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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혼의 전자랜드, 끝내 넘지 못한 5차전 징크스
- 출처:오마이뉴스|201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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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또다시 ‘마의 5차전‘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4월 8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전자랜드는 서울 삼성에 73대 90으로 패했다.
전자랜드는 삼성과의 이번 6강 PO서 1차전 패배 이후 2,3차전을 내리 따내며 2년 만에 다시 ‘6위의 기적‘을 재현하는 듯 했으나, 결국 체력과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4,5차전에서 내리 무너지며 재역전패로 허무하게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전자랜드는 유독 5차전에 한이 많다. 프로농구 역대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전 3선승제의 5차전 시리즈는 총 7차례가 있었고 이중에서 올시즌을 비롯하여 무려 4번이나 전자랜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10개 구단을 통틀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시리즈를 가장 많이 치른 팀이 바로 전자랜드였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5차전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08-2009시즌 전주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과 2013-2014시즌에는 잇달아 부산 KT에 덜미를 잡혔고 이번에는 서울 삼성의 벽을 넘지못했다.
4강 PO까지 범위를 넓히면 지난 2014-15시즌 4강전에서는 원주 동부와 역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고비를 넘지못하고 무너졌다. 역대 5차전 시리즈만 무려 5연패다. 일보만 더 전진했으면 전자랜드의 역사가 바뀔 수 있는 아쉬운 순간들이 유독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게 말하면 플레이오프의 ‘명승부 제조기‘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항상 명승부의 ‘조연‘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창단 초기부터 줄곧 프로농구 대표하는 ‘언더독‘ 이미지
어쩌면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전자랜드라는 팀이 안고 있던 근본적인 핸디캡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자랜드는 창단 초기부터 줄곧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언더독‘ 이미지가 강하다. 구단 역사를 돌아보면 극히 몇몇 시즌 정도를 제외하면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우승후보나 강팀으로 꼽히던 시절이 거의 없었다. 유도훈 감독 부임 이후 2010년대부터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부상하기는 했지만 높이와 공격력의 열세로 여전히 6강 정도가 한계인 팀으로 꼽혔다.
전자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상대 팀을 만나건 전력에서 우위로 꼽혔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한발 더 뛰는 체력과 끈끈한 조직력으로 만회하는 것이 전자랜드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집중력이 극도로 높아지는 플레이오프의 특성상,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체력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역대 5차전 시리즈에서 체력고갈과 높이 열세로 인하여 야투 적중률이 떨어지고 실책과 리바운드 허용이 늘어나며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삼성과의 올해 6강 PO 시리즈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3차전에서 강력한 압박수비와 속공으로 삼성을 제압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4차전에서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만 무려 40점을 내주며 승부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이미 전자랜드는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5차전에서는 라틀리프 수비에 집중하다가 오히려 초반부터 삼성의 외곽포를 잇달아 허용하며 끌려가는 상황을 초래했고 이는 이미 지쳐있던 전자랜드 선수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시리즈 중반부터 삼성을 압박했던 강력한 로테이션 수비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5차전에서는 그나마 잘 틀어막아오던 마이클 크레익마저 살아나는 악재로 이어졌다. 삼성은 헐거워진 전자랜드의 인사이드를 유린하며 골밑싸움에서 압승을 거뒀다. 어쩌면 전자랜드는 5차전이 주는 압박감에 제풀에 무너진 면도 컸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시리즈 들어 정효근, 정영삼, 박찬희 등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며 유도훈 감독은 경기운영에 적지않은 제약을 받아야 했다. 시리즈 내내 양날의 검이었던 제임스 켈리는 득점이 터질 때는 괜찮았지만 좋지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무리한 공격과 턴오버로 경기 흐름을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전자랜드의 실험은 결국 켈리에 대한 득점 의존도와 팀플레이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못하고 미완성으로 아쉽게 마감하게 됐다.
KBL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라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전자랜드는 2년 만에 6강 진출에 성공하며 지난 시즌 최하위의 아픔을 다소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삼성을 맞아 결국 최종전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다. 어시스트 왕에 오른 이적생 박찬희는 KBL 정상급 가드로 부활했고 특급 신인 강상재의 성장과 플레이오프 깜짝 스타 김지완의 활약 등도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무엇보다 전자랜드만의 언더독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힌 것도 나름의 성과다. 전자랜드는 최근 몇 년간 항상 객관적인 전력 이상으로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며 플레이오프에서는 강팀들과 잇달아 명승부를 연출하는 저력으로 KBL의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꼭 우승만이 전부가 아니라 전자랜드만의 확실한 스토리와 캐릭터가 살아있는 매력적인 팀이라는 인상을 팬들에게 심어줬다.
하지만 전자랜드도 이제는 만년 복병 이미지나 6강 진출팀 정도로 만족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더 큰 목표의식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전자랜드는 창단 이래 KBL 10개 구단중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 우승은커녕 챔프전 진출도 한번도 이뤄보지 못한 팀이다. 7년간 전자랜드의 지휘봉을 잡아온 유도훈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전자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다음 시즌을 대비한 전자랜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