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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 과연 원칙과 철학은 있나
출처:OSEN|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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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대표팀 운영에 과연 원칙과 철학은 있는 것일까.

한국농구는 2016 리우올림픽에 남녀팀 모두 초대되지 못했다. 특히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출전 후 20년 넘도록 올림픽과 관계가 없다. 명백한 세계농구의 변방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6월 14일 남자농구대표팀을 이끌 전임 감독으로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을 선임했다. 무려 8년 만에 부활한 전임감독제도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더 이상 프로팀 우승감독이 비시즌 대표팀까지 떠맡는 이중고를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허 감독의 임기는 2019년 2월말까지다. 2019년 8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농구월드컵과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출전을 노리는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허 감독은 당장 2017년 FIBA 아시안컵(기존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목표를 둘 수밖에 없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2017년 11월부터 남자농구 A매치에 홈&어웨이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농구월드컵 출전국을 가린다. 이제 아시안컵은 우승해도 세계대회 출전권을 따낼 수 없어 권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과연 허재호는 격변하는 세계농구의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는가. 지난 두 달 동안의 대표팀 운영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 소속팀이 먼저? 대표팀 차출 원칙이 없다

남자농구대표팀은 오는 9일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되는 2016 FIBA 아시아 챌린지에 참가한다. 허재호의 첫 FIBA 주관 국제대회 출전이다. 허재호는 지난 6월 24일부터 1차 소집훈련을 실시했다. 두 달 넘게 훈련했으니 충분한 조직력이 갖춰져야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1차 소집훈련 멤버 14명 중 최종멤버로 남은 선수는 6명(김선형, 조성민, 허웅, 이승현, 김종규, 허일영)에 불과하다. 이종현, 강상재, 최준용, 변기훈은 부상으로 빠졌다. 이재도, 최진수, 박찬희, 김준일은 허 감독에게 테스트를 받고 탈락했다.

부상에 따른 교체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대표팀 소집기간 소속팀 차출에 대한 뚜렷한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한창 대표팀이 조직력을 다져야 할 시기에 프로아마 최강전(8월 21일- 28일)이 개최됐다. 국가대표선수들은 소속팀에 복귀해 경기를 치렀다가 다시 대표팀 훈련을 반복했다.

농구협회는 2년 만에 안방에서 A매치를 잡았다. 그런데 최강전 결승전 다음날에 튀니지와의 평가전 1차전이 치러졌다. 최부경, 김시래, 김종규는 전날 최강전 결승전을 뛰고 다음 날 A매치에 임해야 했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김시래가 부상을 당한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농구협회와 프로연맹의 엇박자와 이기심이 만들어낸 촌극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대학생 국가대표들이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을 뛰어 문제가 됐다. 김동광 전 대표팀 감독은 “누구는 보내주고, 누구는 안 보내줄 수 없지 않냐?”면서 혀를 찼다. 당시 부상을 안고 있던 선수는 정기전에서 풀타임을 뛰고 왔다. 국가대표팀보다 소속팀이 우선시되는 믿기 힘든 풍조다.

허재 감독 역시 A매치를 앞둔 선수들의 최강전 차출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아쉽게 생각한다. 어떤 날은 선수가 3~4명만 있어 대표팀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를 다녀와서 관련규정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FIBA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 데이를 정하고, A매치 최소 48시간 전에 프로팀 경기를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다. FIBA도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런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농구협회와 프로연맹도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 마구잡이 예비명단, 철학이 없다

FIBA 주관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은 24명의 선수로 구성된 예비명단을 미리 제출한다. 대회를 앞두고 최종명단 12명을 확정해 제출한다. 최종명단 선수 중 부상자가 나온다면 예비명단의 풀 안에서 선발을 해야 한다. 애초에 예비명단에 없었던 선수를 올리는 것은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24인 명단 작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6월 소집한 대표팀에서 허재 감독은 양동근, 하승진의 이름을 올렸다. 두 노장은 나이가 많아 세대교체에 적합하지 않고,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결국 두 선수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빠졌다. 루키시즌을 망쳤던 문성곤과 한희원도 포함됐다. 현재 두 선수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애초에 뽑아서는 안 됐다. 코칭스태프가 기본적인 몸 상태도 체크하지 않고 선수들을 뽑았다는 말이다.

허재 감독은 예비명단에 없었던 허훈을 뽑아 논란을 키웠다. 허훈은 나중에 경기에서 실력을 증명했다. 허훈이 국가대표팀에서 충분히 시험해볼 재목이라 판단했다면, 애초에 예비명단에 넣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허 감독은 장신자들의 잇따른 부상에도 단신슈터 변기훈을 고집했다. 허 감독은 “쓸만한 장신이 없다”고 했다. 본인이 작은 선수만 뽑았기 때문이다.

결국 허 감독은 예비명단에도 없던 장재석과 정효근을 보강했다. 두 선수의 뒤늦은 선발은 프로팀의 불만도 낳고 있다. 한국의 잦은 선수명단 교체에 FIBA 아시아도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대회홈페이지에 장재석과 정효근의 정보는 없는 상태다. 처음부터 예비명단을 신중하게 작성했다면 전혀 없었을 문제점이다.

허 감독은 김시래의 대체선수로 다시 한 번 예비명단에 없는 선수를 요청했다. 결국 FIBA 아시아는 김시래의 부상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제대회서 11명이 불리하게 싸우게 됐다.

예상 밖의 부상자가 다수 쏟아져 대표팀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임감독이라면 대비책을 미리 세우고 있어야 한다. 농구협회가 감독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다. 선수명단을 잘못 작성한 불이익과 책임도 전부 감독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 국가대표팀, 멀리 보는 세대교체 필요

2016 FIBA 아시아챌린지에서 각국은 대부분 1.5진 혹은 2진을 내보낼 예정이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대회로 판단하고,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것. 정예멤버를 포함시켜 진지하게 우승에 도전하는 국가는 주최국 이란과 한국 둘 뿐이다. 이란은 안방에서 하는 대회를 남에게 내줄 수 없는 입장. 아시아 최고센터 하메드 하다디(31, 218cm)가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감독이 바뀐 한국은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성적이 필요하다.

모든 대회는 우승을 목표로 임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이 아시아챌린지 우승을 차지한다면 물론 경사다. 하지만 한국이 2019 농구월드컵과 2020 도쿄올림픽 진출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대회를 마친 뒤 좀 더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4년 뒤까지 실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노장들은 과감하게 제외해야 한다.

한국은 다수의 부상자들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일부 세대교체를 했다. 불행중 다행일 수 있다. 국가대표 경험이 적은 허훈, 허웅, 장재석, 최부경, 정효근, 김시래에게 이번 대회는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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