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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대 농구부, 해체설에 입 열다
출처:점프볼|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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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남녀 대학농구리그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 3월. 지난해 여대부  통합우승을 달성한 용인대 농구부의 해체설이 터져 나왔다. 선수단과 일말의 소통 없이 결정된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용인대는 학교 재정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을 농구부 해체의 주된 이유로 뽑았다. “대학 구조 개혁 평가로 인해 학년부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 우리도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어 당장 해체를 하는 것이 아닌, 현재 1학년 선수들이 졸업을 할 때까지만 농구부를 유지 하겠다는 점진적 해체를 발표했다.



▲ 프로 선수 꿈꾸며 대학에 왔는데...

농구부 해체 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당연히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었다. 지난 시즌 1학년 신분으로 평균 14.6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여대부 MVP와 신인왕을 거머쥔 최정민(20, 175cm)은 “처음 소식을 듣고선 막막했어요”라며 그때의 심경을 토로했다.

“저는 프로선수가 되고 싶어요. 용인대에 진학한 이유도 바로 프로에 도전하기보단 대학에서 좀 더 실력을 쌓은 후 가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갑자기 해체라니, 대학 측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소식을 접하곤 막막했어요. 1학년 얘들이 입학하고 일주일이 되자마자 해체설이 나온 터라 후배들은 완전 멘붕이었죠. 저도 한창 경기에 집중해야하는 시기에 이런 사건이 터져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고요.”



최정민은 지난해 1학년임에도 팀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며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그녀는 지난 시즌 용인대가 대학리그 여대부 초대 통합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팀 우승에 MVP, 신인왕까지. 그녀는 “상 받을 기대는 안 했어요. 1학년답게 패기 있게 열심히만 하자는 마음으로 뛰었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언니들 도움도 컸고요”라며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최정민은 인성여고 시절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농구 유망주였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직행과 대학 행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용인대 진학을 선택했다.

“여자농구하면 용인대잖아요. 농구에서 알아주기도 하고 언니들에게 배우고 싶은 생각에 용인대를 선택했어요. 사실은 프로로 직행할까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바로 프로에 가면 팀의 막내로서 출전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실력이 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대학생활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요. 그렇다고 미련이 없다하면 거짓말이죠. 빨리 돈도 벌고 싶고 프로무대에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프로에 간 제 또래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선택을 잘한 것 같아요. 대학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만족해요.”

1학년 최정민이 2학년이 된 올해 역시 용인대는 가장 강력한 여대부 우승후보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농구부 해체를 결정했다. 파문이 커지자 “현재 1학년 선수들이 졸업할 때 까지는 유지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났지만 해체결정이 번복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최정민은 “정말 무책임하다”며 학교 측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선수가 곧 있으면 해체한다는 팀에 들어오고 싶겠어요. 해체가 미뤄졌다고 해도 그 이후에 얘들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에요. 그래도 이런 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열심히만 하려고요. 저희만 잘하면 이 문제도 해결될 거라 믿어요.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 농구부 해체설? 예전부터 나온 얘기

농구부 해체 소식에 대해 1, 2학년들은 대체로 “충격이다”는 말이 나왔지만 , 용인대 농구부 최고참이자 팀 내 유일한 4학년인 최유정(22, 164cm)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었다. 농구부 해체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다.

“제가 1학년에 입학할 때부터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해체설이 돌았어요. 특히나 그때는 감독, 코치님도 없을 때여서 더 불안했죠. 2학년 올라가면서 지금의 감독님이 부임해 안도했어요. 이번 해체설 소식에도 처음엔 ‘별 거 아니겠지’라 생각했죠. 워낙 많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 것 같더라고요. 해체설을 기사로 접할 땐 저 역시 충격이었어요. 작년에 우승도 하고 잘해왔는데 해체를 결정하다니 이해가 안 가요.”

잦은 해체설에 시달린 그녀였기에 학교 측의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라며 내심 기대감을 갖는 눈치였다.

“일단 지금 당장의 위기는 피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우리학교 말고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구조조정으로 학과 통폐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내년이든 내후년이 됐든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가 싸워나가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현재로선 학교와 이야기 할 시간을 벌었으니 다행이에요.”

최유정은 상주여고 시절 김이슬, 강이슬, 구슬 등과 함께 청소년국가대표 예비명단에 오르며 프로선수의 꿈을 키웠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이름도 생소한 긴QT 증후군이라는 심장질환으로 인해 선수의 꿈은 접은 상태다. 현재는 코트 밖에서 후배들을 격려하는 팀 매니저를 맡고 있다. 더불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포츠강사로 일하며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팀이 타 팀보다 1, 2학년 아이들이 많아요. 갓 고등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인데 해체설이 터지니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얘기해주고 있어요.”



▲ 절차 없는 일방적 통보가 더 큰 문제

용인대 농구부 해체는 선수단이나 학부모와의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결정됐다. 최정민, 최유정도 농구부 해체소식을 학교가 아닌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민은 “기사로 처음 알았어요. 그 다음 선생님께서 선수들을 불러서 말씀해주시더라고요. 학교 측에서 사전에 따로 얘기해준 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최유정 또한 “저도 기사를 보며 우리 팀의 해체소식을 알았어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학교에서 절차대로 하지 않은 부분은 화가 나요”라고 덧붙였다.

농구부 해체는 비단 용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구부 운영에 대해 고민하는 다른 대학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도미노 현상’이 올 수도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 WKBL 신선우 총재, 대학농구연맹 최명용 회장이 차례대로 용인대 박선경 총장을 만나 농구부 해체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한데는 이만한 이유가 있다.

한 농구관계자는 “용인대 뿐 아니라 다른 대학팀들도 농구부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대부 최강인 용인대가 해체를 결정해 버리면 다른 팀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럼에도 용인대 선수들은 여전히 농구부 존속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학교 측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까요?”라며 말이다. 올 시즌 3위로 리그를 마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용인대 선수들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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