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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이규혁 '性 추문 전력' 알고도 밀어붙였나
출처:노컷뉴스|20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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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38)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이다. 동, 하계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선수 중 역대 최다인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을 보유한 데다 세계신기록은 물론 4번의 세계선수권, 14번의 월드컵 우승을 이루는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세계적인 빙속 스프린터였다.

이런 가운데 오래 전 이규혁이 연루된 불미스러운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20년도 더 지난 사건을 굳이 지금에 와서 들추는 데는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공연히 이규혁이 쌓아온 명성에 흠집을 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 빙상계에서 국가적인 망신, 제살깎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으로 큰 충격에 빠진 상황. 한국 체육계 역시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 씨가 자신의 딸 정유라 씨의 입신과 양명을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선택하면서 비리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동계스포츠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맡아 크고 작은 이권에 개입된 정황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고 있다.

이규혁은 그런 장 씨와 수십 년 친분을 쌓아온 측근으로서 한국 동계스포츠를 장악하려는 검은 계획에 연루됐다. 특히 최순실 파문이 터진 뒤 이규혁은 장 씨와 친분이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 씨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규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이십년동안 변치않은 ♥ 우정으로~~‘ ‘이젠 아들의 스승이자 든든한 삼촌으로!‘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이규혁은 장 씨와 두터운 친분 속에 파격적인 억대 연봉의 빙상단 감독으로 전격 선임됐다. 왕년의 과오가 지도자로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음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없이 공적 성격의 자금이 투입되는 빙상단 사령탑에 오른 것만으로도 특혜를 받은 바, 문제 제기의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기사를 싣는다.

▲지도자 자격 논란에도 이규혁 감독 선임

지난해 말 체육계에는 창단을 앞둔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규혁이었다. 그동안의 업적이나 스타성 면에서 보면 창단 사령탑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만했다.

하지만 이규혁의 자격을 놓고는 적잖은 반대 여론도 있었다. 현역 은퇴 뒤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이규혁에게 대형 빙상단 감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었다. 스포츠토토는 ‘빙속 여제‘ 이상화와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박승희 등 스타급 선수들의 합류가 예정된 상황. 당시 서울시청 코치던 이규혁의 지도자 경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이규혁의 과거 불미스러운 전력도 조심스럽게 새삼 회자됐다. 선수 시절 성 추문에 연루된 이규혁이 과연 한국 빙상을 대표하는 지도자 자격이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복수의 빙상 및 체육계 인사들에 따르면 이규혁은 고교 시절 국가대표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외국 여자 선수와 성 추문에 휘말렸다.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용히 사태를 수습하면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빙상계 관계자들은 알 만한 내용이었다.



이는 당시 체육 대통령으로 군림하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실세였던 김 차관은 산하 단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요청해 스포츠토토 빙상단 창단을 진두지휘한 인물.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과 감독직을 놓고 접촉한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당연히 사령탑 인선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였다. 문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체육계 인사는 "빙상단 감독 선임 즈음 이규혁이 고교 시절 연루된 불미스러운 사건을 김 차관도 전해들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스포츠토토 빙상단은 지난 1월 이규혁을 총감독으로 선임, 화려한 창단식을 치렀다. 더군다나 빙상단 감독 인선은 공개 모집 없이 이뤄졌다. 모 빙상단 감독은 "어떤 팀이든 감독을 공모하고 후보들이 10~20분 면접을 거친다"면서 "그런데 스포츠토토는 공모 없이 이미 감독이 내정돼 빙상계에서는 이상한 일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는 일반 팀의 10배 가까운 39억 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대형 빙상단이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감독 선임에 공정성이 중요할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스포츠토토는 자격 논란이 인 이규혁을 감독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빙상단 관계자는 "감독 공모는 없었고 임원들이 이규혁 감독을 적임자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장시호와 악연 속에 드러난 22년 전 사건

이는 이규혁과 장시호 씨의 두터운 친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체육계의 의견이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둘은 동계스포츠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에 휩싸인 단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이미 의기투합했다. 장 씨가 사무총장을, 이규혁이 전무이사를 맡았다.

