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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생피에르, UFC와 결별 선언..전쟁의 서막
출처:스포티비뉴스|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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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유 계약 선수다(I‘m a free agent)."

- 조르주 생피에르의 10월 17일 코멘트, 더 MMA 아워(The MMA Hour) 아리엘 헬와니와 인터뷰에서

은퇴 선언 후 약 3년 공백을 깨고 케이지로 돌아오겠다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종합격투기 선수는 그렇게 못 박았다. UFC와 자신의 계약은 끝났다고. GSP라는 약칭으로 더 유명한 남자의 목소리는 마음을 굳힌 듯했다.



그는 인터뷰 서두에 "개인적 감정은 없다. 사업적 이해관계의 충돌일 뿐"이라 했지만, 1시간 동안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틈틈이 감정을 내비쳤다.

캐나다 최고의 스포츠 스타이자 UFC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챔피언은 자유 계약(FA)을 선언하면서 친정이던 UFC를 향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엔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시작될 양측의 법적 공방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게 종합격투기 FA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혹은 가장 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격투기 마니아인 나는 19일 여느 때처럼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충전기에서 뽑지도 않은 채 누워 트위터를 띄웠다.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아침이었다. 트위터의 모든 기자들이 론다 로우지나 코너 맥그리거 대신 ‘GSP의 중대 발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명언에 빗대 보면 난 그 발표에 놀랐지만 발표가 놀랍지는 않았다. GSP와 UFC의 복귀전 협상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징후가 몇 개월에 걸쳐 꾸준히 포착돼 왔던 터였다.

"그는 더 이상 한때 가졌던 열정과 욕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갖고 있지 않다면, 맞아, 하지 말아야지. 싸우지 말아야지(He doesn’t have that drive and that desire he once had. And if you don’t have that, yeah, no, you shouldn’t fight)."

-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의 8월 26일 코멘트, 더 허드(The Herd)와 인터뷰에서

선수와 교섭하다가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데이나 화이트의 ‘시그니처(특기)‘였다. 네이트 디아즈, 랜디 커투어, 그리고 코너 맥그리거에 이르기까지 많은 거물 선수들을 언론을 이용해 압박해 온 그였다. 그리고 이런 전략이 ‘화이트 클래식‘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팬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선수의 이름값과 계약 조건의 규모와 중요성이 크고 높을수록 화이트와 선수의 협상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될 정도로 격렬했다. 선수들은 몸값을 높이려 했고, 화이트는 언론과 자신의 영향력으로 선수들을 핀치로 모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UFC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러한 싸움에서 항상 승리해 왔다.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건 아니었지만, 이건 ‘파이트 비즈니스‘ 아닌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은 바닥이다. 으르렁대며 다투듯 일을 하다가도 계약이 성사되면 화이트는 웃으며 선수와 악수할 수 있는 타고난, 동시에 세계 최고의 프로모터다.

GSP와 줄다리기에서는 언론에다 GSP의 열정과 동기부여에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복귀 의사를 내비친 GSP가 경기를 뛰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간단하게 "싸울 마음이 있긴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화이트가 지난해 12월 복귀전을 치르기 전까지 UFC와 계약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 하던 네이트 디아즈를 압박할 때 이미 사용한 논리라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발언 자체가 너무도 단정적이었으며 그 수위 역시 GSP가 이뤄 놓은 위대한 유산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것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었다.

"복귀한다는 GSP의 얘기를 들으면 코웃음이 나온다", "날 믿어라, 그는 더 이상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열정이 없다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발언은 GSP의 복귀에 대한 화이트의 태도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내가 (다시 싸울) 준비가 됐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나 자신 뿐이다. 화이트는 파이터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 조르주 생피에르의 10월 17일 코멘트, 더 MMA 아워(The MMA Hour) 아리엘 헬와니와 인터뷰에서

GSP가 UFC에서 이룬 업적이나 그의 상징성, 그리고 2012년에 "GSP는 PPV(페이퍼뷰)의 제왕"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던 화이트의 코멘트를 생각하면 특히 의외였다. 명예와 존중을 중요시하는 성품은 물론, 의외로 감정적인 면모를 가진 GSP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런 코멘트는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헀다.

