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좀 던졌으면 좋겠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2016년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그해 한화 투수진이 내준 볼넷은 63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2위 롯데(585개)와 차이도 컸다. 김 전 감독이 부임했던 첫해엔 더 많았다. 무려 648개.

2015년과 2016년뿐만 아니라 한화는 지난 몇 년 동안 볼넷 허용이 상위권이었다. 볼이 많아지면서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이용규 김태균 정근우 등 국가 대표급 야수진을 보유하고도 가을 야구에 못 갔던 이유다.

지난 3월 한용덕 한화 감독은 투수 이태양을 2군으로 내리면서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투수로서 가장 해선 안 될 것을 했다.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붙어야 했는데 그런 경기력이 안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투수 출신인 한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수들에게 공격적인 승부를 주문했다. 한 감독의 공개 질타와 이태양을 2군으로 내려보낸 결정은 투수진 전체를 향한 메시지였다. “볼을 던지면 쓰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경각심을 가진 한화 투수들은 의식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이에 맞춰 포수 최재훈과 지성준 또한 공격적인 승부를 주문한다. 2일 현재 한화 투수진의 볼넷은 161개로 SK, KT(이상 137개), KIA(155개)에 이어 리그에서 네 번째로 적다. 불펜이 특히 공격적이다. 볼넷이 66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현재 한화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불과 3.17로 1위다. 최약체로 꼽혔던 한화를 2위로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단단해진 수비도 볼넷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제러드 호잉이 가세하면서 외야에 안정을 찾았고 내야엔 무실책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송광민과 수비가 한 단계 더 성장한 하주석이 버티고 있다. 배영수는 “볼넷이 확실히 줄었다”며 “수비 덕분이다. 외야가 든든하고 내야에서 하주석 등 다른 선수들이 잘 잡아 주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덤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수비 또한 투수들의 도움을 받는다. 한 감독은 “볼이 많으면 수비 시간이 늘어나고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니까 수비 시간이 짧아졌다. 그래서 야수들이 집중력 있게 수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훈은 “지난해엔 우리가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못 내고 수비에 들어갔을 때 볼넷이 너무 많았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안타를 맞거나 하면서 대량 실점이 많았다”며 “그러나 올해는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들어가고 또 빼야 할 땐 잘 빼고 있으니 결과가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