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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행' 위성우호의 준비된 반전, 최종결말은
출처:마이데일리|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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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보다는 괜찮아요."

위성우 감독의 농구 화법은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 선수, 팀에 대한 본질을 보태거나 빼는 것 없이 정확하게 표현한다. 물론 공식석상에선 ‘센‘ 발언을 자제한다. 그러나 사석에서 그의 냉정한 평가가 실전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허황된 기대나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위성우호의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준비를 진천선수촌에서 두 차례 취재했다. 위 감독은 소집 첫날(4월 25일)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 벨라루스와 나이지리아 모두 너무 강한 상대"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이후 약 50일이 지난 6월 2일, 명지고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다시 만난 위 감독의 발언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힘겨운 싸움이라는 걸 전제하면서도 한편으로 "음, 작년보다는 괜찮아요"라고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은행에서 통합 4연패를 할 때도 듣지 못한 자신감 표출로 해석됐다.

 

 

▲반전의 게임플랜

위 감독은 2013년부터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3년과 올해 대표팀의 결정적 차이는 세대교체다. 2016년 위성우호는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가 은퇴하면서 완전한 세대교체가 된 최초의 대표팀. 위 감독은 "솔직히 작년까지는 베테랑도 많고 몸이 좋지 않은 선수도 적지 않아서 운동을 많이 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스타일대로 운동을 많이 시켰다"라고 했다.

그냥 훈련을 많이 한 게 아니다. 세밀하면서도 효율적인 훈련을 많이 했다. 우리은행에서 위 감독 농구는 수비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표적으로 존 프레스 트랩 디펜스는 통합 4연패의 킬러 콘텐츠였다. 그러나 위 감독은 이번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면서 철저히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2일 당시 "공격에 70% 정도 중점을 뒀다"라고 했다.

왜 우리은행과 대표팀의 컨셉트가 확연히 다를까. 경쟁하는 팀들의 수준과 환경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WKBL은 예전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이유는 너무 많다. 기자를 비롯한 언론들이 수 차례 보도한 관계로 생략) 특히 볼핸들링 능력과 패스센스가 좋은 가드가 거의 사라졌다. 위 감독은 이 점에 착안, 강력한 수비로 국내 여자농구선수들의 기본 기량 약점을 파고들었다. 실제 존 프레스의 경우 KBL에서도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수비라는 평가다. 농구의 기본인 기브&고를 착실히 하고, 볼 운반자가 수비수 1명을 따돌릴 수 있는 드리블 테크닉만 있으면 간단히 해체할 수 있다.

당연히 국제무대, 특히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이 참가하는 올림픽 최종예선은 WKBL과는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다. 위 감독은 쉽게 설명했다. "2년 전 터키 전지훈련 평가전(인천 아시안게임 대비)서 풀 코트 프레스에 트랩도 해보고 별 짓 다했지만, 크고 힘 세고 빠른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 머리 위로 패스, 패스해서 곧바로 깼다. 우리는 맥이 풀리고 체력만 더 빨리 떨어졌다"라고 했다.

국제대회, 특히 아시아권이 아닌 국가들과의 맞대결서 수비위주의 농구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국제대회를 지휘했던 사령탑들과 180도 다른 결정. 실제 파워와 테크닉이 모두 떨어지는 한국은 최근 몇 년전부터 국제대회서 수비위주의 농구에 한계를 드러냈다. 2014년 남자 스페인월드컵이 그랬고, 위 감독이 지휘했던 과거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위 감독은 시행착오를 두 번 겪고 싶지 않았다. 철저히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도 외곽에서 스크린을 이용, 3점슛 찬스를 만드는 패턴플레이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위 감독은 "골밑에서 바깥으로 공을 빼서(피딩) 찬스를 몇 번 잡겠나. (박)지수가 좋아졌지만, 공격에선 많이 기대할 수 없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실제 명지고와의 연습경기 당시 위성우호의 스크린을 활용한 외곽 패턴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남자선수들의 강한 피지컬을 극복할 정도로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이 잘 된 상태였다. 마치 2014-2015시즌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돌풍 당시 정교한 외곽 패스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나이지리아전서 강아정과 김단비의 3점포가 폭발했다. 물론 두 사람의 슛 감각이 좋았다. 그러나 단순히 감이 좋았다고 치부할 수 없다. 미리 준비한 외곽슛 패턴이 주효한 덕분이었다. 벨라루스전은 나이지리아전보다 3점슛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으나 승부처에서 기본 공격 콘텐츠는 여전히 외곽이었고, 주효했다. 비록 나이지리아전서 졌지만, 위성우호는 1차목표와도 같은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준비된 반전이었다.

