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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턱선과 사바시아의 채식주의
출처:다음스포츠|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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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다. 플로리다의 스프링캠프에 CC 사바시아가 나타났다. 오랜만의 모습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턱선이 드러나는 홀쭉해진 셰이프 탓이었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딱 끊었어. 캡틴 크런치(Cap‘s Crunch).”

유명한 시리얼 제품이다. 달달한 맛에 탄수화물이 듬뿍인 메뉴다. 17온스(약 482그램)짜리 한 박스에는 분명히 18번 먹을 정도의 양으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 끼에 불과하다. 매일 아침 한 통을 가볍게 비운다. 우유는 또 얼마나 많이 필요했겠나.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그걸 치워버렸다. 그거 하나로도 볼살이 쪽~ 빠진 것이다. 몸무게 25파운드(11.3㎏)가 금새 줄어들었다. 그래봐야 290파운드(131㎏)였지만.

오프 시즌에는 보통 돈(계약) 얘기들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늘 따라붙는 이슈가 있다. 다이어트다. 몸무게를 얼마나 줄이느냐, 또는 늘리느냐가 관심거리다.

올 해는 엄청난 뉴스가 전해졌다. 아마 뉴욕 사람들에게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양키스로) 온 것만큼이나 놀라운 얘기일 것이다. 바로 CC가 채식주의자로 변신했다는 사실이다.

채식주의자는 세밀하게 7~8종류로 나뉜다. 세미 베지테리언은 생선이나 붉은 살코기 정도는 먹어도 괜찮다. 조금 더 엄격한 것으로 락토(Lacto), 오보(Ovo) 등의 등급이 있다. 일부 단백질류를 허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것은 비건(Vegan)이다. 생선을 비롯한 모든 고기류는 물론이다. 달걀, 우유와 유제품까지 일체 금하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다. 베이컨과 치즈, 우유 없이는 아침을 맞을 수 없는 그에게는 천지개벽과 같은 일이다.



작년 9월 짐 모리스와의 설전

어쩌면 짐 라이스 때문인 지도 모른다. 레드삭스 출신 명예의 전당 멤버다. 보스턴 중계 NESN의 해설을 하는 그가 CC와 한판 설전을 벌였다.

작년 9월에 있었던 유명한 사건이다. CC의 선발 경기였다. 레드삭스의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1회부터 기습 번트를 댔다. 몸이 둔한 투수는 실책을 범했다. 경기(6-2 승리투수) 후에 투덜거림이 있었다. “번트는 비겁한 짓”이라고 미디어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빨간 양말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총대를 멘 사람이 짐 라이스였다. “번트가 뭐 어때서. 베이스에 나가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문제는 번트가 아니다. (CC가 먹는) 치킨과 도넛, 햄버거들이다. 다리만 멀쩡했으면 수비가 되는 플레이였다. 정말로 스튜핏이다(That’s just stupid).”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없다. 반격은 당연했다. “그래 나 뚱뚱하다. 당신이 이겼다. 그런데 난 그 나이(짐 모리스, 65세) 먹어서도 그런 깐죽이(bitter)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끔찍하다.”



사실 번트 문제가 아니었다. CC가 비겁하다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기 무릎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런 공격을 했다는 데 빈정이 상한 것이다.

그가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마음 먹는 이유는 언제나 무릎 때문이다. 고질적인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300파운드(136㎏)가 넘는 몸을 지탱하려니 멀쩡할 리 있겠는가.

다이어트는 4,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캡틴 크런치(시리얼)를 끊을 무렵이었다. 체중 조절은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몸무게가 줄자, 볼 스피드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94~95마일을 찍던 평균 구속은 89마일대로 뚝 떨어졌다. ‘이제 끝났다’는 수근거림이 들렸다.

결국 다시 살을 찌웠다. 300파운드를 넘기자, 빠르기도 어느 정도(90~91마일) 회복됐다. 게다가 변화구, 특히 커터의 구사율을 높이며 변신을 시도했다. 2016~2017년, 2년간을 그렇게 버텼다.

1년 전 손상된 연골 때문에 병원 신세를 졌다. 베이커 낭종(Baker‘s cyst) 제거를 위해 수술도 받았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찍힌 컷

지난 주 목요일(25일). 인천공항이 와글거렸다. 수십명의 보도진이 몰렸다. 기자들의 구성도 이채롭다. 스포츠를 주로 전하는 미디어뿐 아니었다. 연예 관련 매체에서도 마이크를 들이댔다. 취재 대상이 한 명 더 늘었기 때문이었다.

새 신랑의 표정이 환하게 폈다. 자신감도 충만한 모습이다. “아무래도 책임감이 든다. 심리적으로는 편안하다. 여러모로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믿음직한 출사표도 제시했다. “최소 150이닝, 최대 200이닝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아울러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침마다 기쁨 드릴 수 있도록 좋은 경기하겠다.” 중계권 방송사의 전력 손실을 초래한만큼, 상응하는 책임도 지겠다는 자세가 확실했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살짝 스치는 옆모습 때문이다. 본래 넉넉한 인상이긴 하다. 그럼에도 유난히 턱선의 흔적이 아스라하다.

몇 가지 반론의 여지는 있다. 일생일대의 경사를 치렀다. 할 일이 오죽이나 많았겠나. 몸 관리가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사진빨‘의 문제도 있다. 카메라의 각도나 조명에 따라 피사체에는 약간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몸이 불었다고 무조건 지적받을 일은 아니다. 사바시아의 경우처럼 볼 스피드에 영향을 끼칠 지도 모른다. 다만, 의도한 게 아니라면 우려스럽다. 준비에 차질을 빚은 것 같아서다. 아직 개막이 한참 남았는데, 뭘 그리 깐깐하냐고? 곧 2월이다. 캠프가 불과 2주 남았다. 여전히 보직을 걱정해야 할 위치다.

물론 괜한 노파심이었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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