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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주심 "손흥민 인종차별, 경기 중단됐어야"
- 출처:골닷컴|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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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프리미어 리그 주심 키스 해켓 "주심이 들었다면 경기 바로 중단했어야"
과거 올림픽, 프리미어 리그 등 굵직한 무대에서 휘술을 분 키스 해켓(72)이 손흥민을 향한 밀월 팬들의 인종차별적 구호는 경기 중단이 필요했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지난 12일(한국시각) 열린 잉글리시 리그원(3부 리그) 소속 밀월 FC와의 2016-17 FA컵 8강 경기에서 6-0으로 크게 승리했다. 특히 토트넘은 경기 도중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심각해 보인 발목 부상을 당한 상황 속에서 그의 대체 자원으로 활약할 만한 손흥민이 해트트릭, 빈센트 얀센이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첫 필드골로 득점을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 결과, 또는 선수 개개인의 활약과는 별개로 묵인 돼서는 안 될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경기가 열린 곳은 토트넘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 3부 리그 팀 밀월의 팬들은 팀이 4년 만에 FA컵 4강에 오른 데에 한층 고조된 기대감을 안고 원정 응원에 나섰다. 그러나 그들은 경기 도중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구호를 외치며 주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밀월 팬들은 모든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편견, 북한의 핵문제, 그리고 영국 내 아시아인들이 불법으로 복사된 영화 DVD를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을 온갖 비속어와 욕설이 섞인 구호로 만들어 손흥민에게 쏟아냈다.
전직 주심 해켓은 이날 경기 진행을 맡은 마틴 앳킨슨 주심이 이를 듣지 못했겠지만, 만약 그가 밀월 팬들의 구호를 직접 들었다면 경기를 중단시켰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잉글랜드 일간지 ‘텔레그래프‘를 통해 "앳킨슨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건 그가 손흥민을 향한 학대적인 구호를 듣지 못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다른 선수 중 누구도 손흥민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밀월 팬들의 구호를 들었다면 경기는 중단됐을 것이다. 그래야만 인종차별 행위를 스스로가, 그리고 고위 관계자들이 조사할 공식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밀월 팬들의 행위를 지적했다.
해켓은 "최우선으로 중요한 건 선수를 향한 모독을 멈추는 것이다. 만약 주심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면 손흥민과 토트넘 주장을 불러서 이 사실을 알리고 경기 중단 여부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할 때는 이를 막는 게 경기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0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1부 리그)에서 ADO 덴 하그와 PSV 에인트호번의 경기가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로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네덜란드 출신 레네 티민크 주심은 ADO 팬들이 PSV의 몇몇 유대인 선수를 향해 모욕적인 구호를 외치자 약 80분경에 경기를 중단했다. 그는 경기 후 "모든 이들이 수용할 만한 한계치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더는 용납이 안 됐다"며 경기를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에서 인종차별을 근절하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한 후 주요 리그 공식 경기가 중단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지난 2013년 1월에는 AC 밀란의 흑인 미드필더 케빈-프린스 보아텡이 이탈리아 4부 리그 팀 프로 파트리아와의 친선 경기 도중 자신을 향한 상대팀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이유로 주심에게 이를 알리고 자진해서 경기장을 떠난 전례가 있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0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활약한 기성용이 세인트 존스톤 원정에서 상대 팬들로부터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원숭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기성용의 대표팀 선배이자 셀틱 팀동료 차두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 기분 나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기)성용이가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자 그쪽에 있던 상대방 팬들이 일제히 우우 원숭이 소리를 냈다. 얘기로만 듣던 그런 몰상식한 일이 바로 내가 너무나 아끼는 후배에게 일어났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과거 다니 알베스, 사무엘 에투 등이 상대방 팬들로부터 바나나 세례를 받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에 알베스와 에투는 아무렇지 않게 바나나를 집어 먹거나 득점 후 인종차별 행위를 한 팬 앞으로 달려가 원숭이 흉내를 내는 골 뒤풀이를 펼쳤다. 그러나 이들이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해서 축구장에서만 수십년째 이어진 인종차별이 용인돼선 안 된다.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로 경기가 중단되려면 일단 주심이 사태의 심각성을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주심은 규정에 따라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와 양 팀의 주장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이들 사이에서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주심은 관중석 안전을 책임지는 현지 경찰관과 터치라인 부근에서 만나 경기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전직 주심 해켓은 지난 1994년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프리미어 리그와 잉글랜드 하부 리그는 물론 1988년 유럽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축구 무대에서 주심으로 활약했다. 그는 은퇴 후 잉글랜드 프로축구 심판 위원회(PGMOB) 단장직을 역임했고, 현재 주심의 시선을 중심으로 축구를 바라보는 매체 ‘유 아 더 레프‘ 패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