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운명을 걸고 마운드에 올랐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2012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다르빗슈 유(30·텍사스)가 피홈런 역사의 불명예를 남기며 고개를 숙였다.

다르빗슈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브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토론토와의 2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동안 5피안타(4피홈런) 1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하며 고개를 숙였다. 5개의 피안타 중 4개가 담장 밖으로 나가며 악몽같은 하루를 보낸 끝에 팀의 홈 2연전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다르빗슈의 종전 한 경기 최다 피홈런은 3개(2차례)였다.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피홈런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여기에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4피홈런을 기록한 투수로 기록됐다. 팀도 졌고, 개인적으로도 불명예를 쓴 만큼 허탈감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와 후반기 감을 조율한 다르빗슈는 텍사스의 운명을 쥐고 있었다. 1차전에서 에이스 콜 해멀스가 4회도 버티지 못하고 7실점으로 무너진 텍사스는 1-10으로 대패하며 기세를 내줬다. 만약 이날 다르빗슈까지 무너진다면 텍사스는 벼랑 끝에 몰리는 셈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다르빗슈의 어깨가 무거웠지만 5회 컨디션 난조를 확인하며 버티지 못했다.

1회를 잘 넘긴 다르빗슈는 2회 선두 바티스타에게 볼넷을 내줬다. 토론토 타자들이 끈질기게 다르빗슈를 물고 늘어졌다. 결국 1사 후 툴로위츠키에게 던진 95마일(153㎞)짜리 포심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되며 선제 좌월 2점 홈런을 맞았다.

다만 다르빗슈는 날카로움을 유지한 슬라이더, 간혹 섞은 커브, 그리고 비교적 낮게 제구가 된 패스트볼을 앞세워 4회까지는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5회가 악몽이었다. 패스트볼 구속이 갑자기 떨어졌고, 다르빗슈의 패스트볼을 집요하게 노리고 들어온 토론토 타자들의 장타력은 배가됐다. 여기에 가운데 낮은 공이 살짝살짝 빠지며 볼카운트 승부도 어려워졌다.

선두 필라에게 던진 4구째 패스트볼은 92마일(146㎞)이 찍혔다. 초반부터 3마일 정도 떨어진 수치였다. 높은 공이었는데 필라가 이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다르빗슈의 심리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장면이었다. 1사 후에는 카레라에게 던진 3구째 93마일(148㎞) 패스트볼이 우중간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필라와 카레라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머리가 복잡할 법한 홈런이었다.

결국 다르빗슈는 2사 후 엔카나시온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4구째 92마일 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몰렸다. 맞는 순간 다르빗슈도 홈런임을 직감했을 정도의 타구였다. 결국 5회까지 84개의 공을 던지고 6회 바넷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텍사스는 타격이 극심한 결정적 부족을 보인 끝에 3-5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