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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 왕조시대 활짝 연 김세진 감독의 세가지 모습
- 출처:이데일리|20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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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이 창단 3년 만에 남자 프로배구 2연패를 달성했다. 중심에는 ‘최고의 선수’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변신한 김세진(42) 감독이 있다.
2013년 초보 사령탑으로 OK저축은행을 처음 맡은 김세진 감독은 때로는 호탕하게, 때로는 불같이, 때로는 치밀하게 팀을 이끌면서 남자배구 최고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갓난아이를 갓 벗어난 나이에 새로운 왕조를 구축한 김세진 감독의 여러 가지 모습을 돌아본다.
▲‘맏형’ 김세진
김세진 감독의 리더십을 흔히 ‘소주 리더십’이라 부른다.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감독들은 더욱 강하게 다그치곤 한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다르다. 오히려 훈련을 멈추고 함께 소주를 기울이면서 선수들의 얘기를 들었다.
시즌 중에 술을 마신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경기 스케줄이 빡빡하고 체중관리가 엄격한 배구에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기계적인 훈련보다는 선수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시즌 막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주전 세터 이민규가 훈련 도중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젊은 선수들은 당연히 동요하지 않았다. 김세진 감독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백업에서 주전으로 나서게 된 곽명우를 100% 신뢰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믿음을 심어줬다. 다른 공격수들에게도 ‘곽명우를 믿고 경기하자’라며 팀 전체를 끌어안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김세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은 곽명우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펄펄 날았다. 정규시즌의 들쭉날쭉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세진 감독은 “곽명우 덕분에 우리가 우승했다”고 웃었다. 곽명우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김세진 감독의 마음이었다.
▲‘지략가’ 김세진
OK저축은행이 2연패를 달성하는데 일등공신은 ‘시몬스터’ 시몬이었다. 시몬은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무려 120점을 올리는 괴력을 뽐냈다. 시몬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대단한 선수였다. 쿠바 대표팀의 주전멤버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세계 최고의 센터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 배구에 맞는 선수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한국은 양 사이드에서 큰 것을 때려줄 거포가 필요했다. 반면 시몬은 원래 중앙속공수다. 그전까지 사이드 공격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김세진 감독은 고정관념을 깼다. 시몬을 특정한 자리에 묶지 않았다. 라이트 겸 센터를 맡겼다. 평소에는 라이트를 뛰면서 중요한 순간에는 전문 센터처럼 속공을 책임졌다. 후위에 있을때는 백어택을 책임졌다. 시몬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변칙 용병술이었다.
우려도 많았다. 라이트와 센터를 같이 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과 동선이 꼬일 우려도 크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세밀한 포지션 배분을 통해 전술을 완성했다. 더욱 강력해진 시몬은 지난 2년간 OK저축은행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승부사’ 김세진
김세진 감독의 승부사 기질은 지난 24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잘 드러났다. 1, 2차전 승리 후 3차전을 내줘 추격을 허용한 OK저축은행은 4차전에서 무려 42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한 경기 최다 범실이었다.
그런데도 OK저축은행은 현대캐피탈을 이겼다. 42개의 범실은 의도된 결과였다. 김세진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실수가 나오더라도 강서브를 넣을 것을 주문했다. 3차전 승리로 살아난 현대캐피탈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였다. 초반부터 강서브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전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서브 범실은 속출했지만 OK저축은행의 강서브에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흔들렸다. 예상을 뒤엎고 1, 2세트를 쉽게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김세진 감독은 “범실이 많았음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강서브였다. 어려울 때는 시몬이 뚫어준다고 생각하고 서브로 밀어붙인 게 통했다”고 말했다.
김세진 감독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은 또 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 신영석의 오버네트를 두고 비디오 판독 시비가 벌어졌다. 결과는 OK저축은행의 패배였지만 김세진 감독은 거침없는 인터뷰로 분위기를 바꿨다. 대놓고 큰소리로 심판위원장을 비판했다. “벌금 무서워할 말 못하냐”라고까지 말했다.
이는 김세진 감독의 의도된 퍼포먼스였다.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패배를 외부적 요인에 돌렸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함이었다. 김세진 감독의 의도는 100% 맞아떨어졌다. 선수들은 4차전에서 다시 똘똘 뭉쳤고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승을 일궈냈다.