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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의 어깨 수술 그리고 류현진의 패스트볼
- 출처:스포티비뉴스|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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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메이저리그는 ‘강속구’의 시대다. Pitch f/x라는 투구 정보 추적 시스템이 생겨난 이래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증가하는 데에는 투구 동작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체계적인 영양 관리 그리고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웨이트트레이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08년 이후 9년 사이 1.1마일 가량 증가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평균 91.9마일이었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 93.2마일까지 빨라졌다. 올 시즌dms 93.1마일. 같은 기간 선발투수는 91.4마일에서 92.7마일, 불펜 투수는 92.7마일에서 94마일까지 평균 구속이 증가했다. 올 시즌 선발은 92.5마일, 불펜 투수는 93.8마일.
야구계에는 ‘투수에게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널리 통용되는 격언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구속은 투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에 비해 더 많은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고 안타 허용을 비교적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우고 있는 선발투수 가운데 너클볼러인 R.A 디키와 스티븐 라이트를 제외하고 평균 구속이 84.4마일로 가장 느린 브론슨 아로요의 포심 패스트볼이 헛스윙률 6.2%, 피안타율 0.333에 불과한 반면 97.2마일로 가장 빠른 루이스 서베리노의 포심 패스트볼은 21.2%의 헛스윙률과 0.265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강속구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슬라이더, 포크볼과 같은 변화구가 투수의 팔에 대한 부상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빈약하다. 그러나 패스트볼은 다르다. 패스트볼은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투수의 팔이 받는 충격의 정도가 급증한다. 미국스포츠의학연구소(ASMI)는 투수의 팔에 많은 충격을 주는 것은 강속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강속구가 위험한 것일까. 모든 운동 동작은 가동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좌우한다. 가동성은 관절들의 최대 운동 능력을 이용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며 안정성은 신체의 힘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구실을 한다. 이 두 가지 특성은 서로 반비례한다. 가동성이 떨어지면 부상 가능성은 적어지지만 좋은 퍼포먼스를 펼칠 수 없다. 반대로 안정성이 떨어지면 운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부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동성이 너무 증가하게 되면 부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운동 능력까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선 가동성을 더 높여야 하는데 이 때문에 어깨 관절과 팔꿈치 인대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속구는 분명 투수의 부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매년 구속이 빨라지면서 부상하는 투수의 수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수가 다치는 절대적인 원인이 강속구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강속구는 투수의 부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다. 모든 강속구 투수가 부상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체 역학의 권위자이자 ASMI의 연구 디렉터인 글렌 플라이직은 강속구 외에도 투수의 부상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은 더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깨 수술 후 구속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미 존 수술은 매우 간단하다. 팔꿈치의 손상된 인대를 제거하고 다른 팔의 건강한 힘줄(건)을 떼어 내 옮겨 심으면 된다. 인체의 무릎과 같이 경첩 관절인 팔꿈치가 할 수 있는 동작은 굽힘과 폄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팔꿈치는 움직임이 제한적이면서도 매우 단순한 구조다.
그러나 어깨는 다르다. 어깨는 볼 앤드 소켓 형태로 이뤄진 360도를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이다. 때문에 어깨는 팔꿈치보다 가동성이 좋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관절이다. 이 불안정한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아 주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어깨 연골(labrum)이며 그 주위를 삼각근을 비롯한 회전근개가 둘러싸고 있다.
모든 스포츠 종목 가운데 특히 야구의 투수에게 회전근개는 생명줄과도 같다. 투수들이 공을 포수에게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회전근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투수는 회전근개 부상에 가장 쉽게 노출돼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야구 외에도 배드민턴, 테니스, 핸드볼 등 회전근개의 움직임이 중요한 종목은 이외에도 여럿 있다. 그러나 투수의 투구 동작은 공을 직접 던지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은 대신 견관절의 움직임은 극한까지 치닫는다. 투구 동작과 같이 어떤 물체를 잡고 어깨 위로 던지게 되면 회전근개는 어깨의 구조물과 서로 맞물리며 손상하게 된다. 이어 단축성 수축(컨센트릭)과는 달리 근섬유와 근신경을 더 동원하는 신장성 수축(익센트릭)이 주가 되는 투구 동작은 다른 운동 동작보다 근육 회복 시간이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투수가 경기를 마친 후 아이싱을 하는 이유 또한 근육의 회복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이 대목에서 반론이 이어질 수 있다. 류현진이 수술한 부위는 회전근개가 아닌 어깨 연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골이 손상되는 이유는 회전근개의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을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회전근개의 기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후 회전근개의 손상에 대한 영향은 어깨 연골에까지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어깨 연골 부상은 회전근개의 손상과 인과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깨에는 여러 근육들이 같이 붙어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관절을 잡아 주는 어깨 연골은 한 번 다치면 원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은 부위이다. 애초에 어깨가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 역시 성공률이 팔꿈치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플라이직은 뉴욕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5일마다 마운드에서 100개의 공을 던지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시속 95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90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보다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좋은 메카닉으로 95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좋지 않은 메카닉으로 90마일을 던지는 투수보다 부상 위험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적당히 쉬면서 95마일을 던지는 것이 휴식을 취하지 않고 90마일을 던지는 것보다 팔에 미치는 스트레스가 더 적다.”
플라이직의 이 발언은 곧 혹사와도 연결된다. 문제는 류현진이 어린 나이부터 상당 수준 이상의 이닝을 던졌다는 점이다. 2006년 KBO 리그 데뷔 이후 이미 1700이닝 이상을 투구한 류현진이다. 류현진뿐만 아니라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에게 회전근개와 연골 손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손상이 그리 심하지 않다면 재활만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수술을 받는 이유는 그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트레이닝 지식으로 미뤄 보자면 어깨 연골 수술을 받은 류현진의 회전근개 특히 견갑하근과 극상근에 상당 부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회전근개가 손상되고 어깨 연골 수술을 받았는데 과거와 같은 수준의 구속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지금의 류현진에게 이 이상의 구속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류현진에게 남은 현실적인 방안은?
2014년 11월, ‘팬그래프닷컴’에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들의 구속에 관한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에 따르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구속 변화가 거의 없었던 반면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0마일에서 88마일로 1~2마일 가량 떨어졌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성적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탈삼진 비율(K%)이 하락하고 평균자책점이 상승하는 등 이전과 같은 성적을 유지하지 못했다.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도 과거와 같은 패스트볼 구속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13년 91.1마일, 2014년 91.4마일이었던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9.8마일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종 가치는 -14.5에 불과한데 이는 50이닝 이상 투구한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아로요(-21.8), 바톨로 콜론(-18.6), 타일러 글래스노우(-15.9)에 이어 가장 좋지 않은 수준이다.
위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일반적으로 패스트볼은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위력적이다. 이는 류현진도 예외는 아니다. 류현진은 평균 구속 9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77, 9이닝당 피홈런이 0.64개로 훌륭했지만 평균 90마일에 미치지 못했던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5.50에 달했으며 9이닝당 피홈런은 1.29개까지 늘어났다. 또한 류현진은 90마일을 초과한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0.276(377타수 104안타)였으나 90마일에 미치지 못한 패스트볼은 0.378(111타수 42안타)로 매우 좋지 못했다.
이제 류현진은 변화해야 한다. 더 이상 류현진은 평균 구속 9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매 순다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류현진은 이제 평균 구속 89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로서 과거와 같은 구속을 되찾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새로운 생존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새로운 전략이 볼 배합을 바꾸는 것이든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것이든 이제 류현진에게 남은 한 가지 수는 ‘구속이 나오지 않는 경기에도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