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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甲)이 된 버나디나 "KIA에 남고 싶지만.."
- 출처:엠스플뉴스|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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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는 말 그대로 복덩이다.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끈 버나디나는 비행기 표 날짜를 미루면서 시상식에도 참가했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는 버나디나다. 2018년에도 풍선껌을 불면서 헬멧을 부여잡는 버나디나의 세리모니를 볼 수 있을까.
한 외국인 타자를 향한 잣대는 냉정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퇴출이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심 끝에 한 번 더 믿음을 줬다. 그리고 그 감독의 믿음은 초대박으로 돌아왔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 얘기다.
버나디나는 올 시즌 초반만 해도 2할 중반대 타율에 머물렀다. 하지만, KIA 김기태 감독이 다시 믿음을 준 5월 중순부터 버나디나는 반등했다. 3번 타순에서 팀 중심 타자로 맹활약한 것이었다.
버나디나는 올 시즌 139경기 출전 타율 0.320 178안타 27홈런 111타점 118득점 출루율 0.372 장타율 0.540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리그 최상급 중견수 수비까지 더한 버나디나는 올 시즌 중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06(리그 2위)으로 대체불가 자원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큰 경기에서도 강한 버나디나였다.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 타율 0.526(19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 3득점으로 가장 빛났다. 전체적으로 다소 답답했던 팀 타선에서 버나디나가 ‘사이다’를 주는 역할을 맡았다. KIA는 이런 버나디나의 활약에 힘입어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 종료 뒤 곧바로 고향으로 떠난다. 시상식에 참석하는 외국인 선수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장면이다. 버나디나가 그 보기 힘든 광경의 주인공이 됐다. 버나디나는 올 시즌 득점왕 타이틀 수상을 위해 11월 6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KBO AWARDS에 참석했다. 이미 4일로 예약해놓은 비행기 표까지 연기하면서 시상식에 참석한 버나디나였다.
버나디나는 시상식의 모든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 시상식 행사 전 버나디나는 팬 사인회에 참석해 친절하게 팬들과 접촉했다. 이후 팀 동료 최형우 옆에 앉아 시상식을 지켜본 버나디나는 득점왕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자 시상식 무대 위로 올라갔다.
버나디나는 “득점왕을 수상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모든 팀 동료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 시즌 초반부터 어디에서든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 덕분이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버나디나는 자신의 응원가를 직접 불러달란 요구에 거리낌 없이 “최강 기아 타이거즈 버나 디나”라는 응원 문구를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성 갑(甲)’ 버나디나 “한국의 시상식 문화를 느끼고 싶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버나디나는 팬들의 사진 촬영 부탁을 일일이 들어주면서 남다른 팬 서비스 정신을 보여줬다.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은 버나디나는 “한국의 시상식 문화를 느끼고 싶어서 비행기 표 날짜를 미뤘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바로 열린 행사라 타이밍이 좋았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팬들의 호응도 대단했다”며 큰 만족감을 내비쳤다.
시상식 초대를 가능케 한 득점왕 타이틀에 대해선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 버나디나였다. 버나디나는 “무엇보다 팀 동료들에게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출루했을 때마다 팀 동료들이 훌륭한 타격으로 나를 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래서 득점왕 타이틀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3할 타자가 7명이나 있는 팀에서 뛰는 건 행운”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주일 전 한국시리즈 우승의 여운이 아직 남았는지 궁금했다. 버나디나는 “솔직히 아직도 우승이 실감 안 난다. 당시엔 정말 기뻤는데 그 감정이 아직 내 몸에 제대로 스며들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더 실감 나지 않을까. 시즌 30홈런 달성 실패가 아쉬웠지만, 우승으로 그 아쉬움을 잊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다친) 몸 상태는 괜찮다. 약간 뇌진탕 증세가 있었는데 회복할 기간이 충분하니까 상관없다”며 고갤 끄덕였다.
버나디나는 시상식이 끝난 뒤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고국인 네덜란드로 떠났다. 당분간 네덜란드 본토에 있는 자택에 머물다 미국 워싱턴 D.C와 마이애미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버나디나는 한국에 있었던 모든 순간이 그리울 것 같다고 언급했다.
“팀 동료들과 한 명 한 명 다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몇몇 팀 동료에겐 인사를 했다. 한국의 모든 걸 그리워할 것 같다. 한국 문화와 생활, 그리고 사람이 다 익숙해졌다. 야구장으로 가는 길 풍경과 같이 사소한 것도 모두 생각난다. 김기태 감독님과 박흥식·쇼다 코우지 타격코치님과 보낸 시간도 그렇다. 특히 감독님의 장난이 그립지 않을까(웃음).” 버나디나의 말이다.
버나디나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낸 통역 도영빈 씨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버나디나는 “(통역 업무를) 굉장히 잘 해줬다.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 때부터 헥터 노에시와 팻딘 그리고 나까지 3명을 모두 챙긴다고 고생이 많았다. 이렇게 훌륭한 통역과 오랫동안 KIA에서 함께 하면 좋겠다.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했다.
‘ML’ 제안받은 버나디나, 한국에 남을 수 있을까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복덩이’ 버나디나와 2018시즌에도 함께 하고픈 게 KIA의 마음이다. 하지만, 6개월 전과 달리 버나디나는 사실상 갑(甲)의 위치에 올라선 상황이다. 버나디나의 KBO리그 활약을 지켜본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도 버나디나의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최근 나왔다.
“미국에서 나온 기사에 많이 놀라진 않았다. 현지 기자가 연락이 와서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해 질문했는데 ‘메이저리그는 항상 나의 꿈이다. 복귀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나의 미래에 대해선 시간이 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일본·한국을 포함해 어떤 선택지가 가장 좋을지 에이전트와 상의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 감정으론 KIA에 남는 게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할 것 같지만, 천천히 내 미래를 한 번 고민하겠다.”
실제로 버나디나는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KIA도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재계약 의사를 버나디나 측에 전했다. KIA 관계자는 “버나디나는 내년에도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곧바로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선수 자신의 메이저리그 복귀 의지가 강하다면 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적과 트레이드가 활발히 논의되는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이 열리는 12월 초까지도 결론이 안 날 수 있단 뜻이다.
이렇게 버나디나를 KIA에서 계속 볼 수 있을 진 미지수인 상황이다. 외야수 김호령의 경찰 야구단 입대가 유력한 가운데 버나디나의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KIA는 공·수·주에다 인성까지 갖춘 버나디나를 꼭 잡아야 한다. 2018년에도 풍선껌을 불며 헬멧을 부여잡는 버나디나의 세리모니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