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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호지치, 21세기 韓 축구 '최악의 악연'이 끝났다
- 출처:일간스포츠|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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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 축구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신호탄이 됐다. 20세기까지 변방이었던 한국 축구가 세계를 흔들었다. 박지성(36)이 선두로 유럽 개척의 길을 만들었고 한국 선수들의 가치가 높아졌다. 월드컵에서도 성과를 이어 갔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사상 원정 첫 승을 일궈 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이런 흐름은 21세기에 한국 축구가 ‘최악의 악연‘을 만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악연은 바히드 할리호지치(65) 감독이었다.
2014년 6월 22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에스타디우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 한국은 21세기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상대는 할리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아프리카의 알제리. 알제리와 한 조가 되자 한국은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알제리를 1승의 제물로 평가절하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아름다운 역습을 펼치며 한국을 4-2로 대파했다.
"알제리는 한국전에서 완벽했다."
할리호지치 감독이 승리 뒤 밝힌 소감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처음 출전한 1954 스위스월드컵을 제외하고 톱 시드가 아닌 팀에 처음으로 4골을 허용했다. 알제리의 4골은 아프리카 월드컵 역사상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이었다.
할리호지치 감독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뒤 한국 축구는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긴 위기의 시발점이었다. 홍명보(48) 감독은 사퇴했다. 후임 울리 슈틸리케(63) 감독 역시 초반에 반짝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신태용(47) 감독 부임 뒤 가까스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진출했지만 거스 히딩크(71) 논란에 무기력한 경기력까지, 위기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알제리전이 끝난 지 1274일 뒤, 한국 축구는 드디어 할리호지치와 ‘악연‘을 끝냈다. 한국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완벽했다.‘
21세기 최초의 한일전 4골이다. 마지막 4골은 1979년 6월. 일본 원정 4골 이상은 한국과 일본의 첫 번째 A매치(1954년 3월 스위스월드컵 예선 5-1 승) 이후 처음이었다. 1274일 만에 할리호지치 감독이 처절하게 한국에 무너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한국에 강한 자신감을 가진 지도자다. 이런 그가 2015년 3월 운명처럼 한국의 최대 라이벌인 일본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이 할리호지치 감독에게 설욕할 기회는 한 번 있었다. 2015년 8월에 중국 우한에서 열린 E-1 챔피언십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도전했지만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번에도 설욕하지 못했다면 그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일이었다.
물론 월드컵과 E-1 챔피언십의 무게감은 다르다. 최정예 멤버로 격돌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 압도적 자신감을 품고 있던 할리호지치 감독을 무너뜨렸다는 것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속팀과 선수들은 다르지만 한국을 굴욕적으로 무너뜨린 수장을 완벽하게 넘어섰다는 것은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과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월드컵을 목전에 둔 시기에 할리호지치의 악몽을 털어 냈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할리호지치 감독의 상황은 1274일 전과 반대다. 당시 압델 부테플리카(80) 알제리 대통령까지 나서 유임을 부탁할 정도로 그는 국민적 영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경질설‘에 휘말렸다. 일본 축구는 위기로 접어들었다.
할리호지치 감독을 넘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이겼지만 그가 남긴 월드컵 교훈은 그대로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1승의 제물로 볼 수 있는 팀은 없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한 발 더 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은 필수다‘ ‘알제리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팀인 독일을 가장 괴롭힌 팀이다‘ 등이다. 가슴에 새기고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할리호지치와 같은 ‘악연‘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