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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cm인데 리바운드 3400개.. '집념의 가드' 주희정
- 출처:조선일보|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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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골밑 포지션 선수 능가
"슛 안좋아 매일 연습하다가 공 어디로 튕겨나올지 눈 떠"
볼 다툼 부상 위험 크지만 경기 빠진 적도 거의 없어
농구는 높이의 경기다. 코트 305㎝ 위의 림을 지배하는 팀이 절대 유리하다. 올 시즌으로 KLB 20년 차인 서울 삼성의 베테랑 주희정(39)은 그런 의미에서 이단아나 다름없다. 그는 13일 동부와의 원정 경기에서 KBL 통산 3400번째 리바운드를 잡았다.
KBL 역대 리바운드 1위는 연예계 ‘대세‘로 활동 중인 서장훈의 5235개다. 688경기에 뛰며 경기 평균 7.61개를 잡아낸 서장훈의 기록은 프로야구의 4할 타율처럼 깨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된다. 주희정의 3400리바운드는 181㎝에 불과한 가드로서 이룬 금자탑이란 점에서 그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 KBL리그 통산 리바운드 랭킹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가드 포지션의 선수는 주희정 한 명뿐이다.
그의 3400리바운드는 볼에 대한 집념과 성실함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림 근처 싸움에서 그가 2m 넘는 장신을 당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림에서 멀리 튀어나오는 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볼의 궤적을 예측하는 능력에선 그를 따를 자가 없다. 볼에 대한 집념, 특유의 센스,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희정은 "원래 슛이 안 좋아 프로 초창기에 혼자서 매일 수백 개의 슛 연습을 했다"며 "하도 안 들어가다 보니 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에 대해 눈을 뜬 것 같다"고 했다.
주희정은 지금까지 91차례 더블 더블(공수 2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기록)을 기록했고, 그중 15번은 리바운드를 10개 이상 잡아냈다.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모두 10개 이상을 기록한 트리플 더블도 8차례였다.
가드의 리바운드는 속공의 기폭제가 된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가드가 리바운드를 잡으면 단순히 공격 기회를 잡는 차원이 아니라 순식간에 상대 코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득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가치‘가 높은 기록이라는 얘기다.
원래 리바운드는 농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피 분야‘다. 탈진할 만큼 몸싸움을 해야 하고, 상대 팔꿈치에 찍히고, 착지하다 부상당하는 경우도 잦다. 원래는 가드가 아니라 포워드나 센터의 주임무이지만 주희정은 20시즌 동안 987경기에 출전해 평균 3.44개를 잡아냈다. 어지간한 국내 포워드보다 리바운드가 많다.
농구인들은 주희정에 대해 ‘성실성의 화신‘이라고 말한다. 고려대를 중퇴하고 KBL 출범 두 번째 시즌인 97~98시즌 프로 무대를 밟은 그가 지금까지 정규 시즌에 나서지 못한 경우는 단 12경기뿐이었다. 2003~2004시즌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 4경기를 빠진 게 한 시즌 최다 결장 기록이다. 어깨, 무릎에 숱한 상처를 입었지만 모두 비시즌에 수술과 재활을 통해 극복하고 다음 시즌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공을 잡았다. 그는 스스로를 ‘연습 중독자‘로 부른다. 가장 늦게까지 남아 슛 연습을 하자고 후배들을 조르고, 전지훈련 휴식일에도 쇼핑 대신 농구공을 잡는 그에게 후배들은 "가장 싫은 선배"라며 역설적으로 존경심을 나타낸다. 주희정은 이에 대해 "젊었을 땐 후배들이 내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내가 후배들 눈치를 보면서 훈련한다"고 했다.
주희정은 올 시즌 경기 평균 출전 시간이 9분 43초로 10분 이하가 됐다.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후배들이 많아져 부담이 줄어든 거지요. 아직 내가 코트에 서 있다는 사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