박지수의 맹활약도 마찬가지다. 그는 2경기 합계 리바운드 30개를 잡아내며 위성우호의 제공권 약세를 최소화했다. 외곽슛은 확률이 골밑공격보다 떨어진다. 때문에 공격횟수를 최대한 늘려야 했다. 제공권에서 상대보다 덜 밀려야 한다. 그래서 위 감독은 진천에서 박지수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시켜 벨라루스, 나이지리아 빅맨들과의 치열한 골밑위치선정에서 살아남게 했다.

 

 

▲최종결말은

1차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검승부다. 위성우호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7시30분 세계랭킹 3위 스페인과 8강전서 맞붙는다. 이길 경우 리우올림픽 출전을 확정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질 확률이 크다. 스페인은 벨라루스, 나이지리아보다 확실히 더 강하다. 본래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올 레벨의 국가가 아니다.

위성우호가 스페인에 질 경우 패자전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8강전서 승리한 4팀은 그대로 리우행 티켓을 가져간다. 그러나 패배한 4팀 중에선 1팀만 리우행 티켓을 가져갈 수 있다. (최종예선에 걸린 리우행 티켓은 5장) 19일 새벽 1시 혹은 3시30분에 쿠바-터키전 승자와 맞붙고, 이길 경우 프랑스-아르헨티나전, 벨라루스-중국전 최종승자와 패자 최종전을 갖는다.

한국이 누른 벨라루스는 8강 팀들 중에서도 상위권 전력이다. 그렇다면 8강전 혹은 패자전 전망이 무작정 밝은 것일까. 경기는 상대적이다. 벨라루스, 나이지리아전 이상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나이지리아와 벨라루스전 명암은 분명했다. 나이지리아전서 패배한 건 정교한 3점포에도 경기 막판 운영능력 부족으로 실책을 연발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가드가 부족하고,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세대교체 된 팀이라 어쩔 수 없는 현실. 잦은 실책의 결정적 원인은 나이지리아 가드들의 강한 압박에 밀려다녔던 탓이다. 결국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골밑으로 공이 투입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단순한 플레이를 많이 했다.

벨라루스전서는 내, 외곽을 오가는 패스워크가 개선됐다. 외곽에서의 의미 없는 패스가 줄어들었다. 골밑에서의 적절한 피딩에 의한 득점도 나왔다. 다만 2경기 내내 체력소모가 심한 스위치 맨투맨을 주로 사용하면서(국제무대서 어설픈 지역방어는 한계가 있다) 경기 막판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체격과 파워가 떨어지다 보니 체력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조별리그 2경기는 기대이상의 경기력이었다. 위성우 감독의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그러나 솔직히 앞으로 나이지리아, 벨라루스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경기력을 8강전 혹은 패자전서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라고 했다. 패자전을 치를 경우 2경기 사이의 간격이 짧다는 건 걸리는 대목이다.

결국 휴식일에 잘 쉬면서 상대국가의 특성에 맞는 게임플랜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 현 시점에선 리우행 가능성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 위성우호 전력의 80%를 담당하는 위 감독이 내놓을 용병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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