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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발한 ‘쎄오 타임’, 고비에서 어정쩡했던 수원
- 출처:베스트 일레븐|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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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간이 꽤 많이 남긴 했지만 전반전에 이토록 훌륭한 스코어로 앞서가는 팀이 후반전에 갑자기 다른 팀이 되어버리면 지켜보는 처지에서는 쉽게 납득하긴 힘들 것이다. 물론 축구는 어떠한 스코어도 나올 수 있는 게임인 만큼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으나, 그래도 이 정도로 앞서가던 팀이 갑작스레 주저앉을 확률은 현실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그 적은 확률에 수원 삼성이 또 발목이 잡혔다. 수원은 25일 저녁 6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6라운드에서 강원 FC에 3-3으로 비겼다. 서두에 언급했듯, 수원은 1골 1도움씩 기록한 유주안과 조나탄의 맹활약에 힘입어 3-1로 앞서가다가 후반전에 허탈하게 두 골을 내줘 비겼다.
사실 더 많은 스코어 차로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후반 22분 김종우의 중거리슛을 강원 수문장 이범영이 어렵사리 쳐내자, 세컨드 볼을 잡은 김민우가 빈 골문 위로 슛을 날려버린 장면은 수원 처지에서는 두고두고 씁쓸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기는 3-1로 크게 앞서고도, 하마터면 뒤집힐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한동안 수원 팬들이 잊고 있었을 ‘쎄오 타임’이 또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사실 수원은 후반 시작 후에도 15분 정도는 만회를 위해 거세게 공격적으로 나오던 강원을 적절히 통제해나갔다. 다만 있을 수도 있는 고비가 한두 차례 찾아오면, 이후 지나치게 경기 운영이 서툴러진다는 게 문제다.
이를테면 후반 15분 유주안과 염기훈이 교체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강원 선수들은 염기훈이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곧바로 롱 스로인을 전개해 골문 앞에 있던 이근호의 헤더슛을 유도했다. 주심이 이근호의 머리에 스치지 않고 곧바로 골문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득점하지 않았는데, 아찔했지만 행운이 따랐다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이 상황을 기점으로 갑자기 수원의 경기력이 더 떨어졌다.
이후 수원은 이근호와 디에고를 앞세운 강원의 공격에 수비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 32분 이근호의 기습적 오른발 슛이 터진 후 강원이 한골 차로 추격해오자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사실 조원희의 헤더 자책골이라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더라도, 이후 이근호를 비롯한 강원 공격수들이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동점 혹은 역전까지 당할 수도 있었던 흐름이었다. 밖에서 경기를 지켜봤을 수원 팬들은 물론 직접 경기를 뛴 수원 선수들이 대단히 좋은 경기를 하고도 마치 진 듯한 느낌을 가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원의 후반 중반 이후 경기력 저하 현상을 거론할 때 흔히 선수들의 조급한 심리 상태와 체력 고갈을 이유로 든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도 이 두 가지 요인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는데다 일정상 과부하가 걸릴 시기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만 수원의 경기에서만 유독 되풀이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을 단순히 선수들의 조급한 심리 상태와 체력 고갈이라는 두 가지 이유만으로 계속 결론내리는 게 과연 옳은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축구 경기에서 어느 한 팀이 후반전에 3-1 혹은 2-1로 추격당하는 상황은 흔하다.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비단 수원뿐만 아니라 그 어느 팀도 이를 극복하기가 정말 힘들다. 선수들이 체력과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기도 해야 하지만, 후방에서 지휘하는 벤치에서 대응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날 강원전에서 수원 벤치의 판단은 현상 유지였던 듯하다. 교체 카드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유주안의 교체는 갑작스런 근육 경련이 원인이었지만, 나머지 두 명의 교체 카드는 사실상 선수를 갈아 끼웠다고 봐도 무방한 용병술이었다. 철저히 선수들의 체력에 기인한 용병술이었는데, 내가 아닌 상대의 상황을 체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전반전에 크게 밀렸던 강원은 후반전에 쓸 수 있었던 교체 카드를 모두 공격진 보강에 할애했다.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시점에서 상대 공격수의 숫자가 불어난 상황이었다. 수비라인을 깊게 내려 버티던지, 라인을 중원 위로 올려 측면 공간으로 파고드는 이근호·김경중·디에고·임찬울 등 강원 공격 자원에게 투입되는 볼 줄기를 끊던지, 아니면 불어난 공격수 수 덕에 헐거워졌을 상대의 수비를 깨는 공격적 승부수를 내려야할지 판단이 뒤다라야 했다.
하지만 수원은 어정쩡했다. 박스 안에 선수를 잔뜩 깔아놓아 확실하게 잠그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라인을 올려 대응한다던지 볼을 점유해 상대에 반격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골 만 더 넣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선지 공격 전개가 너무 급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상당히 많은 공격권을 강원에 내주었고, 이는 강원이 펼친 대반격에 단초로 작용했다. 이처럼 허술한 대처는 작심하고 반격을 가할 기회를 엿보던 강원이 파고들 틈을 제공했다.
상대가 어떻든 괜찮았을 때 경기 흐름을 유지 혹은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을지 모르겠다. 축구에서는 흐름은 끊임없이 요동치며, 그 흐름은 내가 아닌 상대에 의해 크게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월등하게 상대보다 뛰어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선 ‘우리만의 경기’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황이 급변하면 재빠른 대안을 제시해 선점했던 승기를 굳히는 방향으로 흐름을 유도하는 것 역시 프로 레벨 경기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기실 체력 고갈이라는 변수가 작용하는 후반전 경기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원은 이점을 너무 간과했고, 서툴렀다. 단순히 선수들이 초조함에 사로잡힌다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경기를 그르친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