이런 가운데 빙상단에서도 이권을 편취하기 위해 장 씨가 측근인 이규혁을 감독으로 앉혔다는 것이다. 실제로 둘은 빙상단이 훈련하는 남양주 별내 빙상장은 물론 평창올림픽 이후 강릉빙상장 운영권을 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빙상단에 특정업체가 용품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끼치고, 녹슨 스케이트날을 납품했다가 뒤늦게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잖은 자격 논란에도 이규혁이 감독에 선임된 이유다. 여러 경로와 사례를 통해 김 차관이 장 씨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것은 밝혀진 부분이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영재센터가 문체부로부터 1년 사이 6억7000만 원의 거액을 지원받은 점도 김 차관과 장 씨의 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차관은 또 삼성그룹이 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하라고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규혁이 성추문에 휘말린 것은 지난 1994년 12월로 알려졌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당시 일본 오비히로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때 이규혁이 대회를 마친 뒤 일본 여자 선수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한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13살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규혁은 당시 고교 1학년생이었다.

이 사건은 당초 묻힐 뻔했다. 당시 대회 뒤 파티가 끝나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숙소로 돌아와 취침에 들어간 이후 벌어졌던 까닭이다. 빙상계 관계자는 "당시 이규혁 등 선수들이 따로 나가 일본 선수들과 어울렸다가 화장실에서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사건이 벌어진 것을 아무도 몰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표팀은 귀국했다.

사건은 약 5개월 후 밝혀졌다. 이듬해 5월 일본 관계자들이 방한하면서 대한빙상연맹도 사건을 알게 됐다. 한 관계자는 "일본연맹 쪽도 모르고 있다가 선수들끼리 하는 얘기를 듣고 뒤늦게 사실을 알게 돼 항의를 하러 오면서 국내 빙상계에도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다른 징계 없이 마무리됐다. 이 관계자는 "당시 선수가 워낙 어렸고, 장래성을 봐서 쉬쉬 하면서 유야무야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귀띔했다.

▲이규혁 "성폭행 아니었다…日 항의 아닌 주의 차원"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는 결격 사유 관련 조항이다. 7항은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승부조작, 불공정 행위(부정선발, 담합, 금품수수, 국가대표 훈련비 횡령)와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은 자는 영구결격‘을 명시하고 있다.

5항은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성추행, 성희롱 등 성과 관련된 범죄행위를 한 선수 또는 지도자 중 자격정지를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단, 5년 이상의 자격정지를 받은 자는 영구 결격‘을 명시한다. 빙상연맹은 체육회 조항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만약 제대로 징계를 받았다면 이규혁은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체육회 규정은 2014년 만들어졌고, 사건 당시는 징계 규정이 체계적이지 않았다. 빙상계 관계자는 "당시는 이런 규정이 미비해 이규혁이 반성문을 쓰는 것 정도로 마무리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별한 징계는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 전 차관이 당시 사건을 알면서 이규혁의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면 크나큰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김 차관은 지난 2013년 10월 부임 뒤 스포츠 4대악 척결을 외치며 도덕성을 크게 강조해왔다. 스포츠토토 빙상단 관계자는 "이 감독의 예전 사건은 전혀 몰랐다"면서도 "성추문 연루자를 채용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고 만약 알면서 선임을 했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에 대해 이규혁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규혁은 "너무 어리기도 했고, 파티에서 어울려 다소 술을 마신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면서 "상대 여대생 선수와 관련해 (성폭행 같은)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규혁은 "일본 측도 항의 방문이 아니라 어떤 일이었는지 알아보고 서로 조심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정말 문제가 됐다면 어떻게 이후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스케이트 하나만 보고 해온 24년 국가대표와 30년 넘는 선수 생활이 최근 한 순간에 무너졌다"면서 "왜 이제 와서 20년도 지난 일이 언급되는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서도 이규혁은 "최근 주위와 연락을 끊고 지내왔는데 성 추문 얘기까지 나와서 통화를 하게 됐다"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나중에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시 빙상연맹 장명희 회장과는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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