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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도 들어올리는데… 뭔들 못넘길쏘냐
출처:조선일보|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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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메달 사냥 나서는 국가대표 김현우·류한수
- 작전명 ‘늪‘

한국 레슬링은 늪이야… 한번 걸리면 못 빠져나가거든

상대방이 질릴 정도로 몰아붙일 것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훈련, 끝까지 버티는 체력으로 메달 노려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리우올림픽 레슬링 대표 선수들이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진 18일 태릉선수촌 다목적체육관 한쪽 벽엔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이는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28)가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했다"며 밝힌 ‘출사표‘로, 이제는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모토가 됐다.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현우는 이제 75㎏으로 체급을 올려 올림픽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김현우에게 밀렸던 동갑내기 류한수(28)는 그가 떠난 66㎏급에서 정상을 노린다. 김현우와 류한수는 2013 세계선수권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아시아선수권을 나란히 연속 제패한 한국 레슬링의 쌍두마차다. 그레코로만형 59㎏급의 이정백, 자유형 57㎏급 윤준식, 자유형 86㎏급 김관욱은 깜짝 메달을 기대하는 다크호스다.

"우리가 훈련하는 모습을 본 다른 종목 선수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예요.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아니면 안쓰럽게 바라보거나." 류한수의 말처럼 레슬링 대표팀은 태릉선수촌 안에서도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새벽과 오전, 오후, 야간까지 하루에 ‘네 탕‘은 기본이다.

레슬링은 2013년 2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회가 선정하는 핵심 종목에서 제외되며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역동성이 떨어지고 지루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FILA(국제레슬링연맹)는 경기 규정을 대폭 손질했다. 2분씩 3세트로 진행되던 경기(두 세트를 먼저 따는 선수가 승리)를 3분 2라운드로 바꿨다. 승부는 점수 합계로 가린다. 공격에 소극적인 선수에겐 1차적으로 ‘주의‘를 줬지만, 곧바로 패시브(엎드린 자세를 유지하는 벌칙)를 주는 것도 변화다.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레슬링은 그해 9월 IOC 총회를 통해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았다.

새 경기 방식에선 체력이 더욱 중요하다. 김현우는 "2분씩 세 번 뛰었던 종전보다 3분씩 2라운드를 소화하는 지금이 훨씬 힘들다"며 "조금이라도 소극적이면 패시브를 당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체력을 짜내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체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를 선수들은 ‘늪 레슬링‘이라고 부른다. 류한수가 대표 주자다. 공격 기술은 화려하지 않지만, 상대가 질릴 정도로 계속 몰아붙이고, 점수는 쉽게 주지 않는다. 66㎏급에선 ‘타고난 장사‘란 소리를 들었던 김현우도 체급을 올리면서 근력보다 지구력을 앞세운 ‘끈끈한 레슬링‘을 펼치고 있다. 그는 "끝까지 버티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괴롭히겠다"며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날 훈련장에서 300㎏이 넘는 초대형 타이어를 들어 뒤집은 뒤 숨 고를 새도 없이 훈련 파트너와 매트에서 맞부딪쳤다. 그리곤 곧바로 25㎏짜리 케틀벨(쇠로 만든 공에 손잡이를 붙인 중량 기구)을 두 손에 쥐고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다시 매트에 서서 상대를 넘겼다. 선수들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상반신은 온통 땀에 젖어 번쩍거렸다. 4~5개의 훈련 항목을 조합해 6분간 쉬지 않고 실시하는 이 훈련은 생과 사를 넘나든다고 해서 ‘사점(死點·dead point) 훈련‘이라 불린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최규정 박사는 "이 훈련을 3~4회 연속으로 소화하면서 근지구력을 키운 선수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한 번 더 힘을 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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