(2013년 11월, UFC와 충분한 협의 없이 타이틀 방어 직후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GSP가 UFC 기자회견에 들어오는 것을 제지 당했던 사건부터 둘 간의 앙금은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화이트가 말할수록 역설적으로 GSP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은 팬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 더 높아졌다. 위 발언들은 막후에서 화이트와 GSP의 복귀 관련 협상이 그만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여겨졌다. GSP의 복귀라는 ‘빅 딜’을 앞두고 UFC와 GSP의 갈등은 필요조건과도 같은 것이지 않겠는가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관건은 협상 내용이었다. GSP 측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는 리복과 UFC의 계약, 흔히 말하는 ‘리복 딜‘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GSP는 리복 딜이 시작되기 전 UFC와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복 딜이 성사된 현재 더 이상 메이저 스포츠 의류 업체 ‘언더 아머‘ 등 메가톤급 스폰서 로고를 부착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GSP는 "난 합리적인 계약 조건을 요구했다. 절대 무리한 요구 조건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항간에 떠도는 경기당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요구설에 대해선 일축했다.

UFC는 GSP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둘의 의견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와중에 화이트는 계속 GSP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와 화이트가 동의하지 않는 한 가지다."

- 로렌조 퍼티타 전 UFC 회장의 7월 6일 코멘트, LA 타임즈 인터뷰에서

"퍼티타가 협상 테이블에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 조르주 생피에르의 10월 17일 코멘트, 더 MMA 아워(The MMA Hour) 아리엘 헬와니와 인터뷰에서

퍼티타는 화이트와 달리 GSP의 복귀 가능성을 높게 봤고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었다.

아마추어 복서 출신에 거친 보스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배드 캅(Bad cop)‘ 화이트와 협상에서 선수들이 난색을 표할 때면 화이트의 오랜 친구이자 동업자, 엄밀하게는 상사인 로렌조 퍼티타가 나서는 것이 패턴이었다.

퍼티타는 ‘굿 캅(Good cop)‘이었다. 퍼티타는 언제나 깔끔한 맞춤 정장을 피부처럼 입고, 중년 사업가 역으로 영화에 출연해도 될 것 같은 목소리로, 볼링공 만한 삼각근과 윤기나는 수염을 자랑하는 신사였다. 세계 종합격투기, 아니 이 비즈니스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인 화이트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남자가 있다면 그는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를 소유한 재벌이자 UFC의 오너였던 퍼티타일 것이다.

악동 네이트 디아즈가 긴 줄다리기 끝에 협상을 마무리했을 때 기념사진에는 화이트와 더불어 퍼티타가 있었다. UFC와 힘 싸움이 대단했던 코너 맥그리거 역시 존경심을 공개적으로 표해 왔던 것은 퍼티타였다.

화이트와 GSP가 옥타곤 클린치 싸움보다도 더 날이 선 신경전을 펼칠 때 해결사로 나선 것도 퍼티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GSP가 은퇴 이후로 처음으로 UFC 복귀 의사를 타진한 지난 2월, 그가 만난 사람은 화이트가 아니라 퍼티타였다. 퍼티타가 협상 테이블에 합류한 후 GSP는 UFC로 금의환향을 기대했다.



"우린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었지만, UFC에 새로운 오너들이 들어온 후 퍼티타가 이미 제시한 조건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됐다.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그건 좀 모욕적이었다."

