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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부터 들고 뛰는 성화.. 평창이 뜨거워진다
출처:조선일보|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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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전통 의상을 입은 사제들 사이로 여성 대제사장이 올림피아 헤라신전에 들어섰다. 엄숙한 표정의 대제사장은 올림픽 불씨가 담긴 그릇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전통 성화봉을 그릇에 갖다 대 불을 지폈다. 불꽃은 곧이어 그리스 크로스컨트리 선수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가 든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에 옮겨 붙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불꽃이 1만654일, 29년 2개월 만에 그리스에서 다시 피어오른 순간이었다.

24일 낮 12시(한국 오후 6시) 그리스 고대 도시 올림피아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의 불이 붙었다. 이 불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11월 1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올림픽 성화가 한국에 와서 안치되는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채화식엔 토마스 바흐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유승민 IOC 위원, 박지성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등이 참여했다. 행사는 올림피아 경기장에 오륜기가 게양되고 올림픽 찬가가 울리면서 시작됐다. 애국가가 연주되고 태극기가 올라갔다.

공식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첫 주자는 그리스 동계 스포츠 선수인 앙겔리스였다. 관례에 따라 매 대회 첫 봉송자는 그리스인이 맡는다. 앙겔리스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 평창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인 현역 선수다.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자답게 털모자를 쓰고 털장갑을 낀 앙겔리스는 대제사장에게서 불을 전달받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3분여를 달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기념비까지 이동해 목례한 뒤 한국인 첫 주자이자 전체 두 번째 봉송자로 선정된 박지성 홍보대사에게 불을 건넸다. 박지성도 앙겔리스와 같은 복장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주역으로 활약한 박지성은 세계적인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간 뛴 한국 스포츠계 레전드다.



박지성이 이어받은 성화는 일주일 동안 그리스 전역을 돈다. 한국 교민을 포함해 505명이 36개 도시 2129㎞를 달린다. 성화는 30일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한다. 이후 31일 제1회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평창 대표단이 성화를 인수하게 된다.

올림픽 성화봉에 불이 붙으면서 평창올림픽은 사실상 시작됐다. 내년 올림픽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분열과 갈등을 넘어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갈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행사가 국가를 개조할 기회가 된다는 걸 경험했다. 정부는 물론이고 전 국민이 올림픽을 치르면서 ‘제2의 도약‘에 동참했다.

1988년 서울과 2018년의 평창이 같을 수는 없다. 아직 내년 평창 대회에 대한 열기도 뜨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창 대회에 관심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여전히 10명 중 4명(39.9%) 정도였다. 경기장을 찾아가 직접 관람하겠다는 사람도 7.1%로, 열에 하나도 되지 않았다. 올림픽 불꽃이 다시 타오른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열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성화는 평창 대표단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국내 성화 봉송 여정이 시작된다. 성화는 다음 날 제주로 떠났다가 부산으로 올라와 전국을 누비게 된다. 경남, 호남, 충청, 경북, 수도권을 거쳐 마지막엔 동계올림픽 무대인 강원도로 향하게 된다. 성화가 이동하는 총 길이는 2018㎞다. 대회가 열리는 2018년을 의미하는 숫자다.

올림픽 개막 100일 전인 11월 1일부터 개막 당일인 내년 2월 9일까지 7500명의 봉송 주자가 성화를 들고 달린다. 평창 조직위는 "7500이란 숫자는 남북한 인구 7500만명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성화 봉송 슬로건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평화·존중·이해라는 올림픽의 가치는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평창올림픽은 올림픽 가치를 새 세대에 전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그리스에서 평창까지 이어지는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의 여정‘에 국민의 응원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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