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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선 그냥 MLB 루키.. 한턱 쏘니 형님 하더라"
- 출처:조선일보|201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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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이는 좀 있어도 미국선 그냥 신인, 루키(Rookie)일 뿐이죠. 하지만 어린 불펜 선수들 데리고 나가 밥 사주니까 고맙다면서 나중엔 형처럼 대하던데요?"
미국엔 한국 같은 선후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비슷하다. 원정경기 비행기를 탈 때 맥주 챙기기, 경기 후 불펜 물품 챙기기 등은 한국처럼 ‘루키‘들의 몫이다. ‘늦깎이 메이저리거‘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모든 게 다 새로웠지만 ‘아 미국 야구라는 게 이런 거로구나‘하면서 그냥 그 문화에 젖어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13일 강남 숙소 호텔에서 오승환에게 ‘메이저리그의 첫 경험‘을 들어봤다.
◇파티장에서 초상집으로
그는 클럽하우스 문화를 가장 새로운 경험 중 하나로 꼽았다. "클럽하우스(라커룸)는 경기 시작 전에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카드 게임도 하고, 시장 바닥 같아요. 근데 경기에 지면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한국은 고참들이 ‘내일 이기면 되잖아‘하고 격려하지만, 미국은 정말 말 한마디도 안 해요. 초상집이 되는 거죠. 그런데 다음 날 오후엔 언제 졌냐는 듯 다시 시장 분위기로 돌아오죠."
미국은 이동 거리가 길어 원정경기 때는 전용 비행기를 탄다. 일반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도 울고 갈 만큼 호화롭다. 가운데에는 테이블까지 마련해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처럼 시간을 때울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자기가 가져온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한다.
원정경기 때 오승환은 동료들과 ‘5성급‘ 호텔에 머문다. 경기 집합 전까지 선수들의 사생활은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다. 이 ‘황금 같은 자유‘를 즐기기 위해 기타나 개인용 게임기는 물론이고 골프채, 낚싯대까지 갖고 다니는 선수도 있다.
오승환은 "와인 냉장고를 갖고 다니는 선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오승환은 원정숙소에서 뒤늦은 아침식사를 한 뒤 오후 1시쯤 원정팀 야구장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미리 시작한다. 야구장 음식의 품질은 ‘호텔급‘이다. 홈 구단이 원정 구단을 위해 전용 요리사를 배치해 점심과 저녁 식사를 돕는다. 홈 경기 때도 점심, 저녁은 야구장에서 해결한다.
◇그래도 원칙엔 철저하다
오승환은 올해 76경기에 등판했다. 국내에선 혹사 논란까지 일었다. 그러나 그는 "구단이 철저하게 관리를 해 체력엔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투구 수를 면밀하게 체크해 등판 간격을 조정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선수가 휴식을 원하면 절대로 내보내지 않는다. 오승환은 "한국이나 일본에선 쉬라고 했다가도 경기 상황에 따라 원칙이 바뀌지만, 미국에선 일단 쉬기로 하면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오승환은 국내에선 투수에게 금기(禁忌)처럼 여겨지는 시즌 중 웨이트 훈련도 꾸준히 했다.
그는 "투수들 몇몇이 하길래 나도 따라 해봤더니 매우 결과가 좋았다"며 "내년에는 아예 훈련 방식과 생활 습관까지 완전 미국식으로 바꿔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WBC 나가면 최선 다할 것"
그에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이라는 예민한 문제가 있다. 그는 지난해 해외원정 도박 혐의에 의해 출전정지 징계를 받는 바람에 최근 KBO의 예비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번 WBC가 제겐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입장만 내세우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출전 기회를 잡게 되면 최선을 다해 던져야겠죠." 그에게 혹시 도박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엔 한번 가봤냐고 물어보자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예요. 말도 꺼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