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 원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전력 누수의 악재를 극복 못한 제주 유나이티드는 리드미컬한 ‘감귤타카’를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무실점으로 원정 경기를 마쳐 승점 1점을 챙겼는데 이 과정엔 각 지역을 책임졌던 두 선수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바로 이찬동과 조용형이다.

지난 8일 벌어졌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5라운드는 제주에 많은 숙제를 남긴 한판이었다. 주전급 세 선수(이창민·권순형·정운)의 이탈이 발생하자, ‘2017 제주’의 막강함도 연쇄 작용처럼 사그라졌다. 하지만 이찬동과 조용형은 각자 자리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명쾌하게 해냈다.

먼저 이찬동이다. 이날은 평소처럼 권순형이 아닌 문상윤과 짝을 이뤘던 이찬동은 서울의 공격을 차단하는 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피지컬을 앞세운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적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충분했고, 여기에 덧대진 폭넓은 활동량은 우리가 피치 어디서나 이찬동을 목도할 수 있게끔 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이찬동이 팀에 들어와 공격진 미스를 최소화할 방편을 마련했다며 기뻐했는데, 이찬동은 서울전서 감독이 흡족해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그라운드에 정확하게 구현했다. 이찬동이 이런 역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도 제주엔 호재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찬동은 ‘쫑(부딪침)’나는 걸 꽤나 즐기는 선수다. 

중원에서 이찬동이 기틀을 다졌다면, 후방엔 플랫 3의 리더 조용형이 있었다. 역시나 검증된 수비수들인 오반석·김원일과 함께 제주 최후방을 지켰던 조용형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연륜이 가미된 플레이는 이날따라 더욱 유려해보였고, 전쟁 같은 서울전임에도 차분함이 느껴졌다. 가끔씩 건네는 롱 패스의 질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조용형은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제주 선수들에겐 심적 안정감을 제공했을 듯하다. 제주가 세트 피스 찬스를 얻어도, 조용형은 하프 라인 근처에 작은 거인(센터백치고는 작은)처럼 포진해 발생할지 모르는 모든 비상 사태를 대비했다. 여기에 적절한 파울까지 섞어주니, 서울로선 조용형의 존재가 알게 모르게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경기 직후 만났던 조용형은 “좋은 공격수들이 많은 서울을 상대로 수비수들끼리 막는 건 버겁다. 그렇지만 미드필더에서 수비를 잘해줘 무실점으로 경기가 끝났다. 물론 강팀으로 가기 위해선 계속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시각에서 서울전을 복기하며 중원의 도움 때문에 무실점 경기가 가능했다는 겸손한 발언을 남겼다.

현 시점에서 보면 오랜만에 친정 클럽으로 들어온 조용형과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제주로 둥지를 바꿔 틀었던 이찬동은 제주의 마지막 퍼즐 두 조각이 되어가는 듯하다. 이들로만 뭔가를 이뤄낼 순 없겠지만, 이들이 있어 패배 확률을 최소화시킬 순 있을 듯하다. 서울전은 그 적법한 예였다.

제주로선 두 선수의 존재감 덕택에 막강한 서울 공격수들을 상대로도 골을 허용치 않고 경기를 마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울전의 제주는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측면 교전 승률이 높지 못했고, 경기 막판 세트 피스 상황서 집중력 저하도 여전했다. 이창민과 권순형이 없으니 공격의 파괴력과 세밀함도 떨어졌다. 요컨대 이찬동과 조용형을 이용해 서울전을 ‘견뎠을’ 뿐이다.

이들이 5라운드를 치른 현재, 제주는 어찌됐건 다득점 원칙에 의거 전북 현대에 앞선 K리그 클래식 1위에 버티고 있다. 무패 행진도 여전하다. 앞으론 서울전서 보였던 경기력 붕괴가 일어날 듯한 조짐을 근절하는 게 목표가 될 듯싶다. 그래야 이번 시즌 우승도 정말 가능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