 물러나 있기에 시먼스는 유유히 골밑으로 향하고, 레딕의 패스가 향한다. 이 때 엠비드나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잡거나 시먼스가 자연스레 자리를 잡은 골밑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이 여럿 포착됐다. 레딕이 스크린을 받고 나올 때 브루클린은 레딕의 3점슛과 엠비드의 골밑을 모두 살펴야 했기에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즉, 레딕이라는 교두보를 통해 오히려 시먼스의 단점을 가리면서 코트를 넓게 쓸 수 있었다. 엠비드가 골밑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볼핸들러와 스크리너를 넘나들 수 있는 슈터인 레딕이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동시에 시먼스가 슛은 약하지만 돌파와 패스는 확실히 강한 만큼, 이는 곧 시먼스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편이기도 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는 2차전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잡았고, 여세를 몰아 3, 4차전을 내리 접수하면서 브루클린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결국, 브라운 감독은 1차전에서 상대 엣킨슨 감독에게 확실히 당했지만, 이후 이를 잘 보완했다. 시리즈 도중 상대 수비 및 공격 맞춤 전술에 대응하는 카드를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의 주전 5명이 워낙에 확실한 특장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두터운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적극 활용해 이에 대응했다. 그 결과 시먼스는 1차전에서는 크게 부진했지만, 2차전에서 18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팀을 이끌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3차전에서는 자신의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인 31점을 뽑아냈다. 자유투로 9점을 올린 시먼스는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대로 3점슛 시도 없이 30점 이상을 득점했다. 브루클린의 수비가 여전히 슛이 약한 시먼스를 상대로 물러나면서 대처했지만, 시먼스는 유유히 득점에 성공했다. 4차전에서도 시먼스는 15점 8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이만하면 1차전 부진을 지워내고도 남을 만한 활약이다.
물론 2차전부터 분위기를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시먼스가 살아난 것도 중요하지만 엠비드의 활약이 가히 절대적이었다. 4차전에서도 엠비드는 무려 31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 6블록으로 코트를 확실하게 접수했다. 2, 3차전과 달리 접전 양상으로 전개된 4차전에서 엠비드의 공수 맹활약으로 인해 필라델피아가 2라운드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시먼스가 가세하지 못했다면, 필라델피아가 예상보다 좀 더 힘든 시리즈를 펼칠 수도 있었다.
포워드의 신체조건에 슛을 제외한 가드의 모든 기술을 두루 갖고 있는 시먼스. 1차전 부진을 뒤로 하고 브라운 감독이 그의 활동반경을 더욱 넓히면서 필라델피아가 2년 연속 동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 진출을 앞두고 있다. 더 나아가 동부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이상을 노리고 있는 필라델피아로서는 엠비드의 건강과 시먼스의 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리즈를 조기에 끝낼 경우 엠비드는 휴식 및 회복 시간에 돌입할 수 있다.
반면, 시먼스의 단점을 가리긴 여전히 쉽지 않다. 버틀러와 해리스 그리고 레딕까지 있어 2라운드서 만날 것이 유력한 토론토 랩터스도 카와이 레너드나 데니 그린을 시먼스의 수비수로 투입하긴 쉽지 않다. 시먼스가 동료들과 코칭스탭의 운영에 힘입어 자신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과연 시먼스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꾸준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을까. 시먼스 그리고 더 나아가 브라운 감독의 묘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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