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하나의 주제로 전혀 다른 모습의 일주일을 보낸 한국과 시리아가 상암벌에서 격돌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경기를 치른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시리아에 패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국전 패배로 `실망`이 가득했던 한국

한국 축구는 지난 5일간 침울했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확신했던 중국에 충격패를 당했고,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점유율만 높게 가져갈 뿐 별다른 소득이 없는 플레이 스타일에 신물이 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부분 전술 준비도 미흡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아직도 패배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야된다는 생각 뿐"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래서 시리아전이 더 중요하다. 결과는 물론이며, 내용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 앞으로 대표팀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란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싸늘해진 분위기를 실감한 듯 대표팀 분위기도 비장하다. 파주에서 시리아전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 슈틸리케호는 27일 오후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최종훈련을 소화했다. 기성용도 "말보다 그라운드 위에서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 내전 중인 시리아, 축구가 유일한 `희망`

반면 시리아는 축구가 온 국민의 희망이 됐다. 시리아는 현재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다. 2011년 독재 세력에 반발하는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내전이 어느덧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약 40만 명이 사망자가 발생했고,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조직들까지 가세하면서 내전이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리아 국민들을 미소 짓게 한 건 다름 아닌 축구였다. A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시리아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선전하고 있다. 2승 2무 2패로 중국, 카타르를 제치고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과의 승점차도 2점에 불과하다. 시리아는 지난 23일 한국이 중국전 패배로 고통스러워할 때,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꺾고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시리아 대표팀은 내전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위해 힘을 내자고 독려하며 하나로 똘똘 뭉쳤고,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굳은 상황도 꿋꿋하게 극복해내고 있다. 축구를 매개체로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시리아의 아이만 하킴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한국전 승리를 다짐했다.

지난 일주일, 축구가 전부였던 시리아와 깊은 좌절감을 맛봐야 했던 한국. `축구`가 28일 저녁 상암벌에서 한국과 시리아의 표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