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은근히 월드컵 16강에 잘 올라가는 국가다. 2000년대에 들어서만 벌써 세 번이나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스위스는 16강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한다.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스위스는 3일(이하 한국 시각) 오후 11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 스웨덴전을 치른다. E조 2위로 16강에 올라선 스위스는 F조 1위를 차지한 스웨덴과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이게 됐다.

경기를 앞둔 스위스에는 한 가지 두려움이 있다. 바로 16강 무득점 징크스다. 스위스는 1954 FIFA 스위스 월드컵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조별 라운드 이후에 치러진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득점에 성공한 기억이 없다.

1954년 이후 스위스의 첫 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은 1994 FIFA 미국 월드컵이었다. 당시 스위스는 루마니아·미국·콜롬비아와 한 조에 묶였는데, 1승 1무 1패 조 2위의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러나 토너먼트 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이었고, 스위스는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3으로 대회에서 탈락했다.

그 다음 도전은 2006 FIFA 독일 월드컵이었다. 한국·프랑스·토고와 같은 그룹이었던 스위스는 힘든 여정을 지나 16강에 올랐고, 8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안드리 세브첸코가 이끄는 우크라이나를 만났다. 스위스는 상대적으로 할 만한 상대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빈공에 시달렸는데, 결국 연장 전·후반까지를 0-0으로 마쳤고 승부차기에서 패해 또다시 16강에서 넘어졌다.

가장 최근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스위스는 또 16강에 올랐다. 프랑스·에콰도르·온두라스와 같은 조에서 2승 1패의 성적을 거둬 조 2위로 토너먼트행에 성공했다. 이번 16강 상대는 아르헨티나였다. 스위스는 연장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위협했으나 끝내 득점에는 실패했고, 연장 후반 13분 앙헬 디 마리아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이처럼 스위스는 최근 세 번의 16강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탈락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징크스를 깨고 싶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상대가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탁월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F조를 1위로 통과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바이킹 전사들의 공격력은 그다지 거세지 않았으나, 필드플레이어 10인 똘똘 뭉치는 수비 라인만큼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한국과 멕시코는 스웨덴에 전혀 흠집을 내지 못했고, FIFA 랭킹 1위 독일조차 겨우겨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런 스웨덴을 상대로 스위스는 득점에 성공해야 한다.

연장까지 가면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는 스위스이기에 이번만큼은 제 시간 내에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클 듯하다. 과연 이번에는 스위스가 16강에서 득점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비 조직이 튼튼한 스웨덴을 상대로 골을 기록한다면 분명 훌륭한 성과다. 동시에 1954년 이후 아주 오래간만에 월드컵 8강 진출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