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말도나도(36, 브라질)는 말한다. "난 졌지만 지지 않았다. 그는 이겼지만 이기지 않았다"고.

말도나도는 18일(한국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파이트 나이트(EFN) 50 메인이벤트에서 예밀리야넨코 표도르(39, 러시아)에게 0-2(28-28,28-29,28-29)로 판정패했다. 3명 심판 모두 말도나도가 1라운드에 우세했지만, 2·3라운드에 밀렸다고 채점한 결과다.

그러나 말도나도는 패배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 채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운터펀치로 표도르를 그로기에 몰아넣은 1라운드에 자신에게 10-8을 준 심판이 한 명 뿐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라운드도 표도르의 라운드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말도나도는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표도르를 존중한다. 그는 내가 만난 파이터 가운데 가장 겸손하다. 그와 경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내가 이긴 것"이라며 "3라운드에서 난 뒤지지 않았다. 3라운드를 표도르에게 주더라도 최소한 비겼다. 그는 이번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심판들의 눈이 이상했다. 그가 2라운드를 가져간 건 맞다. 10-9였다. 1라운드는 무조건 내가 10-8로 앞섰다"고 말했다.

이어 "표도르는 1라운드에서 여러 번 쓰러졌다. 내가 1라운드를 10-8로 앞섰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 것이다. 10-7도 줄 수 있었다. (1라운드 초반) 표도르는 펜스에 기댄 내게 펀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난 그가 공격하길 기다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운드별 채점 방식에서 심판은 한 라운드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 10점, 상대에게 9점을 준다. 한 선수가 상대를 KO 직전으로 몰고 가는 등 라운드를 장악하면 상대에게 8점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1라운드에서 두 명 이상의 심판이 말도나도와 표도르에게 10-8을 줬다면, 3라운드를 표도르가 가져갔다고 해도 무승부가 될 수 있었다. 말도나도는 이 점을 꼬집었다.

말도나도는 1라운드 표도르를 펀치 연타로 공격하고 있을 때 심판 빅터 코르니프가 경기를 멈추더니 떨어진 마우스피스를 표도르에게 물린 결정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짧지만 표도르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자신의 공격 흐름이 끊겼다고 생각했다.

"심판은 경기를 멈췄다. 공격하고 있던 나를 세워 놓고 마우스피스를 표도르의 입에 끼워 줬다. 거기서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월 UFC 파이트 나이트 84 메인이벤트와 대조됐다. 마이클 비스핑은 3라운드에 심판 허브 딘에게 떨어진 마우스피스를 주워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허브 딘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앤더슨 실바가 공격을 이어 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허브 딘은 "빠진 마우스피스는 경기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다시 낄 수 있다"며 "비스핑이 내게 마우스피스가 빠졌다고 사인을 줬을 때 실바가 공격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마우스피스를 끼도록 경기를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UFC에서 방출되고 올해 처음으로 종합격투기 경기를 뛴 말도나도는 새 출발을 바라고 있다. 라이트헤비급으로 돌아가 적어도 마흔 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갈 계획이다.

"몸 관리를 잘하면 오랫동안 싸울 수 있다. 마흔 살을 넘어서도 경기하고 싶다"며 "표도르는 라이트헤비급에서 활동한 예전의 말도나도와 맞붙은 게 아니다. 그는 무거운 펀치를 가진 더 강한 헤비급 말도나도와 경기했다. 하지만 계속 헤비급 파이터로 남지 않겠다. 감량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 평소 체중을 210파운드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실력으로 말도나도를 겨우 이긴 표도르는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며 "내게 온 여러 경기 출전 요청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도르는 UFC와 계약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