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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자 커제의 白番을 잡아라"
출처:조선일보|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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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 공인의 세계 최강자 커제(柯潔·20)는 흑보다 백으로 둘 때 특히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세계 정상을 노리는 한국 기사들에게 커제의 백번(白番)은 최대의 공략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열렸던 남방장성배 한·중 정상 대결서 커제는 백을 쥐고 박정환을 덤(흑이 선착 대가로 지불하는 공제)에 걸리게 만들어 승리했다. 박정환은 국후 "돌 가리기 때 원하던 백이 안 나와 찜찜하게 출발했다"고 고백했다. 둘은 지난 8일 중국리그에서도 맞붙어 백을 쥔 박정환이 승리했다. 커제는 지금까지 박정환에게 5승6패를 기록 중인데, 백으로 4승을 거둔 반면 흑번으론 1승6패로 저조하다. 지난해 커제의 연간 승률(흑번 65%, 백번 81%)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커제의 백번은 난공불락일까. 그를 상대했던 국내 기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에게도 분명 약점은 있다. 커제는 먼저 집을 챙긴 뒤 막강한 전투력으로 타개하는 기풍이다. 이런 스타일은 덤을 의식해 능동적인 주도권 행사가 필요한 흑번보다는 천천히 균형을 맞춰가다 덤으로 압박할 수 있는 백번을 선호한다.

커제에게 3승2패(백번 2승, 흑번 1승2패)를 기록 중인 김지석 9단은 유일하게 흑으로 승리했던 바둑(2016년 갑조리그)에 대해 "치열한 전투 바둑으로 효과를 본 판"이라고 회상했다. "감각적으로 쉽게 처리하려는 커제의 성향을 파고들면 기회가 생기더라"고 했다.

박영훈은 "커제는 특히 초반이 발군"이라며 포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커제가 진 판은 거의 모두 초반을 그르친 경우다. 백번의 커제에 맞서 선착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중반에 돌입하면 승산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박 9단은 커제에게 2승4패, 흑번으론 1승1패를 마크 중이다.

신민준 6단도 커제의 ‘심장부‘로 초반전을 꼽는다. "초반에 밀리면 역전이 힘들지만 이 고비를 넘겨 중·후반에 들어가면 커제의 실수도 제법 나오더라"는 것. 신민준은 커제를 상대로 흑으로만 4판을 두어 2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커제가 아직 4단이던 2014년, 초단 신분으로 커제의 백번을 꺾었던 박창명 2단 역시 "적극적으로 난전을 꾀하니까 조금씩 물러나더라"고 했다.

커제의 압도적인 백번 승률은 중국 주최 국제대회 비율이 높고, 중국의 덤 크기가 한국 및 일본보다 1집 많은 7집 반이란 점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월간 바둑‘의 국내 전문가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덤의 적정 크기로 6집 반을 꼽았다. 일본도 올해 상반기 프로바둑 분석 결과 흑번 921승, 백번 926승으로 나타나 6집 반 덤의 적절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중국이 덤을 하향 조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확보 영토와 살아 있는 돌의 합산 개념인 중국 규칙 아래선 6집 반 덤 적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경기 규칙에 정통한 김수장 9단은 "바둑의 국제화를 목표로 관계자들이 수차 모임을 가졌지만 각국 입장이 워낙 확고해 모두가 통일안 도출을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커제의 백번이 하루빨리 진압해야 할 대상이란 점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한다. 최근 삼성화재배서 백으로 커제를 완파한 안성준 7단은 "흑번이건 백번이건 먼저 집을 챙기고 싸움을 유도하는 적극 전략이 그나마 커제의 승률을 끌어내리는 최선의 길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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