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대결 후 40일간 20연승
교통산업그룹배와 전국체전 우승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득도‘라도 한 걸까. 커제 9단이 ‘알파고 후‘ 20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5월 23ㆍ25ㆍ27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 차례의 대결을 0-3으로 완패하고, 마지막 대국 중에는 눈물도 보인 그였다.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치르고 인간대회로 돌아온 커제 9단은 무패 행진, 전승 질주를 펼치고 있다. 첫 대국은 5월 29일의 LG배 32강전. 그에 앞서 28일 전야제 때 "알파고에 패한 후 밤새도록 술을 마셔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원성진 9단과의 32강전을 불계승하며 연승 퍼레이드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7월 8일 열린 중국 전국체전 남자개인전에서 타오신란 6단을 꺾고 20연승째를 거뒀다. 40여일간 하루에 두 판을 두기도 하고, 이틀에 한 판꼴로 두는 과밀한 일정에서도 한 판도 지지 않았다.

상대들도 강했다. 20연승 중엔 세계대회 우승 경력자와 대국한 판이 11승에 이른다. 그 밖의 구쯔하오, 양딩신, 셰얼하오 등도 중국랭킹 10위권 진입을 바라보는 신흥 강자들이다.

고비도 없지 않았다. 강동윤 9단과의 LG배 16강전은 막판에 극적으로 역전했고, 강유택 8단과의 몽백합배 64강전에선 불리한 형세를 시간승하는 행운도 따랐다. 그 후로는 안정적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20연승 기간 동안 교통산업그룹배를 우승하며 중국 바둑대회 중의 최고 상금인 200만위안(약 3억3000만원)을 획득했고, 바둑이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전국체전의 남자개인전에선 한 라운드 앞서 우승을 결정했다.

커제 9단의 연승에 대해 박영훈 9단, 신진서 8단 등 국내 기사들은 "알파고 대결 전과 비교해서 달라졌다기보다 최근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는 반응이다. 분명한 것은 알파고 수법을 적극적으로 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에 알파고와의 다섯 차례 대결을 1승4패로 마친 후 3월 30일부터 5월 22일까지 50여일간 인간대회에서 9연승을 올린 바 있다. 과연 커제 9단의 연승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