- 조르주 생피에르의 10월 17일 코멘트, 더 MMA 아워(The MMA Hour) 아리엘 헬와니와 인터뷰에서

복귀전 협상의 가장 큰 변수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협상이 진전되고 있었지만 마무리는 되지 않았던 7월, UFC 200 직후 UFC의 매각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40억 달러의 금액에 UFC의 소유주는 퍼티타 형제에서 미국 할리우드의 거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WME-IMG로 바뀌었다. WME-IMG는 할리우드 에이전시며 GSP의 오랜 매니지먼트 회사인 CAA의 경쟁 업체기도 하다. GSP 측은 일단 복귀전 관련 교섭을 중단했다. GSP에 의하면, 퍼티타와 진척한 계약 협상이 소유주가 바뀌고 모두 무효화됐다.

심상치 않은 흐름을 감지한 GSP 측이 변호사 제임스 퀸을 고용하고 그를 협상의 중심에 배치한 것도 이 즈음이다. GSP가 "업계 최고"라고 말하는 제임스 퀸은 실제로도 북미 최고의 스포츠 분야 변호사로 꼽히고 있다. NFL, MLB, NBA, NHL의 선수 협회를 모두 변호했다. 실제로 좋은 결과를 여러 번 이끌어낸 영향력과 경험을 겸비한 변호사다.

GSP는 오는 12월 1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UFC 206에 출전하길 바랐지만 불발됐다. UFC는 3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GSP를 다시 마케팅하는데 드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생각하면 GSP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자세를 유지했다고 한다.

GSP는 "우습게 들린다. 내가 토론토 대회에 출전한다면 티켓을 매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난 (내 캐나다에서 인기에) 그만큼 자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시점에서는 난 결정을 내려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조르주 생피에르의 9월 2일 코멘트, 영화 킥복서 시사회장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협상은 답보 상태였다. GSP는 여기서 결정을 내린다. 몸 상태가 최고라 챔피언들에게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하는 지금, 더 이상 소모적인 협상에서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의지도 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GSP는 이 과정을 "감정적으로 소모적"이라고 표현했다.

GSP에 따르면, 제임스 퀸은 계약 내용에 근거해 UFC에 시한(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시한 전에 경기 요청을 달라고 UFC에 알렸다. 제임스 퀸은 UFC가 적절한 경기 요청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UFC와 계약은 종료돼 FA 신분이 됐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계약서를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맥락에서 GSP 측이 주장한 ‘계약 종료‘의 기준이나 ‘FA 신분 선언‘, 특히 ‘경기 요청의 시한‘ 등의 용어는 GSP와 UFC의 상호 협의된 사항을 기반에 두었다기보다 GSP 측 변호사의 법리적 계약서 해석에 근거한 이론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단 여론전에서 선수를 치고 나가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할까.

실제로 UFC는 GSP가 FA를 선언한 후 하루가 지나기 전에 "GSP는 여전히 법리적으로 우리의 선수가 명확하다"고 성명을 내놓았다.



"난 내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물속, 알지 못하는 지역으로 간다. 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 조르주 생피에르의 10월 17일 코멘트, 더 MMA 아워(The MMA Hour) 아리엘 헬와니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2004년 데뷔 이후 13년간 UFC의 남자였고 UFC의 상징적 존재였던 GSP는 UFC와 결별을 선언했다.

UFC가 두게 될 다음 수에 눈이 쏠린다. 묘수가 나올 것인가. GSP의 에이전시인 CAA와 UFC의 소유주 WME-IMG의 관계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UFC는 GSP를 어를 것인가, 잡아 두려 할 것인가, 경기를 뛰지 못하게 할 것인가, 혹은 놓아줄 것인가. UFC의 의도대로 게임이 진행될 수 있을까.

지켜봐야 알게 된다. 결말은 오픈 엔딩이다. 다만, GSP가 화이트와 포옹하며 UFC에 복귀를 발표해도 놀라진 말길. 이것은 파이트 비즈니스다.

"여느 때처럼 비즈니스일 뿐이다(Business as usual)."

- 데이나 화이트, 2011년 경쟁 단체였던 스트라이크포스를 인수한다고 깜짝 발표한 후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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