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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식 코치, "우리도 이제 화수분 아닌가?"
- 출처:OSEN|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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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마음고생. 그러나 묵묵히 뒤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생각하는 야구‘를 심어주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이 3년차인 올해 빛을 발하고 있다. 박흥식(55) KIA 타격코치 이야기다.
30일 NC전을 앞둔 박흥식 KIA 타격코치의 얼굴은 밝았다. 선두에 오른 팀의 비결로 타격이 꼽히기 때문이었다.
박 코치는 2014시즌이 끝나고 김기태 감독이 KIA에 부임하면서 함께 광주로 적을 옮겼다. 그러나 KIA는 2015년 팀 타율 2할5푼1리로 리그 10위에 올랐다. 신생팀 kt(.273)보다도 팀 타율이 낮았다. 팀 홈런은 136개로 리그 7위. 팀 출루율 역시 3할2푼6리로 리그 최저였다. 2014년 2할8푼8리로 리그 8위였는데 이보다 더 나빠진 것.
지난해는 타율도 오르고 비록 팀이 5위에 올라 포스트시즌 맛을 보았다. KIA의 지난해 팀 타율은 2할8푼6리로 저년도 보다 3푼5리나 올랐다. 그러나 리그 9위였다. 팀 홈런은 170개로 리그 3위였지만 팀 득점은 6위에 불과했다. 홈런 효율성이 떨어졌던 셈이다.
올해는 상대적 지표가 좋다. KIA는 팀 타율 2할7푼8리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팀 득점 역시 145점으로 넥센(149점)에 이어 2위다. 지난해처럼 홈런 군단도 아니다. 팀 홈런은 17개로 리그 7위다. 나란히 15홈런을 기록 중인 kt, 한화, LG 다음으로 적다. 이는 홈런 의존도가 현저히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박흥식 코치도 이 점을 반겼다. 박 코치는 "사실 홈런은 덤이다. 지난 시즌 기록을 살펴보라. 런은 많았지만 득점이 떨어졌으니 의미가 적었다"라며 "선수들도 의식을 바꿨다. 홈런 한 방보다는 득점권에서 끈질기게 살아나가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까지는 쉽게 아웃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KIA는 올 시즌 득점권 타율 3할5리로 리그 3위다. 지난 시즌(.288·6위)과 2015시즌(.248·9위)의 모습은 사라졌다.
박 코치는 부임 직후부터 타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 박흥식 코치는 선수들 모두에게 ‘카운트가 불리하면 진루타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이는 하위타선부터 ‘FA(프리에이전트) 최대어‘로 데려온 최형우까지 예외없었다. ‘어떻게 해야 팀이 득점하고 그게 승리로 이어질지‘를 늘 머리에 두는 ‘생각하는 야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하는 야구의 힘은 적은 삼진으로 이어졌다. KIA는 올 시즌 팀 삼진이 156개다. 리그 평균인 187개에도 못 미치는 최저 1위. KIA 다음으로 삼진이 적은 팀은 NC인데 171개로 KIA와는 15개 차이다. KIA는 팀 병살타도 19개로 리그 최저 3위다. 박흥식 코치는 "적은 삼진과 병살타는 선수들의 상황 대처 능력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며 선수단에게 공을 돌렸다.
KIA 타선의 이 같은 끈끈함은 투수진에게 시너지로 이어졌다. 28일 경기서 승리투수가 된 양현종은 경기 후 "나를 비롯한 투수진 전체가 초반에 점수를 내줘도 ‘타선이 금방 만회해줄 것‘이라며 부담 없이 던진다. 이때문에 압박감을 덜 느껴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라고 투수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박 코치가 생각하는 KIA 타선의 가장 큰 강점은 생각하는 야구도, 끈끈함도 아니다. 바로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KIA는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255)는 물론 김주찬(.186, 1홈런, 9타점)과 이범호(.200, 3타점) 등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부진하다. KBO리그 1년차인 버나디나는 차치하더라도 김주찬과 이범호는 지난해 나란히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빈약했던 팀 타선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올 시즌 부진이 더욱 아쉽다.
박흥식 코치는 "(김)주찬이는 아직 조급하다. 하지만 검증된 선수 아닌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금방 올라올 것이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이범호 역시 부상으로 시즌 개막이 늦었다. 이제 막 9경기를 치러 표본이 적을뿐 금방 제 기량을 발휘할 선수라는 게 박흥식 코치의 이야기다.
반면,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에 박 코치는 반색을 표했다. KIA는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명기(17경기 .373)와 김민식(20경기 .236)이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이명기는 테이블세터로 제 역할을 200% 수행하고 있으며 김민식은 최근 하위타선에서 쏠쏠히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박흥식 코치는 "라인업을 짤 때 고민이 없다. (이)명기를 볼 때마다 ‘왜 이런 선수를 SK에서 내줬을까‘ 싶을 정도다. 공격과 수비, 주루 모두 다 되는 선수는 팀 당 한두 명 꼴 아닌다. 그게 명기다"라며 극찬을 보냈다. 이어 "(김)민식이도 결코 타격이 약한 선수가 아니다. 지금 타율보다 더 오를 것이다"라며 믿음을 전했다. 군에서 돌아온 안치홍과 김선빈 역시 변수가 아닌 상수.
때문에 KIA 타자들은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 타선도 이제 강하다‘라는 인식이 퍼지며 서로 소통과 공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박흥식 코치는 "사실 코치 이야기보다 선배들 조언이 효과가 크다. 좋은 분위기로 서로 대화하고 있으니 더 강해질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희망을 전했다.
그는 요사이 밥을 안 먹어도 행복하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 박흥식 코치는 기쁜 표정으로 한마디 건넸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두산을 두고 ‘화수분 야구‘라고 하지 않나. 실제로 두산은 주전급 선수가 빠져도 백업이 나타나 그 자리를 메꿨다. 타격 코치 입장에서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그러나 올 시즌 KIA도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이제 우리도 두산 못지 않은 화수분 야구라고 불릴만 하지 않나".
이제 4월이 지났다. 팀 타선을 앞세워 리그 선두에 오른 KIA지만 박 코치의 말처럼 베테랑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좋은 타격 사이클이 언제 식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박 코치의 바람처럼 또 하나의 화수분이 KBO리그에 생기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