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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앞에서 열연 펼친 ‘연아 키즈’, 희망을 보다
출처:한국일보|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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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23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 3그룹 5번째로 연기에 나선 최다빈(18ㆍ수리고)이 우아한 레이백 스핀으로 혼신의 연기를 마치자 관중들은 최다빈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리고 관중석에 있던 ‘피겨여왕’ 김연아(28)는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로 후배의 열연에 찬사를 보냈다. 우상인 김연아 앞에서 역대 최고의 무대를 꾸민 최다빈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최다빈은 이날 기술점수(TES) 68.74점에 예술점수(PCS) 62.75점을 합쳐 131.49점을 얻었다. 자신의 시즌 베스트(127.93점)을 넘어선 신기록이며, 2017년 ISU 월드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개인베스트(128.45점)까지 경신했다. 21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67.77점을 더해 받은 총점 199.26점 역시 2017년 ISU 월드챔피언십에서 기록한 191.11점을 넘는 개인 베스트였다.

7위에 오르며 목표였던 톱10에 진입한 건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의 올림픽 최고성적이다. 첫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첫 점프의 착지가 불안해 트리플 토루프를 붙이지 않는 실수를 했으나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나머지 연기를 이어갔다. 앞서 실패한 트리플 토루프까지 나중에 다시 뛰는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무결점 연기를 해냈다.

최다빈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4월 초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 싱글에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안겼다.

빛을 보려는 순간 시련이 찾아왔다. 어머니가 지난해 6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올림픽 출전 포기까지 고려했을 만큼의 고통을 이겨낸 최다빈은 경기 후 “올림픽은 내 꿈이자 엄마의 꿈이었다. (하늘에 있는) 엄마가 항상 응원 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곁에 계셨다면 꼭 안아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존재도 잊지 않았다. 최다빈은 "(김)연아 언니가 응원을 와줘서 정말 고맙다. 그래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다빈은 2007년 김연아가 내놓은 장학금의 수혜자이고, 김연아와 고교ㆍ대학(고려대) 동문까지 된 ‘연아 키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 약속을 지킨 김연아는 “많은 과정이 있었을 텐데 끝까지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 출전한 한국 최연소 선수 김하늘(16ㆍ수리고 입학예정)도 자신의 프리 최고점을 10점 가까이 끌어 올리며 13위로 선전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121.38점을 받았고, 총점은 175.71점으로 역시 자신의 최고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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