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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 살 돈 없어 막노동했던' 김영권...그의 퉁퉁 부은 눈
출처:중앙일보|20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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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김영권(27·광저우 헝다)은 학창 시절 가세가 기울어 축구를 그만둘 뻔한 아픈 기억이 있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김영권은 축구를 포기할 수 없어 전주에 홀로 남았다.

경기도 부천에 올라온 아버지 김성태씨는 빚을 내 트럭을 사서 식당에 식재료를 납품했지만 형편은 더 나빠졌다. 김성태씨는 트럭째 한강에 빠져버릴까 생각도 했다. 친척집에 맡긴 아들에게 "축구를 그만두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펑펑 울었다.

얼마 뒤 김성태씨는 아들이 축구화를 사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결국 축구를 계속하라고 허락했고 자신도 아들을 보며 일어섰다.

김영권은 아버지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남들이 잘 때 혼자 축구연습을 했다. 풋살국가대표를 병행하는 등 간절하게 축구를 했다. 김영권은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끈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중국프로축구 광저우 헝다에서 김영권을 지도하며 양아들처럼 여겼다.

그런데 김영권은 지금 국민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김영권이 지난달 31일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0-0으로 비긴 뒤 "관중들의 소리가 크다 보니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6만3124명은 물론 TV로 대표팀을 응원한 팬들이 분노할 만한 발언이었다.

김영권을 오래 지켜 본 지인들은 "말실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권은 평소 선배들에게 깍듯하고 후배들을 잘 챙긴다. 국가대표로 유명세를 탄 뒤 지금까지도 꼬박꼬박 은사들을 찾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다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국가대표 사명감을 갖고 참고 뛰었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도 김영권에게 주장완장을 맡겼다.

김영권은 1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10차전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됐다는걸 자책하다가 말실수를 했다.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 때문에 대표팀에 악영향을 줄까 가장 염려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태용 감독은 "영권이에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민재(전북)를 잘 리드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소통이 잘안됐다는걸 이야기한다는게 잘못전달됐다"고 감쌌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영권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인터뷰가 논란이되자 괴로움에 밤새 잠을 거의 못잤다"고 전했다. 타슈켄트로 향하는 인천공항에서 수속을 받던 김영권의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팬들의 비난은 달게 받아들여야한다.김영권이 지금 할 수 있는건 그라운드에서 국가를 위해 이를 악물고 뛰는 것 뿐이다.

한국은 5일 밤 12시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10차전을 치른다. 우리나라가 우즈베크에 지고, 시리아가 이란을 이기면, 한국은 4위로 월드컵에서 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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