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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트넘은 왜 손흥민과 재계약을 망설이나
- 출처:주간동아|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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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선발진에서 사라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마음을 고쳐먹은 탓이다. 손흥민 대신 내세운 이는 포지션 경쟁자 에리크 라멜라. 장기 부상 후 서서히 컨디션을 찾아가는 선수였다. 손흥민이 절정의 행보를 보이던 터라 반발은 더했다. 중요 경기에서 손흥민이 벤치에 앉자 적잖은 이가 의구심을 표했다. 여기에 답답한 경기력까지 보이자 영국 BBC는 ‘손흥민이 절실했던 경기‘라며 이례적인 논평을 달기도 했다.
이에 손흥민은 어떻게 대응했느냐. 화력으로 대차게 받아쳤다. 공격수 불신의 만병통치약은 역시 골이다. 손흥민은 비중이 다소 떨어지는 FA컵에서 기회를 잡았다. 3월 1일 하부리그 팀 로치데일 AFC와 잉글랜드 FA컵 재경기였다. 손흥민은 2골에 1도움까지 기록해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팀 득점포의 절반을 책임진 셈이다.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4일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허더즈필드 타운을 상대로 2골을 몰아쳤다. 토트넘은 2-0 승리를 챙겨 4위를 유지했다.
시선은 3월 8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향했다. 토트넘은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여 16강 2차전을 치렀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대활약을 펼쳐 전반 39분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후반전 유벤투스에 2골을 내주며 토트넘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일찌감치 나온 재계약설
손흥민은 압도적 지지로 허더즈필드전 최우수 선수가 됐다. 토트넘 팬 90%가 손흥민에게 표를 던졌다. 이 선수가 지금 눈길을 끄는 건 단순히 골을 많이 넣어서가 아니다. 계약 연장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향후 거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국 런던 지역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 다음으로 골을 많이 넣었다. 최근 몇 주간 라멜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을지라도 스스로 팀에 중요한 자산임을 증명했다. 그는 지금부터 시즌 말까지 재계약을 논할 핵심 선수 중 하나다. 토트넘이 곧 손흥민에게 새로운 계약서를 내밀 예정‘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둥지를 튼 건 2015년 여름. 당시 5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만 23세에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했으니 제법 높은 평가가 따라붙었다. 한때 주춤하기도 했으나 이내 빼어난 활약을 펼치자 현지에서는 ‘토트넘의 손흥민 영입은 바겐세일 수준‘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세 번째 시즌 도중 재계약설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토트넘 처지에선 20대 중반인 손흥민을 더 오래 잡아둬야 한다.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향후 이적료 수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잔여 계약 기간이 길어야 상대 구단과 이적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년까지 우리 선수니까 원하면 돈 더 내!"란 식이다.
손흥민의 시장가치는 상당히 높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2월 선수의 기량, 스타성, 계약 기간 등을 총망라해 가치를 매겼다. 이에 따르면 손흥민의 몸값은 8320만 유로(약 1104억 원)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1000억 원대에 올랐다. 1월엔 7260만 유로(963억 원)였다.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등에 이어 49위였다. 최근 이적시장의 인플레이션 추세를 감안해도 아시아 선수가 이만한 금액을 기록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 물론 여러 변수가 작용해 실제 이적료로 보기는 어렵지만, 시장 내 값어치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지표다. 토트넘이 바빠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토트넘이 일찍 재계약서를 내밀고 손흥민이 덜컥 서명하려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꽤 많다. ‘주급‘과 ‘병역‘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토트넘은 급여가 짜기로 소문난 팀이다. 대부분 팀이 활용하는 주급 인상안도 쓰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EPL 최상위권에서 싸우고,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으면서도 빅클럽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현재 손흥민의 주급은 6만 파운드(약 8913만 원). 비슷한 실력의 다른 팀 선수들과 비교할 때 손흥민이 받는 급여는 현저히 적다. 실례로 주급으로 10만 파운드(1억4868만 원)을 받는 제시 린가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13골 4도움으로 15골 9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에 비해 성적이 저조하다. 손흥민뿐 아니라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까지 잡아두려는 토트넘은 지금까지 이어온 구단 정책에 손을 대느냐를 두고 기로에 섰다.
짠 주급과 21개월 병역 문제
여기에 병역 의무도 있다.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당시 손흥민은 소속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차출 반대로 불참했는데,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통해 메달 사냥에 나섰지만 8강 고비를 넘지 못했다. 병역 혜택이 주어질 마지막 기회는 8월 열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획득이다. 이마저 놓친다면 손흥민은 더는 병역을 미룰 수 없다. 재계약 여부는 물론, 향후 추정 이적료조차 가늠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K리그 소속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이나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에서 뛰며 병역을 대체할 수 있지만, EPL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던 이가 2년 이상을 허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규정상 입대 전 K리그 팀에도 반년 이상 적을 둬야 한다. 이걸 다 마치고 유럽에 재진출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도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난해 김봉길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깜짝 선임했다. 손흥민의 병역 문제가 엮인 터라 관심은 유례없이 뜨거웠다. 하지만 퍼포먼스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전지훈련을 통해 정예 멤버를 꾸렸지만, 일선에서는 선수단 구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때마침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경기력이 바닥을 쳤다. 4위를 기록했으나 한참 부족한 내용으로 질타를 맞았다.
결국 김봉길 감독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후임은 김학범 감독. 공부하는 지도자로 이름을 날렸다. 성남 일화 시절 우승을 이끄는 등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김학범 감독도 2월 말 부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과 관련된 물음을 피해가지 못했다. 손흥민 외에도 권창훈, 황희찬, 김민재 등 월드컵에 나설 선수가 아시아 무대 U-23 대회에 총집결하는 상황이다. 역대 최고 팀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부담 속에서 김학범 감독은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다. 책임도 막중하다"며 "손흥민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기대를 표했다.
손흥민이 병역을 해결하지 못하면 재계약도, 빅클럽 진출도 일장춘몽이 될 수 있다. 6월 월드컵에 8월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서 더없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