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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오세근, MVP는 누가 받는 게 맞을까?
출처:바스켓코리아|201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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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 KCC 프로농구도 이제 5경기만 남겨놓았다. 6강 플레이오프 대진표는 정해졌다. 이제 남은 최대 관심은 27일 시상식에서 발표될 MVP다. 유력한 후보는 KGC인삼공사의 우승 주역 이정현과 오세근이다.

이정현은 2010~2011시즌에 데뷔해 군 복무나 국가대표 차출을 제외하면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전 경기에 출전 중이다.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데뷔 시즌 박찬희(전자랜드)와 신인왕 경쟁을 했다. 신인상은 박찬희에게 돌아갔다.

팀의 궂은일을 도맡았던 이정현은 시즌을 거듭하며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정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자신의 역할보다 팀에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2011~2012시즌 우승할 땐 식스맨이었다. 정규리그 54경기 중 선발 출전한 건 7경기에 불과했다. 박찬희가 입대한 뒤에는 김태술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 김윤태와 이원대를 도와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맡았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

이정현은 이번 시즌 팀의 에이스다. 양희종은 “(이)정현이가 KGC인삼공사의 실제 에이스”라고 했고, 강병현은 “KBL에서 가장 특출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득점부터 어시스트, 리바운드, 스틸 모두 다방면에서 이렇게 잘 하는 선수는 최근에 있었나 싶은 정도로 슈팅가드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이정현을 치켜세웠다.

그럼에도 이정현은 시즌 중반까지 선발보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가 많았다.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이 문성곤, 한희원, 전성현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정현 대신 선발로 내보냈던 것.

이정현은 3라운드까지 27경기 중 선발로 나선 건 10경기에 불과했다. 이정현은 시즌 중반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서 그렇게 기용을 하시는데 벤치멤버라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 벤치에서 시작하니까 식스맨이다”라며 웃은 뒤 “(식스맨으로 코트에 들어가면) 진짜 힘들다. 체육관이 따뜻한 곳이 있고, 추운 곳이 있는데, 특히 추운 체육관에선 몸을 못 풀게 하니까 몸이 굳을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기 초반 흐름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걸 감안할 때 김승기 감독의 식스맨을 꾸준하게 선발료 기용한 건 모험과도 같다. 그럼에도 이게 가능했던 건 이정현이 승부처에서 해결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박재한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키퍼 사익스가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즌 중반까지 4쿼터에 포인트가드 역할도 맡았다. KBL에서 최고의 슈팅가드로 꼽히는 선수임에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자신의 옷이 아닌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해내며 팀을 이끌었다. KGC인삼공사는 이정현이 시즌 초반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제몫을 해줬기에 선두권을 유지, 결국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오세근도 이정현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양희종은 “(오)세근이가 없었다면 우승하지 못했다. 농구는 빅맨 싸움이다. 데이비드 사이먼과 세근이가 같이 골밑에서 버티는 게 엄청난 큰 힘”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골밑에 서 있어도 오세근은 오세근”이라고 칭찬했다. 강병현은 “지난 몇 시즌 동안 부상 때문에 기록이나 안 좋은 플레이도 있었는데 이번에 오세근이란 이름을 증명했다”고 오세근이 MVP에 손색없는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김승기 감독도 시즌 중반 “(오)세근이가 승패와 상관없이 중심을 잡아준다”고 칭찬한 바 있다.

오세근은 이정현과 다른 길을 걸었다. 데뷔 시즌에 팀 우승을 위해 힘을 쏟았다. 신인 선수 최초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었으나 부상도 함께 찾아왔다. 2012~2013시즌을 완전히 쉬었다. 그 이후에도 늘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 부활했다.

오세근은 데뷔 후 처음으로 54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는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집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오세근은 지난달 8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뛰지 못할 몸 상태였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전에 오세근이 결장한다고 알렸다. 그럼에도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오세근은 1분 36초 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지금까지 전 경기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겐 54경기 출전은 큰 의미다. 강병현도 지난 시즌 54경기 출전에 의욕을 보였지만, 아킬레스건 파열로 눈앞에서 기록을 놓친 뒤 굉장히 아쉬워했다. 오세근에게도 의미있는 54경기 출전은 김승기 감독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오세근은 이번에 데뷔시즌과 비슷한 기록을 남겼다. 2011~2012시즌에 평균 15.0점 8.1리바운드 1.5어시스트 1.3블록을 기록했던 오세근은 이번 시즌에 14.1점 8.4리바운드 3.5어시스트 1.0블록으로 대동소이한 기록을 작성 중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세근을 두고 “데뷔 시즌의 모습을 이제 되찾았다”고 평가한다.

 

 

이정현과 오세근 모두 최근 MVP에 선정된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과 기록을 비교하면 전혀 떨어지지 않는 활약을 했다. 이정현(15.5점 3.0리바운드 5.1어시스트)은 최근 두 시즌 연속 MVP에 선정된 양동근(13.6점 3.3리바운드 5.6어시스트, 11.8점 2.8리바운드 4.9어시스트)이나 2012~2013시즌 김선형(12.1점 2.9리바운드 4.9어시스트)의 기록을 앞선다.

오세근(14.1점 8.4리바운드 3.5어시스트) 역시 2009~2010시즌 함지훈(14.8점 6.9리바운드 4.0어시스트)과 2007~2008시즌 김주성(14.3점 5.9리바운드 2.6어시스트)보다 더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두 선수의 활약은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더구나 같은 팀 소속이다.

이정현과 오세근은 같은 시즌에 MVP 트로피를 받아도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그렇지만, 걸어온 길이나 이번 시즌 활약은 대조적이다. 이정현은 팀에 필요한 역할이라면 주전과 선발,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등 어떤 것이든 맡아서 꾸준하게 성장해 이 자리에 섰다. 오세근은 우승하는데 절대 필수 조건인 골밑을 듬직하게 지키며 데뷔 시즌의 모습을 회복했다.

이정현은 시즌 중반까지 선발과 벤치를 오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면 오세근은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으로 팀의 기둥 역할을 해냈다.

식스맨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면서도 희생한 이정현이냐, 아니면 예전 모습을 되찾아 꾸준하게 활약한 오세근이냐, 이 두 선수의 상반된 장점 중 어느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느냐에 따라 MVP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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