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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수 前 위원장이 제시한 감독 조건은 '틀렸다'
- 출처:일간스포츠|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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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독이면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한 감독이어야 한다."
이용수(58) 전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위원장이 제시한 차기 대표팀 감독이 갖춰야 할 조건이다. 지난 15일 울리 슈틸리케(63) 감독과 ‘동반 사퇴‘를 발표하면서 꺼낸 말이다.
오는 8월 31일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까지 시간이 부족해 외국인 감독 선임은 힘들다는 의미다. 또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까지 두 경기를 짧은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감독의 자질 중 ‘경험‘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 한마디의 ‘파장‘은 컸다.
이 위원장이 내건 조건을 충족시키는 인물이 현실적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한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폭발했다. 여기에 더해 ‘허정무 대세론‘이 등장했고, ‘사실상 허정무‘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위원장이 제시한 조건이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서와 방향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감독의 조건 1순위가 ‘현장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종예선 경험‘은 앞선 1순위를 충족시킨 뒤 그 다음으로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수적인 조건일 뿐이다.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에 있어서 현장 감각이 최우선이다. 현장을 오래 떠나 있으면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축구만큼 빠르게 변하는 것도 없다. 매년 다르다. 현장에 있지 못하면 따라잡기 힘들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감독도 감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감독은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경험이 현장감을 이길 순 없는 일"이라며 "경험을 원한다면 현장 감각이 떨어지지 않은 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최종예선 경험이라는 조건을 빼라. 후보군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명‘을 밝힌 전문가도 있다. 바로 박항서(58) 감독이다.
박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감독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수석 코치로 4강 신화에 큰 역할을 해냈다. 이후 경남 FC와 전남 드래곤즈 그리고 상주 상무 등 감독을 역임했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16일에는 ‘2017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 감독도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현장감‘이다"고 힘줘 말했다.
민감한 사안인데도 박 감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말하는 것이다. 감독에 있어서 현장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데 익명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당당한 목소리를 냈다.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박 감독은 "선수가 경기에 뛰지 못하면 감각이 떨어지는 것처럼 감독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많이 본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직접 현장에서 지휘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15년 12월 상주 감독에서 사퇴한 뒤 약 1년 동안 현장과 떨어져 있었다.
그는 "나도 1년을 쉬다 현장으로 돌아왔다. 아직 조금은 생소한 부분이 있다"며 "후배 감독들에게 항상 1년 이상 쉬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년 넘게 쉬면 현장 감각은 현격하게 떨어진다"고 현장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현장감‘이라는 조건을 대입시킨다면 ‘허정무 대세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3년 전 2014 브라질월드컵 참패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차치하더라도 허 부총재는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허 부총재는 2012년 4월 성적 부진의 이유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서 사임한 것이 ‘마지막 현장‘이었다. 무려 5년이 넘게 현장 공백 상태로 지냈다.
사실 이 위원장의 한마디에 이렇게 크게 흔들릴 이유는 없었다.
이 위원장은 분명 ‘사견‘임을 전제했다.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전 위원장의 개인 의견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차기 감독 선임 조건과 방향을 정하는 것은 차기 위원장의 몫이다. 다음 위원장은 ‘현장감‘의 중요성을 인지한 인물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