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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그사이'의 발견, 원진아 "신인이 주연? 민폐 될까 걱정했다"
- 출처:뉴스1코리아|20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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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이하 그사이)의 가장 큰 수확은 원진아라는 신인배우의 발견이었다. ‘그사이‘의 주연배우인 그룹 2PM 이준호의 상대역으로 출연 소식을 알렸을 당시, 생경한 이름의 이 신인배우는 낯선 인상을 줬지만 ‘파격 캐스팅‘을 시청자들에게 납득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담담하고 차분한 톤의 목소리를 지닌 원진아는 쇼핑몰 붕괴 사고의 상처를 간직한 하문수 그 자체로 보였고,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그사이‘에 스며들었다. 존재감 그 자체로 ‘그사이‘라는 드라마만의 감성과 분위기, 그리고 눈빛만으로 하문수의 그늘과 내적인 단단함을 형성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전형적인 연기에 갇히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배우였다.
원진아를 최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뉴스1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났다. 하문수와는 지나치게 거리가 느껴진다 싶을 만큼 밝고 유쾌한 성격은 반전이었다. 그는 "반 사전 제작드라마라 5개월간 촬영했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까 드라마 끝날 때까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며 "정이 많이 들어서 서운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고 종영 소감을 털어놨다. 첫 방송부터 종영까지,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지만 "스스로 보기엔 부족한 점만 보였다"며 아쉬워 했다. "이전에 보여드린 작품이 없다 보니 시청자 분들께서 처음부터 그냥 문수 그 자체로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며 "감독님 역시도 뭔가를 하지 말고 편안하게, 느끼는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만 하셨다. 일상처럼 보여드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는 겸손함도 보였다.
‘그사이‘ 하문수 역할 경쟁률은 120:1이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김진원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캐스팅 이유에 대해 "배우가 가진 신선한 이미지와 선한 성격, 그리고 진심이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원진아는 "‘내가 해도 되는 게 맞나,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감독님께서 문수와 일치하는 모습이 많았다고 하시더라"며 "실제로는 문수 보다 씩씩하고 밝지만 힘든 걸 내색하지 않고 쌓아두는 편에서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기가 어려웠던 부분은 역시 쌓아둔 그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지점이었다. 원진아는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연기를 통해 표출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면서 "그래도 터트리니까 시원했다"고 밝게 웃었다.
‘그사이‘가 붕괴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드라마가 담는 주제와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배우로서도 캐릭터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 마냥 단순하진 않았을 터. 원진아는 "하문수라는 인물의 슬픔이 얼마만큼 큰지, 실제 아픔을 겪으신 유가족 분들의 상처가 얼마나 크실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그래서 슬픔의 크기를 정해놓고 몰입하려 하진 않았다. 각자 슬픔과 기쁨의 무게도 모두 다 다르다. 반복적인 생각을 하면 감정이 가짜 같아지고 습관이 될 것 같았다. 감정에 미리 집중하거나 미리 소비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상대 선배님들이 모두 이끌어주셨고 선배님들의 연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준호와의 애틋한 멜로도 돋보였다. 원진아는 "준호 오빠의 전작인 ‘스물‘ ‘감시자들‘ ‘협녀‘ ‘김과장‘ 등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실제로 뵌 오빠는 생각보다 진중하고 생각이 많으시더라. 강두와도 너무 잘 어울리셨다"며 "현장이 낯설기도 했는데 오빠가 저를 위해 맞춰주고 계시단 걸 느꼈고 감정을 실어 연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애정을 보였다. 또 후반부 매회 화제가 됐던 애정신에 대해서는 "풋풋하고 긴장감 있는 장면이어야 했는데 주변 환경과 분위기 자체가 잘 조성이 돼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멜로에 몰입하게 됐다. 준호 오빠의 눈빛 연기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연기 당시를 떠올렸고 "데이트 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문수가 강두에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많았는데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감정에 솔직할 수 있어 좋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사이‘는 강두와 문수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새드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이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다. 원진아는 "바라던 엔딩"이라면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작가님도 시청자 분들께 위로와 힐링을 드리려 하셨다. 문수가 행복하길 바라셨고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시겠다고 하시더라"며 "새드엔딩을 위한 새드엔딩은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중요했고 그걸 마지막까지 지켜야 했다"고 설명한 것. "마지막회 엔딩에 두 사람이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뒤에 더 큰 행복이 있었으면 한다"면서 "‘우는 소리가 작다고 해서 상처가 작은 게 아니‘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 자체가 제게도 해당이 되더라. 문수가 많이 운 날은 시청자 분들께서 SNS에 위로의 글을 남겨주시곤 했다. 위로와 치유를 드리고자 했는데 제가 외려 위로를 받은 것 같다.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저 역시도 원진아로 돌아온 후에도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연기를 시작한 그는 단편영화를 거쳐 영화 ‘강철비‘와 ‘돈‘으로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전 작품이 오버랩 되지 않는 배우"라고 한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장르와 캐릭터 등이 많아 어떤 작품이든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배우 수애와 닮은 외모로 ‘포스트 수애‘라고 불리고 있지만 더 무한한 가능성과 스펙트럼, 연기자로서 성숙하고 사려깊은 마인드가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원진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던 그는 ‘그사이‘가 끝났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를 오래도록 기억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사이‘가 이야기한 것은 결국 ‘기억‘이라는 것인데 그게 드라마 그 자체이든, 상처를 가진 분들에 대한 이야기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그 기억에 대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공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여운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