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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자격정지 18개월만에 CAS 제소 절차 밟는다
출처:이데일리|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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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5년 징계를 받은 정몽준(66) 전 FIFA 부회장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는다.

정 전 부회장은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FIFA 윤리위원회는 정 전 부회장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영국과 투표 담합을 했고, 한국의 월드컵 유치를 위해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게 ‘이익 제공’에 해당한다며 1심에서 자격정지 6년을 결정했다. 정 전 부회장이 곧바로 항소하자 FIFA 소청위원회는 지난해 7월 자격정지 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벌금을 종전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2000만원)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정 전 부회장은 징계가 내려질 당시부터 CAS에 제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CAS 제소를 하게 된 것은 최근에 와서야 FIFA로부터 항소 결정 설명문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CAS 제소를 위해서 항소 결정 설명문(reasoned decision)이 필요한데 FIFA는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정 전 부회장에게는 뒤늦게 이를 보냈다. 반면 역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제프 블래터 전 FIFA 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위원회 결정이 나온 뒤 곧바로 결정 설명문을 받아 CAS에 제소한 상태다.

정 전 부회장은 “FIFA 항소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저에게 항소 결정 설명문을 보내왔다. 지난해 7월, 항소위원회가 5년 제재 결정을 통보한 뒤 9개월 만이다. 체육계의 최종 중재기구인 CAS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이 설명문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제가 직접 편지를 써서 설명문을 빨리 보내달라고 촉구했음에도 FIFA 항소위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설명문을 주지 않다가 이제야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인 윤리위도 결정 설명문을 6개월이나 지난 뒤 보냈기 때문에 CAS에 제소하는 일은 제재가 발효된 날로부터 18개월 지난 뒤에나 가능하게 됐다”며 “비유하자면 어느 특정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집행케 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18개월 뒤에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치졸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부회장은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투표 담합’이나 ‘이익 제공’이라는 실체적 문제로 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가 벽에 부딪히자 FIFA 편지용지를 사용했다느니,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로 시비를 걸고 있다. 윤리위와 항소위가 저에게 적용한 대표적 윤리규정은 13조의 ‘일반적인 행동 규범’인데 이 조항은 윤리적 태도와 완벽한 신뢰 같은 것들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렇게 행동 규범과 윤리, 그리고 신뢰를 따지는 사람들이 왜 결정 설명문 하나 보내는 데 시간을 끌어서 결국 18개월이나 지난 뒤 CAS에 가게 하는지 묻고 싶다. 서양 격언에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이 이렇게 시간을 끈 것 자체가 비윤리적인 일이다”고 강조했다.

정 전 부회장은 CAS 제소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미 1년반의 시간이 흘러버렸고 CAS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또 시간이 경과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저에게는 실익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제가 FIFA 구세력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이 FIFA의 새로운 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이후 나는 줄곧 FIFA 개혁을 요구했으나 블래터의 사람들에 의해 부당한 보복을 당했다. 블래터 회장의 ‘청부업자’라고 불리는 FIFA 윤리위는 당초 제기했던 혐의로 저를 얽어맬 수 없게 되자 ‘조사 비협조’와 같은 조사 과정에서의 문제 등을 이유로 6년 제재를 가했다.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더니 이에 항의하자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주장했다.

정 전 부회장은 “FIFA의 회장이 바뀌었지만 블래터가 심어둔 윤리위와 항소위의 주요 인사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블래터의 시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CAS 제소를 비롯한 모든 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꾸민 블래터 전 회장과 거짓말로 저를 모함하는 등으로 저의 부당한 징계에 관련된 인사들에게 형사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청구 등 응분의 법적 책임도 물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FIFA의 부패 구조를 청산하고 진정한 개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판티노 회장도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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