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승훈‘ 김민석(19·평촌고)은 벽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럽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인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시상대에 서며 한국 빙속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김민석은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1분44초93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아 빙속 선수가 남자 1500m에서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속도안배, 지구력 등 여러 변수와 기초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만 하는 1500m 종목은 아시아 선수들의 경우 좀처럼 벽을 깨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석은 그것을 뛰어넘으며 선배 이승훈(30·대한항공)이 세계 빙속에 남긴 족적을 이어가고 있다.

까다로운 1500m 벽을 허물었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1500m는 상당히 까다롭고 선수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레이스"라며 "초반 300m를 90%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질주하고 남은 3바퀴에서 스피드와 지구력을 유지하면서 상대 선수를 이용해 기록을 단축시켜 나가야만 하는 종목이기에 예상외로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500m, 1000m와 함께 비교적 단거리에 속하는 종목인 것은 맞지만 위와 같은 변수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민석은 유독 이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2014년 한국 빙속 사상 최연소로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그는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 받았다. 평창이 열리기 1년 전 올림픽이 열린 장소에서 테스트이벤트로 열렸던 ‘2017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에서 김민석은 이 종목 5위에 올랐다. 그 후에도 김민석은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1500m와 팀추월 2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 두 대회는 어쩌면 이번 동메달을 미리 예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에도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서 4위에 오르며 시상대 바로 근처까지 진입해, 이미 평창에서 ‘괴물‘로 성장할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까지 거머쥔 그의 모습은 ‘넘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승훈과 닮았다

김민석은 여러모로 선배 이승훈(30·대한항공)과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유럽선수들의 벽을 허물었다는 공통점이 가장 크다.

두 선수가 주종목으로 하고 있는 장거리 분야는 전통적으로 네덜란드 선수들이 강세다. 이미 이번 대회 초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이 네덜란드는 현재까지 진행된 평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전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과 5000m, 10000m 등에서 맞붙는 스벤 크라머는 올림픽 3연패까지 달성했다. 네덜란드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제갈 위원은 장신 선수들이 장거리 종목에 유리한 이유는 신체적인 조건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골반부터 발까지 긴 장거리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에 유리한 이유는 클랩 스케이트가  발목의 힘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키가 작기 때문에 신체적인 기본 장점을 장신의 유럽 선수들에 비해 발휘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벽을 이승훈이 한 번 깬 데 이어 김민석도 깨는데 성공했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에서 5000m 은메달, 100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네덜란드 선수들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섰다. 그리고 8년 뒤 김민석이 또 한 번 그 벽을 넘어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제 이승훈과 김민석은 팀추월 경기에서 정재원(17·동북고)와 함께 뭉쳐 레이스를 펼친다. 각자가 보여준 행보는 이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과연 셋이 뭉쳐 펼치는 경기에서는 얼마나 더 큰 위력을 발휘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