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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 > 국내
KIA로 간 임기영, 그리고 메시아에 대한 환상
출처:다음스포츠|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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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었다. 그리고 7회였다. 이미 승부의 기울기는 확실해졌다. 지고 있는 팀의 세번째 투수가 올라왔다. 이를테면 패전 처리용이다. 송은범이었다.

깔끔한 뒷처리는 이뤄지지 못했다. 두번째 이닝인 8회에 실점이 나왔다. 김주형, 버나디나, 이명기, 나지완에게 집중타를 맞았다. 2명이 더 홈을 밟았다. 7-0이 됐다. 투수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흘렀다.

그 순간이었다. 덕아웃에 있던 홈 팀 선발 투수가 점퍼를 벗었다. 임기영이었다. 그는 9회를 준비하기 위해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이미 100개를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시 마운드로 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셧아웃을 완성시키기 위함이었다.

9회는 8개면 충분했다. 삼진(김태균) - 유땅(로사리오) - 좌비(이성열). 마지막 3타자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원정 팀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완봉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지난 7일 광주 경기는 아주 특별했다. 벌써 40% 가까이 소화된 올 시즌 KBO 리그의 어떤 경기보다도 많은 메시지를 담은 게임이었다. 그것은 기가 막힌 아이러니였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담하고, 어찌보면 잔인한 장면일 지 모른다.



2014년 12월이었다.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에서는 성대한 이벤트가 열렸다. 수십명의 보도진이 몰려들었다. FA 3명의 입단 기자회견이 열리는 자리였다. 배영수, 권혁, 그리고 송은범이 새 유니폼을 입고 사진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임 감독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움이 나타났다. 그는 흡족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식구가 3명이나 늘었다는 자체만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며칠 뒤였다. FA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에 대한 지명이 있었다. 송은범의 댓가는 임기영이었다. 원소속팀 이글스는 그를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했던 것 같다. ‘지금 데려간다 해도 당장 2년을 쓸 수 없는 데…’라는 계산 말이다.

그런데 상대는 덜컥 그를 찍었다. 타이거즈 측에서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회상했다. “현장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프런트의 세 파트가 의견을 모았는데 만장일치로 임기영을 선택했다.” 그 때는 그쪽 감독도 부임 초기였다. 즉시 전력감이 아쉬운 시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얻어진 의견을 받아들였다.



전임 감독에 대한 원망 - 그리고 더 본질적인 논의
스카우트 업무는 워낙 불확실성을 기초로 이뤄진다. 따라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데려온 선수들의 실패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특히나 FA의 위험부담은 훨신 더 크다. 보상 선수 탓이다. 간혹 데려온 선수는 별 볼 일 없는 데, 내보낸 선수가 오히려 돋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 송은범-임기영 같이 극적인 반전을 이룬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각종 커뮤니티마다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사실 논쟁이랄 것도 없다. 워낙 일방적인 일 아닌가. 한쪽은 굴러온 복덩이에 대한 감사와 찬사가 넘쳐난다. 여북하면 그런 댓글이 남겨졌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은범이는 떠나서 기영이를 남겼네.’

반면에 다른 쪽은 원망, 부러움, 야속함,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격한 감정들이 모이는 표적은 한 곳이다. 이미 사임한 전임 감독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전력보강 과정에서 드러난 역효과가 이런 현상을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점에 대한 책임 추궁에는 이론을 제기하지 않겠다.

다만,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여기에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보다는 훨씬 더 본질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구라다>의 생각이다. 즉, 어느 감독 개인의 책임이나 안목에 기대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인과관계를 종합해서 돌아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1인 리더십에 대한 지나친 의존
이글스의 지난 4년여 시간을 정리해 보시라. 2명의 전임 감독이 떠오른다. 김응용과 김성근이다. 그들은 KBO 리그에서 손꼽히는 중량감을 지닌 지도자들이다. 때문에 이 캐스팅은 특별한 코드를 담고 있다. 강력한 지도력, 카리스마 같은 것들이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너무 오랫동안 하위권에서 머물렀다. 꼴찌에 내버려진 타성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 절실했을 것이다. 명장으로 불리던 그들 특유의 리더십이 말이다.

그러나 여기는 어쩔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필연적으로 구단 운영의 상당한 부분까지 의존하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지훈련 장소 같은 문제는 물론이고, 구장 시설물의 변경(이를테면 외야 펜스 공사 등)까지 그들의 의견이 거의 절대적으로 반영되곤 했다.

하물며 선수단 운영에서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FA 영입이나 외국인 선수 같은 문제에서도 모두 그들의 판단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있었다. ‘전권을 위임한다’는 워딩이다.

물론 그런 말이 필요한 부분은 있다. 경기에 관련된 일들이다. 선수 기용, 교체, 작전 등에 대해서는 감독과 그를 보좌하는 스태프들이 100%의 결정권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마저도 동의하지 않지만.)

하지만 선수단 운영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감독은 기껏해야 2~3년 계약이다. 반면에 선수 수급은 5~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부분이다. 양쪽의 견해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해도 전적으로 맡겼다는 점을 일방적으로 과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단의 경영진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테두리를 정해주는 작업을 선결해야 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치우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했다.

‘전권을 줬다’는 어쩌면 회피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구단이 당연히 해야할 책무마저 떠넘기고 뒷짐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감독은 중요하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몇 년째 하위권에 허덕이던 팀에게 한줄기 빛처럼 기적을 불러일으킬 메시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신격(神格)을 전제로 감독을 선임하고, 구단을 운영한다는 건 결코 합리적일 수 없다.

약속의 땅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초인(超人)의 리더십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모두의 공감과 참여가 바탕돼야 한다. 선수단과 프런트가, 각자의 자리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논쟁하고, 토론하며, 하나의 비전을 향해 조금씩 전진할 때에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리라.

그들은 또다시 후임 감독을 찾고 있다. 부디, 이번에는 메시아를 기대하는 작업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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