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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KCC, 실업농구 시절부터 계속된 '숙명의 라이벌'
출처:연합뉴스|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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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자농구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라이벌 관계는 연세대와 고려대, 실업농구 삼성과 현대를 꼽을 수 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는 ‘전자업계 라이벌‘ 삼성과 LG, ‘통신 라이벌‘로 불리는 SK와 kt가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농구대잔치 시절 삼성과 현대, ‘사학 라이벌‘ 연세대-고려대 관계와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중에서도 삼성과 현대의 라이벌 관계는 1965년 시작된 고려대와 연세대 정기전만큼은 아니어도 역사가 꽤 오래된 편이다.



1978년 2월 28일에 삼성전자 농구단이 창단했고, 현대는 약 한 달 뒤인 1978년 3월 24일 현대중공업을 모체로 농구단을 만들었다.

이후 두 팀은 말 그대로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시작했다.

농구대잔치 출범 원년인 1983-198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가 우승했고 이듬해인 1984-1985시즌에는 삼성전자가 현대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드래프트 제도가 없었던 시절인 만큼 대학 졸업 예정 선수 스카우트를 놓고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과 현대가 벌인 경쟁은 말 그대로 ‘스카우트 전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고려대를 나온 ‘슛 도사‘ 이충희(58)가 현대에 입단하고, 이충희보다 1년 후배였던 연세대 출신 ‘전자 슈터‘ 고(故) 김현준은 삼성전자로 진로를 정하면서 두 팀의 경쟁 관계는 더욱 뜨거워졌다.

또 1989년부터는 현대 농구단의 운영을 현대전자가 맡으면서 ‘전자 라이벌‘ 구도까지 형성됐다.

현대전자 농구단이 2001년 KCC로 매각돼 ‘삼성전자-현대전자‘의 경쟁 관계는 다소 퇴색했지만 삼성과 KCC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라는 점에서 특유의 자존심 대결은 여전하다.

KCC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 정상영 씨가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기업이라 ‘범현대가‘로 분류할 수 있는 면도 있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삼성과 KCC의 경쟁 관계가 절정에 이른 것은 역시 이상민 삼성 감독의 이적 사건을 들 수 있다.

2007년 5월 KCC가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를 삼성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상민은 연세대 졸업 이후 현대전자에 입단한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전국구 스타‘이기도 했다.

KCC는 보호 선수 3명을 묶을 수 있었는데 이 3명을 임재현, 서장훈, 추승균으로 정했고 여기에서 제외된 이상민이 결국 삼성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이때 한 방을 먹은 KCC는 2008년 2월 삼성의 창단 30주년 기념 경기에서 회심의 반격을 했다.

78-78로 맞선 경기 종료 직전 불과 지난 시즌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서장훈이 역전 결승 골을 터뜨리며 KCC가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또 2007-2008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이 KCC를 3-0으로 일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다음 시즌인 2008-2009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KCC가 삼성을 4승3패로 꺾고 우승하는 등 ‘장군‘과 ‘멍군‘이 계속 오가는 관계가 이어졌다.

KCC의 첫 영구결번은 삼성에서 은퇴한 이상민 삼성 감독의 11번이고, 반대로 이상민 감독은 삼성에서는 영구결번이 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2월 말 창단 기념 경기 상대로 KCC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2008년 2월 창단 30주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창단 기념 경기가 올해까지 9번 열렸는데 이 가운데 상대가 KCC였던 적이 7번이나 됐다.

삼성의 생일에 7번이나 상대로 나선 KCC는 4승 3패를 기록하며 ‘라이벌‘의 생일잔치를 망친 적이 더 많았다.

올해도 2월 28일 열린 삼성의 창단 39주년 경기에서 공동 최하위였던 KCC가 단독 선두였던 삼성을 95-85로 꺾고 재 뿌리기에 성공했다.



현역 시절 선수 생활은 현대전자에서 했고, 여자농구 삼성생명 사령탑을 지냈으며 농구 선수인 아들(이동엽)과 딸(이민지)은 나란히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이호근(52) 전 감독은 "솔직히 내가 선수로 뛸 때 삼성과 붙으면 현대가 더 많이 이겼던 것이 사실"이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회상했다.

이 전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삼성과 현대의 라이벌 의식이 지금 삼성과 KCC 관계에서는 다소 약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두 팀의 경쟁 관계가 프로농구 인기 부흥에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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