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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넘게 한솥밥…유도훈과 전자랜드의 아름다운 동행
- 출처:한국일보|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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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월. 당시 유도훈(50) 창원 LG 코치는 시즌 도중에 안양 KT&G의 감독으로 러브콜을 받았다. 신선우(현 WKBL 총재) LG 감독은 김영수 LG 스포츠단 사장에게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은 유 코치의 앞날을 위해 보내주자”고 요청했고, “전쟁 중인 병사를 내보낼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했던 LG 구단과 김 사장도 고심 끝에 허락하며 유 감독의 건승을 기원했다.
프로농구 ‘봄 잔치’가 한창인 지난 14일 인천 전자랜드는 유도훈 감독과 3년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이로써 유 감독은 KT&G 감독을 거쳐 2009년 전자랜드에 코치로 부임해 2010~11시즌 구단의 제 7대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이후 올해까지 8시즌, 향후 3시즌을 더해 한 팀에서만 10년 넘게 재직하는 장수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는 현역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으로 13시즌째 집권하고 있는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에 이어 두 번째 긴 재임 기록이다. 평균 수명이 짧은 KBL(한국농구연맹)에서 10년 이상 장기 집권한 감독은 역대로도 허재 전 KCC 감독까지 포함해 단 3명뿐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유재학 감독, 허재 전 감독과 달리 우승을 한 적이 없다. 챔피언결정전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4강이 유 감독의 플레이오프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우승에 목마른 프로스포츠에서 무관의 감독이 10년 이상 한 팀에서 장수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자랜드는 프로야구 넥센에 비유된다. 매각설까지 흘러 나왔던 구단의 경영난으로 투자를 하지 못하고도 ‘반란’, ‘돌풍’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강팀으로 자리잡았다. 유감독은 8시즌간 전자랜드를 6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이끌었고 그 중 3번은 4강까지 올려놨다. 특히 2014~15시즌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올려 놓고 6강에서는 3위 SK를 3연승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해 ‘언더독의 기적‘을 연출했다. 이 장면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사에서도 명승부로 회자된다. 현역 시절 악바리 같은 유 감독의 승부 근성은 지도자로서도 카리스마로 고스란히 묻어 나왔고, 이는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끈끈한 팀워크와 수비의 팀으로 변신한 원동력이 됐다.
2년, 3년에 불과한 계약 기간조차 마치지 못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프로스포츠 풍토에서 전자랜드와 유 감독의 10년 동행은 귀감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